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준비하는 한 학교의 존재 의미 희미해져
정시 선택 친구들에겐 이 생활이 더 편할지도

(사진=채널A 캡처)
학생 없이 텅 빈 고교 교실 창문에 부착된 '합격기원' 스티커. 공교육의 의미는 무엇일까. 

[에듀인뉴스] 코로나 19로 인해 시작된 중·고교 3학년의 온라인 개학, 그리고 뒤이은 1, 2학년의 개학까지 이제야 비로소 모든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였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모두가 처음 경험해보는 온라인 개학인지라 서버 문제 대처 방안을 마련해가듯 우리는 조금씩 이것에 적응해가고 있다. 

벌써 온라인 개학 3주차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다만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공교육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져만 간다.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고등학교 3학년인 우리는 학교 수업이 EBS 강의만으로도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직 수업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사실상 EBS와 학교는 수능 과목을 가르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구성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하는 한 학교의 존재 의미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EBS만을 이용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인터넷 사설 강의 등 기타 사교육을 통해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

우리가 EBS 교재를 구매하는 이유는 단 하나, 수능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개학 소식에 고등학교 3학년을 가장 걱정하지만, 사실 정시를 선택한 친구들에겐 이 생활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등교는 못 하지만 등원은 가능하고 입시를 위한 교육은 학원에서 충분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학교란 무엇일까? 도대체 공교육은 왜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일까?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교육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EBS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빈부격차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교육을 하지는 않았나 성찰해봐야 한다.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하는 말, ‘시험 끝나자마자 배운 거 다 까먹어’, ‘수학 이렇게까지 해서 어디에다 써먹냐’ 등의 말이 사실은 공교육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교육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교육이 애초에 아니었기에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도대체 배움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왜 스트레스가 되고 공포가 되며 목숨을 끊을 만큼 견디기 힘든 것이 되어버린 걸까.

학생인 나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듣기 좋은 말은 달콤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대포장 된 공교육 안에서 허우적거릴 수는 없다. 교육정책은 특정 정당의 이익도, 선거를 위한 공약도 아니다.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해 줄 세운 뒤, 개인의 능력을 그 숫자에 단정 짓는 수단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투표를 행사할 권리를 빼앗고, ‘사회참여’보다 우선시 될 이유도 없다. 

이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겉만 바꾸기에 급급해하지 않고 사람을 위한 진짜 교육을 바라보아야 한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