이정은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박사/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사진=네이버 선거 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 세계 3대 폭포라 하면 보통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 남미의 이과수 폭포,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의 빅토리아 폭포를 일컫는다. 

수직으로 급격하게 하강하는 거센 물줄기. 십자가를 진 채로 그 아래로 떨어지는 한 남자,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미의 과라니족 사람들, 영화 미션의 첫 장면이다. 

신앙을 전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떠났던 선교사들이 겪었던 수많은 운명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은 한없이 작고 자연은 지극히 크다. 

이렇게 나에게 강하게 이미지화 된 거대한 폭포는 이과수지만 그 어마어마한 물의 양, 그리고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 여기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생각해 볼 때, 자연을 탐구하며 자연의 법칙을 정립해나가는 과학의 관점에서 더 가까운 상징은 나이아가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시간이 20세기로 막 들어서려 하고 있을 때, 두 번의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인류사에 유명한 총칼 없는 전쟁이 하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전류전쟁이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커런트 워' 포스터 
에디슨과 테슬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커런트 워' 포스터

이 전쟁의 주역은 수많은 발명으로 알려진 토마스 알바 에디슨이었고 그 대척점에는 시대를 앞서갔다고 재평가되는 천재 니콜라 테슬라가 있었다.(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The Current War, 2017) 

승리를 거머쥔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나이아가라 폭포에는 거대한 수력 발전기가 설치되었고 아메리카 대륙에는 대량의 전기가 공급되었다. 물의 질량, 중력에 의해 낙하하는 속도, 그리고 물의 낙폭이 거대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여기에 한 단어가 등장한다. 

포텐셜(Potential). 뜻이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명사로서의 의미는 가능성, 잠재력, 재능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딱히 이거다 싶게 하나로 딱 맞아 떨어지는 단어는 없다. 대충 추상적인 의미만 가늠할 뿐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물리학에서는 좀 다른 의미로 쓰인다. 19세기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윌리엄 랭킨(William Rankine, 1820~1872)이 처음 사용하였다는 말, ‘potential Energy(Ep)’에서의 쓰임이다. 

그런데 번역이 묘하다. 이 단어는 ‘위치 에너지’로 번역된다. 가능성, 혹은 잠재력과 위치...어떤 상관관계가 가능할까?

자연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이동한다. 에너지는 형태를 변화시킨다. 마찰 등으로 인한 손실이 없다고 가정할 때 에너지는 그 형태만 변할 뿐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늘 같은 양으로 보존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발전기를 매개로 운동에너지로,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가 수력발전의 간단한 원리다. 

중력은 일정하니까 많은 양이 움직일수록, 물의 낙폭이 클수록 에너지는 더 많이 생성되니 높은 위치에 있는, 급격하게 수직 낙하하는 거대 폭포는 수력발전을 일으키는 데 아주 안성맞춤인 자연의 선물이라 볼 수 있다.

폭포, 더 넓게는 물을 예로 들었지만 높은 곳에 위치한 물체는 그 위치 자체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보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단 물체뿐일까? 자연의 법칙이란 것이 물체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위치’가 주는 가능성, ‘위치’가 말해주는 잠재력, 능력...어찌 보면 사람을 통해 더 잘 나타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욕심이 있다. 더 높은 곳을 차지하려고 많은 것들을 지불하며 산다. 더 높은 곳을 왜 차지하려고 할까? 자연의 법칙을 빌어 설명하자면 그것이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허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위치 에너지로만 남아있을 때 그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저 가능성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고,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어야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어둠을 밝히는 전구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곧 선거가 있다. 우편함에서 발견한 공보물에서 최대한 멋진 표정을 짓고 있는 후보자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부르짖고는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들은 높은 곳에 가는데 성공하면 무엇을 할까? 

높은 위치가 부여하는 에너지를 소유한 포만감을 만끽하면서 그대로 고인 물이 되어 악취를 풍기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새롭게 얻게 될 위치에너지를 다수를 위한 운동에너지로 변화시키기 위해 아래쪽으로 향할 인물들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등장한다.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고 노자도 이야기했다. 자연에 법칙에 따르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과학자들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에서 변환된 에너지를 계산해냈다. Ep=mgh라는 계산법을 굳이 외울 필요는 없겠지만,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꿀 ‘의지’가 있는 대상을 잘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각자에게 더 나은 시간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다. 

이정은
이정은

이정은=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생화학 연구실에서 특정 단백질에 관한 연구로 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충북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고 충북대와 방통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복지관에서 세계문화와 역사교실 강좌를 담당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고고학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 계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며 인문학에서 과학으로, 다시 인문학으로 넘나들면서 크로스오버적 시각에서 바이오필로피아를 담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