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현장 안착 지원 방안 연구 공개
수능 논술화, IB 공교육화 "전문성 갖춘 논술 평가자 양성 필요"
QS 평가 상위권 대학 운용 'IBEC' 국내 대학 도입 제안

연구 보고서 표지 일부 캡처.
연구 보고서 표지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QS 상위권 대학들이 도입한 ‘IB 교원 양성 프로그램(IBEC, IB Educator Certificate)’의 국내 대학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능 논술화와 IB의 공교육 도입에 맞춰 미리 전문성을 갖춘 논술 평가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

IBEC는 검증된 IB 교육자임을 증명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석사 ▲학부 교직 ▲비학위 수료증 등 과정으로 운용되고 있다.

22일 대구미래교육연구원이 공개한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현장 안착 지원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이혜정, 공동연구원 이범, 홍영일)에서는 “성공적인 IB 교육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교원 역량 강화”라며 “한국 공교육에서 IB 운영이 기정 사실화된 만큼 사범대와 교대에서 교직 학위과정, 비학위 과정 등 다양한 형태의 교사교육 프로그램과 IB 연구 개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QS 세계 대학 랭킹’ 상위 학교들이 IBEC를 운영하는 것에서 도입 근거를 찾고, 교대/사범대 교수들이 채점관 양성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 QS 교육학 분야 세계 대학 랭킹 상위 20개 대학 중 35%(7개교, UCL(영국), 홍콩대, 홍콩교육대(홍콩), 토론토대(캐나다), 미시간대(미국), 브리티시콜롬비아대(캐나다), 멜버른대(호주)가 IBE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QS(Quacquarelli Symonds)는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으로 ARWU, THE 세계대학랭킹과 함께 3대 대학 랭킹으로 평가받으며, △학교평가 △학생수/교원수 △논문 피인용 수 △기업으로부터의 평판 △외국인 교원 비율 △유학생 비율 등을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와 제주교육청은 지난 2019년 IBO(IB Organization)와 IB 한국어화에 대한 MOC를 체결, 오는 2023년 11월 한국어로 전 과목 논술 대입시험인 IB 외부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또 지난해 교육부는 2028년부터 논술형 수능 도입 검토를 발표했고,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수능을 논술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연구진은 “한국 공교육에서 IB 운영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글로벌 표준의 전문적이고 공정한 논술 채점관을 양성해야 한다”며 “대학 교수들 및 학교 현장 전문 교원들이 채점관으로 양성될 수 있는 생태계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범대 교수들이 전 과목 논술형 시험 채점관으로 활동하려면면 우선 IB에서 채점을 어떻게 표준화하고 질 관리를 하는지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대학에서 IBEC을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장했다.

IB는 시험을 어떻게 평가하나...단순 계산 실수로 답 틀렸다면 점수 일부 부여 

IB 시험의 채점 철학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습한 것을 증명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성취했는지를 평가하지, 얼마나 실수했는지를 평가하지 않는 다는 것.

연구진은 “수학의 경우 개념을 알고는 있는데 부호를 잘못 봤거나 단순 계산 실수로 답이 틀렸다면 대부분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IB는 과정이 맞았어도 답이 틀릴 경우 전체를 모두 감점하는 채점 방식보다 훨씬 더 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과목 평가는 내신과 외부시험으로 구성된다.

내신 평가권은 교사에게 있다. 대신 내신 채점 결과를 무작위로 중앙 채점 센터에 보내 모니터링을 받으며, 만약 점수 부풀리기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학교 전체 학생의 내신 점수가 내려가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한다.

외부 시험은 전 세계에서 차출된 채점관(비공개)들이 블라인드로 채점한다. 7등급 절대평가 체제로, 일반·선임·수석·책임 채점관 등이 여러 단계에서 교차 채점하고 검증하며, 등급 점수뿐만 아니라 원점수도 제공한다. 또 점수 공개된 이후에라도 재채점 신청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학부모나 학생이 내신 채점에 대해 항의할 일이 없으므로 학부모와 학생의 불신과 항의로부터 교사를 보호해 주는 시스템”이라며 “교원의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교사 및 사범대 교수들이 최대한 많이 IB 채점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차 한국형 바칼로레아 체제 구축을 위한 논술형 수능을 개발하려면 가장 핵심인 채점 시스템을 설계하고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에 사범대 교수들의 참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글로벌 표준에 따라 논술을 공정하게 채점할 수 있는 우리 채점관이 양성되고, 우리 맥락의 채점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사범대 교수들의 전문성이 축적된다면, 논술형 수능 체제를 개발하는 데 매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