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대한 이해 전혀 없거나 학종 강화 위한 주장"
2, 3학년 범위 존재하지 않아...수능은 선택과목 시험
평가원 "수능난이도 조절 계획 없다"...예년수준 유지

수능 범위 축소를 제안한 김승환 교육감. (사진=김승환 교육감 페이스북)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범위에서 고3 교육과정을 제외하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고교 3학년과 N수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능 범위를 축소하자고 21일 제안했다.

그는 "현재 고교 3학년 입장에선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반수생과 재수생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 수능 범위에서 고3 교육과정을 털어내자"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고3 학생들이 시험 적응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전 과정을 시험 범위에 넣는 게 옳으냐'란 물음이 있다"며 "이미 고3 교육과정을 마친 반수생과 재수생 등과 똑같은 경쟁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김 교육감의 이 같은 제안이 수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거나, 학생부종합전형을 강조하기 위한 페이크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부분 현장 고교 교사들은 수능 범위 축소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충북의 한 고교 교사는 “수능은 기본적으로 선택과목들에 대한 시험이다. 현재 시험영역에 따르면 고1은 시험범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고2~고3 때 선택하는 것에는 단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학년 범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탐구과목의 경우가 그렇고 국어도 시험범위가 '여러 선택과목의 합'(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와 문법)이며, 수학, 영어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전북의 한 고교 교사는 “김승환 교육감의 말은 3학년에 개설된 선택과목으로 수능에 응시하겠다고 하는 학생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는 의미”라며 “수능을 보지 말고 학생부로 뽑자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육감은 평소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수시전형, 내신성적 등은 5월 중반 이전 등교 개학이 이루어지는 조건이라면, 수행평가가 가능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난이도를 조절하는 게 답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 고3 학생은 “정시 준비 중인데 출제 범위는 유지해야 한다”며 “영역이 줄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문제를 그만큼 어렵게 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부산의 고교 교사는 “난이도 조절도 영역 축소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난이도를 조절하면 오랜 시간 수능을 준비한 N수생과 준비가 미흡한 재학생 간 격차를 줄일 수 있겠지만, 난이도 조절 자체가 쉽지 않다. 매년 실패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기 교육감은 신중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는 교원도 있었다. 충남 고교 교사와 인천 고교 교장 등은 “비상시기이니만큼 교육감이나 교육부 장관이 말을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조언했다. 

김 교육감의 수능 범위 축소 발언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영상회의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교육감은 이날 “수능범위 축소는 빠르면 빠를수록 학생에게 안정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도교육청과의 협의 등 적극적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박백범 교육차관은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박 차관은 “고교의 경우 2학년과 3학년이 배우는 과목이 다르고 선택과목도 있어 수능 범위 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차관 입직 전 고교 교장을 지낸 바 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도 "지난달 말 수능 시행기본계획 발표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난이도를 조절할 계획은 없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