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열 가지 질서는 무엇인 지 생각해 보자. 

먼저 선진국의 개념과 조건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총선이 실시되는 4월 15일 기준 전 세계 코로사 사망자 숫자는 12만명을 넘었다. 죽음에 이르는 치명률도 이미 6%를 넘어섰다. 

코로나로 인한 선진국의 사망자가 미국은 2만명을 훌쩍 넘겼다. 영국도 1만명을 진작 넘겼다. 치사율은 무려 12.7%에 이른다. 프랑스도 사망자 숫자가 1만4000명을 넘어섰다. 독일은 3000명이 넘었다. 이탈리아는 2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치명률은 무려 12.8%에 육박한다. 스페인은 사망자가 1만7628명을 넘어섰다. 유럽 다수 국가의 치명률이 10%대를 넘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사망자 숫자는 200명대이고 치명률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시스템과 국가의 조직적 대응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리더십 등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각종 통계와 다양한 수치에서 드러나듯 이제 선진국의 개념과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선진국이라 알고 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과연 선진국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가. 

둘째,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소득 격차가 만드는 디지털 격차와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현재 부모 세대의 소득 격차가 자녀 세대의 교육격차를 낳는다. 자녀 세대의 교육격차는 그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자녀가 졸업 후 직장을 얻게 되면 다시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반복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가장 심각한 지점은 소득 격차가 지금 상황에선 디지털 격차로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계층이동 희망이 사라진다. 그만큼 불안정한 사회로 고착될 우려가 상존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다. 

셋째, 생명권과 교육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양극화된 소득 격차와 디지털 격차는 결국 생명권과 교육권까지 위협한다. 미국에선 코로나 사망자의 62%가 흑인과 히스패닉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어느 사회건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배려와 지원, 그리고 보편적 복지 확대가 절실한 대목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계층이동의 기회가 정의롭고 공정할 때 유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가 균등해야 하며, 교육 과정이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교육 결과가 정의롭게 나타나야 한다. 이처럼 생명권과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통합을 이룰 수 없는 불안정한 사회로 갈등과 대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온라인 개학 이후 이어진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웹캠을 끄고 있었다.(사진=지성배 기자)
온라인 개학 이후 이어진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웹캠을 끄고 있었다.(사진=지성배 기자)

넷째,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경계가 분명해졌다. 코로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의 흐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육현장의 재편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공동체의 구성원들조차 앞으로 곧 들이닥칠 교육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태풍의 눈 한 가운데에서 주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는 새로운 교육생태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 원격수업 형식과 다양한 플랫폼을 대상으로 국가 수준 교육 과정은 물론이고 시·도교육청 단위 교육 과정 그리고 단위학교 현장 수준 교육 과정 운영을 위한 세부 지침 마련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섯째, 학교의 역할과 기능도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지식과 정보의 습득은 온라인이 그 기능을 대부분 흡수해 버릴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지식과 정보 전달의 매개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안정적 플랫폼을 갖춘 인터넷 강의나 실시간 원격강의 등의 방식으로 지식과 정보의 소통과 수용 그리고 재생산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동시에 오프라인, 즉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요구도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관계를 익히고 학습하는 공간이 ‘학교’의 기능과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교사 양성과정에서도 학습자 발달단계에 맞는 심리학과 상담 심리학 관련 다양한 이론과 실습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 방향에서 교대와 사범대 등 교원양성체제 개편 방향성을 추구해야 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원 양성의 인재상은 교과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나 탁월한 상담역량을 갖춘 교원으로 학습자의 발달단계에 맞는 전문 상담역량을 지닌 교원양성체계 구축이 시급한 화두로 대두되었다. 

재택근무 중 ‘T그룹통화앱’으로 동료들과 단체 통화를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여섯째, 재택근무가 일상적 삶으로 자리 잡는 계기로 작용했다. 정형화된 삶의 양식이 형해화되어버리는 형국으로 전환됐다. 대면에 의한 방식보다 온라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에서는 재택근무도 그만큼 수월하다.

굳이 목숨 걸고 출근하지 않아도, 몸이 아프면 사나흘 쉬면서 재택근무를 해도 조직은 무리 없이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코로나를 경험하며 알게 됐다. 그렇게 아등바등 출근하지 않아도,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멀리 조망하며 사는 삶도 허겁지겁 달려온 삶 못지않게 가치 있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곱째, 민영화 함정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육, 보건, 의료 등 국가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분야만큼은 민영화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영화에 맞서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영역이다. 

이른바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들의 의료시스템이 한순간에 붕괴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가장 큰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공의료 시스템을 포함해서 교육, 보건, 의료 등 국가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분야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맞이했다. 재편되는 혁명적 질서이다. 

여덟째, 비대면 사회와 대면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비대면 과잉사회의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대면 사회를 지향하는 결핍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산업 분야가 촉망받게 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심리학과’나 ‘철학과’ 등의 전공 인기가 치솟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아홉째, 경쟁과 자본의 야만성을 극복해야 한다. 경쟁과 자본의 논리가 촉발하는 야만성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몰고 가고 있었는지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는 계기가 됐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를 처참하게 경험하고 있다. 아울러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건강도 안전도 생명도 경쟁과 자본의 논리 뒷전으로 밀렸던 삶의 가치들을 생생하게 조명할 수 있었다. 

열째,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제도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아니다. 국민을 섬겨야 하는 국가의 도리이자 기본자세라는 사실을 코로나 사태가 알려주었다.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옳은 방향이었음을 확인했다. 과감한 세제 개편과 부유층이 더 많은 나눔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국민 기본소득 보장제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기회는 누구에게나 균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의 적용도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 역시 정의로워야 한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엄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