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함께 하는 교육...개인적 만남 많아질 때 더 풍성
교사의 가장 큰 기쁨, 나만 바라봐주며 찾아주는 학생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김재현 중앙기독중 교사와 함께 모든 교육의 중심에 ‘관계’라는 키워드를 두고 교육을 진행하는 기독교계 중학교의 교육 모습을 들여다보는 교단일기를 시작한다.

시험기간 중 짬을 내 우리 집으로 쉬러 온 졸업생.(사진=김재현 교사)

아이들이 찾아오는 가정으로...10년 넘게 아이들을 초대

[에듀인뉴스] 관계중심교육의 중심에는 학생과 교사의 만남이 학교 현장에만 있지 않고 개인적인 만남이 많아질 때 더 풍성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를 알아주는 선생님. 개인적으로 만난 선생님은 아이들이 멘토로 존경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나 자신은 특별하고 존중받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들로 개인적인 만남을 예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나는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정으로 초대하곤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담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전원 다 한번씩은 가정에 방문해 함께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하는데, 이를 경험한 졸업생이나 진급한 학생들도 종종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 찾아오곤 한다.

나와 아내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부부교사다. 사실 이렇게 되기 쉽지 않은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어울리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 학교의 특성상 교사들 중에도 부부교사가 제법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에는 내가 맡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 그리고 아내가 담임인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방문하게 된다.

1학년 때 내가 담임했던 아이가 2학년에 아내 반이 되어있기도 하는 특별한 상황이 생기기도 해 우리 부부를 아는 우리 학교 모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가정에 오는 것이 익숙해 있다.
  
같이 고기도 구워먹고 설거지도 당번을 정해서 한다.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은 초등학생인 아들과도 너무 잘 어울려 논다. 

그렇게 수 년 간 아내와 나의 학급의 아이들은 우리 집을 꼭 한번 씩은 왔다 간다. 그 중에는 매년 찾아오는 아이, 집이 가까워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아이가 생긴다.

그 중에 참 기억이 남는 아이가 하나 있다.

가출하고 찾아왔던 학생이 미국 유학 중 귀국해 다시 찾아왔을 때의 감동이란...(사진=김재현 교사)

가출청소년의 쉼터?...엄마랑 싸우고 찾아온 곳이 담임선생님 집이라니

중학생 시절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믿음이 좋고 성품 좋은 부모님이라고 할지라도 말 안 듣는 자녀 앞에서는 영락없이 잔소리하고 ‘버럭’하는 부모일 수밖에 없다.

“엄마 때문에 미치겠어요!” “아빠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곤 하는 우리 중학생들에게 가출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봄직한 일인 것 같다.

어느 날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집을 뛰쳐나온 한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갈 곳 없어 결국 찾아온 것이 우리 집이었다. 

“선생님. 저 지금 선생님 집에 가도 되요?”

추운 겨울 방학 중 뜬금없는 녀석의 메시지에 황당했지만 이내 우리 집에 들어올 때는 웃으며 반겨주었다.

여학생이고 아내 학급의 아이었기 때문에 아내가 엄마같이 눈물 닦이며 다독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 아이가 너무 기특해보였다.

엄마랑 싸우고 나와서 찾아온 곳이 담임선생님 집이라니..

아이의 부모님께는 우리 집에 있다고 안심시키고 밥도 먹이고 마음을 품어준 다음에 보낸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가출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온다.
  
바로 옆 아파트 살아 먹을거리를 만들면 가지고 오는 아이, 숙제하러 오는 아이, 진로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아이, 바로 옆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싫어질 때 시간 때우러 오는 아이, 하교 길에 동네서 만나 집까지 따라왔다가 그 김에 한참을 수다를 떨다 가는 아이...

참 여러 아이들이 우리 집을 방문한다.

공동체를 이룬 마을 주민들과 함께.(사진=김재현 교사)

모임하기 좋은 집으로 이사...나의 삶 보여주며 관계 만들어 가는 기쁨

몇 년 전에 이사를 했다. 이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거실이 넓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내와 함께 정한 것이 있다. 

“이사하면 우리 가정을 아이들 모임 장소가 되게 하자.”

모임하기 좋은 큰 8인용 테이블이 있고, 언제든지 프로젝트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거실, 작지만 둘러 앉아 바비큐 하기 좋은 마당으로 꾸몄다.

학교 선생님들, 학급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왁자지껄 어울리는 그런 집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테리어를 했다. 

나만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행복을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 집에 대한 축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기쁨은 나만 바라봐주며 찾아와주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복을 효과적으로 이루어가기 위해 나의 삶을 보여주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 어떤 예방교육보다 더 탁월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