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한글 단어 이미지로 표현, ‘run length coding’으로 바꿔보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동티모르로 교육 봉사를 떠난 김인규 베코라 기술고등학교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교단 일기를 시작한다. 천해의 자연 속에서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땅 동티모르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교 생활을 들여다 보자.

한글을 활용하여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것을 'run length coding'을 통해 이진법으로 바꿔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압출 할 수 있다.&nbsp; 한글 자음 'ㅎ'을&nbsp; ‘run length coding’으로 변환하는 모습.(사진=김인규 교사)
한글을 활용하여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것을 'run length coding'을 통해 이진법으로 바꿔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압출 할 수 있다. 한글 자음 'ㅎ'을&nbsp; ‘run length coding’으로 변환하는 모습.(사진=김인규 교사)

[에듀인뉴스] “얘들아~ 어떤 노래 좋아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뭐에요?”
“선생님! BTS, EXT 너무 좋아요~ 너무 잘 생겼어요. ㅠㅠ”

동티모르 역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중이다, K팝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한글 배우기 등이 매우 인기 있다. 동티모르 전역 한글학교에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기 위해 몰리고 있다. 

매년 많은 동티모르 사람들이 한국어 시험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일을 하러 떠난다. 특히 학생들은 BTS나 EXO 같은 아이돌 그룹을 굉장히 좋아한다. 컴퓨터 시간에도 한국문화를 접목해 가르쳐 주면 학생들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집중한다. 

컴퓨터 수업도 한국 문화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된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과 컴퓨터도 배우고 한글도 함께 배워가는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언플러그는 컴퓨터 없이 컴퓨터 과학의 원리와 이론을 배우는 것이다. 오늘의 언플러그 주제는 ‘run length coding’이다.

 'run length coding'은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팩스 기계도 'run length code'를 통해 약 1/7 수준으로 데이터를 압축할 수 있다.

학생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글단어를 생각하고 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친구에게 물어보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모습.(사진=김인규 교사)

첫 번째 활동은, 한글'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run length codeing’를 통해 이미지를 숫자로 변환시킨다. 처음은 가볍게 한글 자음 'ㅎ'을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리고 ‘run length coding’을 통해 ‘ㅎ’을 숫자로 바꿔본다.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이미지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서로 토론을 한다. 잘 이해를 하지 못한 학생이 옆 친구에게 물어본다. 

동티모르에서는 친구가 잘 몰랐을 때,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려고 한다. 잘 모르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로 설명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인다.

두 번째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쓰고 싶은 '한글' 단어를 이미지로 그리고, 숫자로 표현해 보는 활동이다.

“너희가 아는 한글 단어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run length coding’으로 바꿔보세요.”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에서 배운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책’ ‘언니’ ‘오빠’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아이들이 알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동티모르 베코라 고등학교에도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편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한글 수업을 굉장히 좋아하며, 한국어 선생님들도 매우 열정적으로 가르치신다. 이런 한국어 선생님들의 열정 덕분에 아이들이 한국어 수업에서 열심히 한글을 공부했나 보다.

학생들은 '한글'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KPOP을 중심으로 한국드라마가 인기가 많다. '엑소' '사랑' '책' 학생들이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컴퓨터 수업에 한글을 함께 접목하니 학생들이 더 재밌게 수업을 듣는다.(사진=김인규 교사)

마지막은 팀이 중심이 되어 과제를 해결해 보는 시간이다.

“모두 한 팀이 되어서 한글로 된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run length coding'으로 바꿔보세요.”

학생들이 4명이 한 팀이 되어 한글로 된 문장을 만들어 본다. 아이들이 서로 모여 무슨 문장을 만들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다. 개별적으로 하는 활동보다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고, 함께 만들어 보는 활동은 수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며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운다. 이때 타인의 의견을 경청 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학생들은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문제를 지식만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동료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잘 모르는 게 있다면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전에, 먼저 친구들하고 토론해 보면 문제를 해결해보세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교사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을 지켜보며 조력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조니아! 이 글자는 어떻게 숫자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어 ㅠㅠ 도와줄 수 있어?”
“내가 한글 단어를 이미지로 그릴 테니까, 아르메니아는 그동안 ‘run length coding’으로 바꿔볼래?”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서로 가르쳐 주며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과제를 쪼개서 역할 분담도 스스로 한다. 

아이들이 만든 문장은 “모모 선생님 사랑해요”이다. 그래도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이라 의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을 보니 뿌듯하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학교는 정전이라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컴퓨터도 켜지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선풍기도 천장 위에 뎅그러니 걸려 있다. 우기라서 밖에는 비가 우적우적 내린다. 교실 안은 후덥지근하고 습하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 좋은 이 묘한 기분은 무엇일까. 한국은 세계가 자랑하는 최고의 교육 시설과 환경을 갖췄다. 그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참 불평불만이 많았다.

동티모르같이 열악한 학교 시설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가르치는 것이 더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왜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가르침'과 '배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오늘도 난 동티모르에서 생각해본다.

동티모르에서 교육봉사 중인 김인규 교사와 아이들. 김 교사는 섬모양이 악어를 닮아 '악어 섬'이라는 애칭을 지니고 있다는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티모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순수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끼는 교사이다. 학생들이 가방도 교과서도 없는 열악한 동티모르 교육환경이지만, 학생들이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재밌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동티모르에서 교육봉사 중인 김인규 교사와 아이들. 김 교사는 섬모양이 악어를 닮아 '악어 섬'이라는 애칭을 지니고 있다는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티모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순수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끼는 교사이다. 학생들이 가방도 교과서도 없는 열악한 동티모르 교육환경이지만, 학생들이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재밌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