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 경인교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아동 성청소년 등의 성 착취물을 공유한 보안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에게 살해 청탁한 혐의를 받는 사회복무요원 강모 씨(24)가 제출한 '반성문'이 최근 화제가 됐다. 

사건을 맡은 재판장이 “그런 ‘반성문’은 쓰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질타를 했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최근 출간된 책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박인기/푸른사상)의 한 챕터인 ‘반성에 대한 반성’이 떠올랐다.

“음주 운전이란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드리게 되어 사죄의 마음으로 반성합니다. 향후 본인은 얼마간 무면허 상태이기 때문에, 차량은 수리해서 팔고, 집에서 근무지까지 멀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병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무면허 운전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중략)...판사님께서 이러한 형편을 고려하시어 선처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위의 글은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반성문’을 치고 검색해보면 나오는 ‘반성문 양식과 예문’을 올려놓은 사이트의 예시로, 음주 운전 사고를 낸 사람이 판사에게 제출하는 반성문의 일부다. 

저자는 “이런 반성문 전문을 다 받아가려면 유료”라며 “돈을 내고서라도 반성문 양식과 예문을 구하는 사람이 있으니 반성문 장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한탄한다.

그러면서 “반성문을, 자신의 마음을 담아 직접 쓰지 않고, 인터넷에서 구입해 편리하게 제출하려는 한다면 그 '반성'은 신뢰를 주기 어렵다”며 “판사들도 이런 반성문 제출 풍조를 알까”라고 썼다.

저자의 질문에 대신 대답하자면 ‘판사들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TV 정치 토크쇼에 패널로 나온 변호사는 박사방 사건 '반성문' 등을 언급하며 “판사들이 제일 잘 안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똑같은) 반성문을 받는데...”라며 웃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저자는 반성문 관련 사이트를 더 뒤져보니 온갖 반성문 사례가 즐비했고, 이들 반성문 양식과 예시 글은 모두 돈을 내어야 ‘완성본’을 다운받을 수 있어, 반성문을 사고파는 세상에 대한, 반성과 반성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책은 언어와 사람됨의 관계에 관심을 쏟아온 박인기 경인교대 명예교수가 평생 국어교육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품었던, '말의 사용과 마음의 행로'라는 주제의식을 다양한 에세이로 풀어 놓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정신적 자아를 언어로 드러낸다.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하고 심정 안에 머물면서 무르익는 감정도 인간의 ‘언어’다. 

당신의 언어는 당신을 어떤 인간으로 형상화해 보여 주고 있는 가.

반성문을 반성해야 하는 수준은 아닌 지, 있지도 않은 ‘팩트’를 나만 있다고 굳건히 믿으며 자기 말에 자기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 어디에선가 만나는 ‘언어’를 통해 나라는 인간의 언어를 돌아 보면 어떨까.

더 신중하고 더 성숙한 통찰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