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세 아이 엄마의 온라인 수업 체험기

[에듀인뉴스] 안녕하세요, 선생님. 중3이 된 수아가 온라인 개학을 하고 맞이하는 첫 번째 주말입니다.

주말인데 좀 쉬고 계신지요? 지난 주 목요일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수아와 통화하시는 선생님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개학 일주일 전부터 단톡방과 개인톡으로 열심히 아이들의 학업 상황을 체크하시는 선생님,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선생님 힘드시죠?”라는 수아의 물음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글자 뜻 그대로임을 제가 백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3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수아는 초등학교 남동생 2명이 있습니다)로 세 아이들의 모의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25명이나 되는 학급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계실지 눈앞에 선합니다.

이틀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학부모로서 함께 참여한 저의 소감을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홈스쿨링이 불가능한 직장맘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홈스쿨링을 강요(?)당하는 이러한 미증유의 사태에 필요한 것이 학교와 가정 사이의 파트너십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우리의 의사소통을 통해 선생님, 학부모, 무엇보다 아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주에 수아는 오전 9시 30분부터 접속해 오전 내내 온라인 수강을 했습니다. 점심에 제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는(저는 운이 좋게도 이번 주에 휴가를 받았습니다), 오후에 잠시 쉬었습니다. 

오후 1시 부터는 각 과목별로 주어진 학습지를 풀고 사진을 찍어서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더라구요. 조금 있으니 온 방이 너저분하게  널려진 학습지로 가득해졌습니다. 

목요일 첫날에 수아가 출력한 학습지가 사회, 과학, 음악, 도덕, 기술, 영어 과목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루 분량은 아니었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집에 프린터가 없는 친구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25명을 담당하시는 담임선생님께서 “이거 어디에 올려야 해요?” “이 자료는 어디에 있어요?” 라고 동시다발적으로 묻는 아이들에게 카톡방에 실시간으로 답을 하셔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 학습 모델이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아니, 한 달 동안이라도 지속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 학부모 모두에게 과부하가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저도 직장맘인지라 이번 주는 회사에 가지 않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합니다. 

과연 제 도움이나 관찰 없이 아침마다 우리 아이들 셋이 각자 집 컴퓨터에 달라붙어 온라인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수아도 온라인 수업 첫날 오전에는, 학교 갈 준비를 안 해서 좋다, 쉬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정해서 쉬는 시간에 하고 싶은 걸(당연히 유튜브 보기죠) 할 수 있어서 좋다, 떠드는 아이들이 없어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수업 진도를 팍팍 나갈 수 있어서 좋겠다 하더니, 오후 5시가 되자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 학교에 언제가요? 학교에 가고 싶어요!” 

그 때 수아는 너저분하게 널려진 학습지를 찰깍찰깍 사진 찍어가며, 자신이 업로드한 파일이 잘못된 걸 알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과연 모든 과목을 아이들이 수강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수아는 체육과목 체조 동영상은 틀자마자 끄더라구요. 하루종일 집에만 박혀 몸을 움직이지 않는 중학생 딸에게 저는 따라해보라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지요. 

과목마다 학습지 평가를 매번 올려야 하는 것인지? 온라인 수업을 들어도 못 알아듣는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지? 25명의 아이들을 담당하는 교사는 어디까지 아이들의 학습을 관리해야 하는 것인지? 여러 질문들이 제게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실로 “가속(加速) 사회”에 살아왔습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내며 살아왔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10년 동안 지난 일주일처럼 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일주일간,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밥을 짓고, 살림을 하며 아이들과 온전히 세(!) 끼를 함께 먹었습니다(영양교사, 조리사님 그동안의 노고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아이들과 온전히 눈을 마주치고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에는 같이 옛날 드라마를 보며 깔깔대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적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회사 일이 문득문득 생각났지만 주어진 휴가 기간에 내 삶의 양식을 바꾸어야 겠다 다짐했습니다. 컴퓨터 화면과 스마트폰 화면 대신 제 아이들의 얼굴을 더 쳐다보기로 말이지요. 

저는 이제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천천히 가는 건 어떨까요? 기대치를 조금 낮추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 역시 아이들의 배움을 통한 성장을 적극 지지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다면 그걸로 좀 만족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지속가능한 배움과 가르침을 위해선 지금은 우리 모두 조금씩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뉴노멀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 혹시라도 수아 반 아이 중에 밥을 차려줄 어른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다섯식구 밥 차리는 것에 한 끼를 더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온라인 수업 이틀을 하고 맞이하는 첫 번째 주말입니다. 제발 선생님께도 쉼이 있는 주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수아 엄마 올림. 

이성회 학부모/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