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블렌디드수업·교수법 혁신·자기주도 교육 정착될 것"

이문영 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사)미래융합교육학회 평생회원
이문영 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사)미래융합교육학회 평생회원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우리사회를 그대로 멈춰버렸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급기야 중고등학교도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게 되었다. 대부분 대학은 이미 비대면 수업을 한 달째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 아무런 준비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을 마냥 비관한 채 원망의 대상을 찾는데 급급하거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자는 심정으로 시간만 흘려보낸다면 우리에겐 제2, 3의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든지 다가올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지금의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코로나19사태 이후의 교육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 필자 역시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경험하고 교육의 현실을 고려해보면서 코로나19사태 이후의 교육 변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블랜디드 수업의 일상화

먼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혼합된 ‘블랜디드 수업’이 일상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을 포함한 블랜디드 형태의 수업은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여러 규정적 제한과 기기 및 기술적인 한계로 블랜디드 적용 비율이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 한 번도 온라인 수업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교수자가 동영상 수업을 촬영하고 학생들도 수업영상을 보고 과제활동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모두에게 피로감으로 누적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경험도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된 이후에는 온라인 수업도 함께 종료될까? 필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수자에게 있어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지고 있고, 대학에서는 온라인 학습이 원활히 진행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장비의 투자 등 온라인 수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습자들도 새로운 수업방식에 적응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ZOOM과 같은 실시간 회의 플랫폼에 익숙해진 교수자들은 이론 중심 과목에서 실시간 화상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하게 된다.

즉 온라인 형태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고 이로 인한 장점들도 충분히 알게 된 것이다.

필자도 플립드러닝 등 동영상을 제작하고 활용하는 수업은 진행해 봤지만 실시간 화상 수업은 처음 시도해 보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단 한명의 결석 없이 수강생 전원이 화상으로 접속해 출석했을 때는 감동까지 느껴졌다.

비록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어이 온라인을 통해서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일상적 수업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감사하게까지 여겨졌다.

이렇듯 동영상과 실시간 스트리밍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에서의 여러 장점들을 발견해가면서 지속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온라인 수업만으로 해결 할 수 없었던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된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장점을 결합한 블랜디드 수업이 이전 보다는 확산되어 고등교육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시간 스트리밍과 공유문서를 접목한 활동 수업.(사진=이문영 교수)
실시간 스트리밍과 공유문서를 접목한 활동 수업.(사진=이문영 교수)

교수법 및 수업설계의 대전환

두 번째로, 교수법 및 수업설계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모든 대학들은 온라인 개강을 준비하였고 교육부에서도 비대면 수업(재택수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미 대학에서도 일부 사이버강좌가 운영되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활용한 수업의 경우 사이버 강좌 운영지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상황은 급박하고 비정상적이었지만 수업운영에 대한 지침은 원칙의 틀을 깨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큰 틀은 오프라인 수업에 준해 강의-활동(과제)-환류(피드백)으로 구성된 수업을 설계하라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교수자들에게 수업설계와 운영에 대해 자율성이 보장된 만큼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업계획서만 살펴봐도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자도 수업계획서의 주차별 수업내용을 보면, 우선 수업주제는 곧 교재의 단원명이다.

학습주제나 내용을 추가하여 쓴다고 해도 몇 줄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비대면 수업을 위해 수업계획서를 수정하면서 주차별, 차시별 강의-활동-환류를 차례대로 넣다보니 한 주차 당 입력내용을 10줄을 훌쩍 넘었다. 수업계획서를 수정하면서 문득, ‘이게 맞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수업계획 내용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시간과 노력을 꽤나 요구하는 일이었지만 수업순서가 보다 체계화 되고 무엇을 배우고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인가가 보다 명료화 되었다. 심지어 그렇게 바뀐 수업설계에 맞는 교수법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온라인 강좌를 위한 기술습득과 그에 맞는 교수법 적용하기 위해 교수자 대상의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필자도 부족하나마 알고 있는 내용들을 공유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철저한 교수설계를 강제(?)로 경험해 본 교수자들이 과연 오프라인으로 돌아갔을 때 일방향식 강의형태의 수업만 고집할 수 있을까?

아마 필자와 같이 지금까지의 수업을 돌아보고 향후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철저한 수업설계와 새로운 교수법 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사진=비상교육)
(사진=비상교육)

학습자 중심 자기주도 교육 정착

마지막으로 예상할 수 있는 바는, 학습자 중심의 자기주도 형 교육이 정착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상적으로 들렸던 이런 교육이 비대면 수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경험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업에서 매 주 또는 매 차시에서 과제(활동거리)가 주어지고 있다. 교수자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학점이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규정을 지키는 소극적 활동일 수도 있지만 학습자 입장에서는 과제 때문에 불만이 매우 많다.

교수 입장에서는 한 과목에서 한 주에 2~3가지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한주에 많게는 십 수개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부담이 오프라인 때 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사실 혼자 문제해결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 받았던 학습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 학생들이 그 어려운 일들을 해내고 있다. 심지어 교수자의 과제에 대한 안내가 불친절(?) 할수록 학습자의 자기주도 문제해결 능력은 더더욱 강화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제의 방식과 목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습자들은 스스로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배울 수 없었고 가르쳐 줄 수도 없었던 그 무언가를 발견해내고 새로운 능력을 체화하는 중이다.

필자의 경우 온라인 실시간 화상수업에서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제로 나갔던 내용들을 공유문서를 활용하여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더욱 자기주도화되고 협업하며 교수자와 소통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사태 종식 이후에도, 지금은 교수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제시했던 과제가 이제는 자기주도 역량을 향상시키는 적극적 활동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저 마감 시한을 정해주는 집일(Homework)이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해결하는 활동(Activity)으로 전환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