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참쌤스쿨)

[에듀인뉴스] "우리 새로운 교사노조는 좋은 사람 만들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길을 같이 가자고 만든 대중조직입니다."

2030 젊은 교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교사노동조합연맹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2030 젊은 교사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과도한 정치적 행위와 자꾸 뭔가를 가르치려드는 행태를 싫어할 뿐이다.

2030 교사들은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막무가내로 가치를(그것이 진보적인 것이든 보수적인 것이든) 강요하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기존 세대가 절차의 공정성보다 목표 달성을 더 중시했던 반면, 2030 세대는 공정한 절차와 결과의 정의를 중시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목표를 중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젊은 교사들은 소속감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젊은 교사라고 소속감(연대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자발적으로 더 잘 모인다.

기존 선배들이 개인적 삶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운동에 전념했다면, 2030 세대들은 삶과 일의 균형을 더 중시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운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자기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나친 정치 활동 중심의 노조, 가치를 억지로 강요하는 노조,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고 조합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노조, 활동가들에게 지나치게 자기희생을 강요하는 노조는 쇠퇴할 것이다.

반면 사소한 것이라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노조, 가르치려 들지 않고 교사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져주는 노조, 겸손하고 친절한 노조, 말보다는 실천에 나서는 노조는 흥할 것이다.

물론 노조든 단체든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각각의 노조는 자신의 색깔에 맞는 목소리를 내고,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존해 나가는 것이 교육운동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노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걷어내고 노조가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를 만들기는 쉬워도 유지 발전시키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기초부터 튼튼히 다지면서, 첫 마음을 유지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조가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게 낫지" 싶을 정도의 마음을 선생님들께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우리 교사들도 다른 공무원 노조(노조 가입률 80% 내외)처럼 대부분 교사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