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원칙 수립에 전교조 30% 포함" "출퇴근기록부 폐지“

학기 중 주번교사, 당번교사, 방학 중 근무조 운영도 폐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의 단체협약을 앞두고 교장회 회장단을 만나 법외 노조 판결을 알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단협을 맺은 것에 대한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교육감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렇게 단협을 할 거면, 그동안 법외노조 판결 뒤에 하겠다던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거냐.” - 서울의 한 교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의 단체협약을 앞두고 교장회 회장단을 만났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2심 판결(오는 1월 21일)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단협을 맺은 것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는 게 참석한 교장들의 전언이다.

조 교육감은 왜 단협에 앞서 이런 자리가 필요했던 것일까. 우선 전교조의 천막농성 등을 더 이상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의 천막농성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됐다”면서 “상호 입장을 존중해 지금 단체협약을 체결하되 시행은 3월 신학기에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친(親)전교조였던 조 교육감과 전교조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 6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처분을 받으면서 부터다. 전교조는 지난달 16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법적 지위를 회복해 단체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법외노조 항소심 재판 선고’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랬던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것 아니냐”는 ‘심정적 이해론’이다.

그러나 ‘이해’를 구하기엔 앞으로 다가올 파장이 매우 커 보인다. 오늘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와 체결한 단협에는 ▲학기 중 주번교사, 당번교사 제도 폐지, ▲방학 또는 재량 휴업일에 강제 적 근무조 운영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학 중 평교사의 당직 제도는 전북교육청이 전교조와의 단협을 근거로 지난여름 폐지했다가 교육부가 부당한 사무처리라며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갈등을 빚은 사안이다.

또 이번 단협에는▲ 학습지도안, 초등 주간학습계획안, 일일교육계획안을 작성해 결제하는 것을 폐지하고, ▲형식과 내용 모두 교사가 자율적으로 작성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외에 ▲법정 장부 이외의 기타 장부를 일체 폐지하고, ▲교사의 근무상황카드(출근보조부) 또는 출·퇴근시간 기록부도 없애기로 했다.

통상 교사들은 방학에 순번을 정해 '당직 근무'를 선다. 서울에선 당직 교사를 오전·오후조로 나누거나 하루 당직 근무를 선다. 하지만 전교조는 "방학 당직 근무는 교사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학생이 방학 중에 활동할 때는 담당 교사가 나오기 때문에 다른 교사가 당직 때문에 나와 학교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반대해 왔다. 또 전교조는 “출퇴근 기록부가 눈도장 찍는 용으로 왜곡돼 없애자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서울 A중학교 교장은 “방학은 학생의 방학이지 교사의 방학이 아니다"라며 "교원 연수 일정 등을 조정해 학교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일이지 단협으로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서울 B고교 교사는 “철밥통 논란에 불을 지피는 자충수가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조심스럽지만 이건 잘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 C고교 교장도 “학습지도안 작성이나 교육계획안의 사전결제 받는 것이 검열이라서 싫다면 사후결제라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경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교원 인사나 사업 심사 등에 전교조 조합원을 일정 비율로 참여시키는 조항도 포함돼있다. 예를 들어 교원의 발령이나 승진 등 인사 방식을 정하는 ‘교원인사관리 원칙 수립을 위한 협의회’에 전교조 위원을 30% 포함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연구학교 선정 심의회와 교육과정 심의회와 교과모임을 지원하기 위한 심사·선정 과정과 학교급식위원회에도 전교조 교사 또는 추천 인사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원 인사위원회에 전교조 소속 교사를 30% 포함시키고 연구학교, 교과모임 심사에 전교조 교사를 포함하도록 한 의도는 뻔하다”면서 “교육청 정책에 특정 단체 참여 비율을 명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조합원 수는 지난해 기준 5만3000여 명으로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원(48만8000여 명)의 11% 수준이다.

이밖에도 단협에는 노조활동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도 들어있다. ▲교내에 잘 보이는 곳에 노조 홍보물 부착 전용 게시판을 두고, ▲수업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홍보활동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다. 전교조 주장을 비조합원 교사나 학부모,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셈이다.

단체협약은 체결되는 즉시 1년간 교육청과 전교조가 이행해야 한다. 만약 전교조가 법외노조 소송에서 패소해 법외 노조가 되면, 단체협약은 자동 무효가 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조 교육감도 이날 교장단에게 이런 논조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단협이 설령 파기 되더라도 다시 법적 지위를 회복하게 되면, 지난 협약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협약’을 맺으려고 농성이라는 카드까지 써가며 조 교육감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조 교육감은 전교조의 이런 속내를 정말 몰랐을까. 교원 인사까지 자신들의 뜻대로 하고자는 하는 ‘떼법’ 수준 강요를 못이기는 척 수용해 준 것이, 대법 판결을 앞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입장에서 전교조에게 ’큰 선물’을 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정녕 오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