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맥킨지 QS..."고등교육 방식 변화 영향 미칠 것"
온라인 학습 시스템 갖추지 못한 대학 "생존력 상실할 것"
교수 "스마로그형 교육 역량", 학생 "온라인 수강 적응력 길러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에듀인뉴스] 유네스코와 맥킨지(Mckinsey) 만이 아니라 세계 3대 대학 평가기관인 영국의 QS 등을 포함한 고등교육 전문 연구 및 평가기관과 언론기관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대학에 미치고 있는 영향과 이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략 등에 대해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대학의 강의 방식만이 아니라 학생 선발, 대학 구성원이 갖춰야 할 역량, 대학 수입과 예산 분배 구조, 대학 지배구조, 중장기 발전 계획 등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근본적으로는 오프라인 교육기관과 온라인 교육기관의 차이, 즉 오프라인 교육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특성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유학생 추이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는 이번에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강의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는 변화와 향후 변화 모습,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온라인 교육 시설 설비 및 시스템 구축

그동안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해온 방송통신대학을 비롯한 온라인(사이버, 디지털) 대학들의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강의로 진통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대학들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준비 부족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오프라인 대학 교수들의 온라인 강의의 질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필요한 시설·설비와 시스템, 그리고 대학의 지원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그러한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탓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오프라인 대학들의 모든 교수와 학생들이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분의 대학은 희망하는 교수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만 갖추고 있었다.

대학 평가에서도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은 중요한 지표가 아니었다. 대학 교육 혁신의 한 방향으로 온라인 교육 강화가 제시되었지만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립대학들에게 온라인 교육 지원 시스템 구축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 결과 형편이 어려운 일부 사립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지원할 수 없었고, 전적으로 교수나 강사 개인이 능력껏 알아서 온라인 강의 동영상을 제작한 후 탑재하도록 시켰다.

국립대도 국가로부터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예산은 거의 지원받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온라인 강의에 대해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들은 온-오프라인 강의 병행에 필요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20학년도 1학기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대학들이 있다. 선도적인 대학은 온라인 교육을 위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시 운영 체제를 갖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외부 관리 업체에 의존한 대학들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태 이후 다시 투자를 미루거나 투자 여력을 찾지 못하는 대학은 생존력을 점차 상실하게 될 것이다.

대학의 온라인 학습 지원 체제 확립, 대학의 지배구조의 디지털화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코스 개발 ​​및 학생 지원 기능은 대학 본부 차원으로 더욱 집중될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한 직원들의 온라인 행정 적응력과 역량 또한 높아질 것이다. 물론 케리스 등을 통한 국가 차원의 온라인 강의 지원 시스템도 더욱 발달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고 있는 강의 관련 다양한 빅데이터와 AI 활용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기존 온라인(사이버) 대학은 그 발전 방향을 새롭게 탐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강의를 위해 촬영 셋트장에서 촬영 중인 대학 교수 캡처.(출처=SBS 뉴스)
온라인 강의를 위해 촬영 셋트장에서 촬영 중인 대학 교수 캡처.(사진=SBS 캡처)

온라인 강의와 교수

온라인 강의가 성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 경험이나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야 했던 교수들의 고통은 아주 컸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 필요한 기기 활용법과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온라인 강의를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온라인 강의를 제대로 하려면 오프라인과 다른 환경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 성공에 필요한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

대학은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기와 프로그램 사용법 연수에서 더 나아가 비대면 강의 성공을 위한 기법 연수도 병행해야 한다.

가르침은 만남과 소통으로부터 시작된다. 교수들은 온라인 강의 시작 전과 강의 중, 그리고 강의 이후에도 다양한 체널을 통해 학생들과 충분한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갖고 교감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 중 하나가 스마트교육과 대면교육을 결합한 스마로그(smalogue. smart+ analogue)형 교육이다. 이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대학도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겠지만, 교수들 스스로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필요한 역량을 길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교수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될 것이다.

상당수 교수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온라인 강의 준비 역량을 향상시키고, 온라인 강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게 될 것이다.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19 이후에도 대학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온라인 강의 비중을 높이고자 하는 교수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강의와 관련된 큰 복병의 하나는 온라인 평가이다.

학기마다 1~2회 실시했던 필기 혹은 실기 시험을 온라인 평가로 대체할 경우 학생들의 이의제기가 더 커질 수 있다. 우선 서둘러 온라인(사이버) 대학 교수들의 노하우를 배워서 이번 학기 말 성적 평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학과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 대학교수들은 강의 공개를 요청받지 않았고 공개한 적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강의가 공개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교수들 간의 강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비교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는 우리나라 교수들의 교수법에 대한 관심, 강의 내용에 대한 관심 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들의 반발로 당장 성사되지는 않겠지만 법이 허용한다면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줄여주는 조건으로 온라인에 제공되는 유명한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고 평가를 받으면 학점을 인정하는 방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대학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이론 중심의 동일한 교양과목이나 전공 과목을 분반하여 많은 강사에게 맡김으로써 비싼 강의료를 지불하는 것은 낭비이다.

오히려 학생들이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최고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하게 하고, 실제 수업시간에는 비싼 강사 대신 대학원 박사과정의 티칭 펠로우(teaching fellow)를 투입해여 플립러닝 형태로 강의를 진행시킨다면 더 나을 수 있다.

정부가 허용한다면 대학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예산을 줄이면서도 학생들에게 고급 강의를 제공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교육대학교처럼 전국 대학의 프로그램이 유사할 경우 뛰어난 교수의 강의나 프로그램을 공유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이론 중심 강의의 경우 동일 주제나 과목에서 뛰어난 교수의 강의가 공유되면서 나머지 교수들의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교수들은 그동안 지식 전달 및 설명에 쫓기느라 소홀했던 토론을 비롯한 심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해당 과목을 통해 길러야 할 역량을 기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교수들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지역 대학 혹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온라인 교육 시스템과 콘텐츠 공유 등을 위한 논의도 진지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19로 인해 앞당겨지게 될 것이다.

(사진=SBS 뉴스 캡처)
(사진=SBS 뉴스 캡처)

학생의 변화

온라인 강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온라인 수강 적응력도 향상되어야 한다.

그동안 오프라인 대학들은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역량을 길러주는 것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나타난 불만 중에는 학생의 온라인 학습 역량 부족에 기인하는 것들도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성인이므로 별다른 사전 연수를 시키지 않아도 곧바로 온라인 수업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 같다. 또한 초중등학교와는 달리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한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학생들에 대한 배려나 지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고 관련 역량도 향상될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교육의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단점과 장점을 파악할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학생들은 대면 교육에서도 온라인 시스템을 병행해 강의를 진행하는 스마로그형 교육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강의 비중 상향에 대한 요청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요청과 함께 등록금 인하 요구도 병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