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전은경 경기 광명동초등학교 교사
전은경 경기 광명동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현재 2015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한글 교육 시수는 그전 교육과정보다 증가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학생 중 한글을 말하기는 쉽게 해도 읽고 쓰기는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

1학년 담임으로서 나의 가장 큰 고민은 학습 출발점의 차이였다. 한글을 깨치고 들어온 학생도 있지만 한글을 깨치고 오지 못한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글 수업이 한글을 깨치고 온 학생들에게는 지루했고 한글을 깨치고 오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어려웠다. 이러한 고민때문에 한글 깨치기 활동에 비주얼씽킹을 적용했다. 비주얼씽킹 활동은 각자 자신의 학습 수준에 따라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자음자로 얼굴 꾸미기 활동이 자음자를 배우는 마지막 시간에 제시되어 있다. 교과서 활동만으로 진행하면 한글을 깨치고 온 학생들에겐 시시한 활동이었다. 그래서 교과서로만 진행하지 않고 A4와 네임펜을 준비하여 비주얼씽킹 활동으로 진행했다.

자음자를 활용해 얼굴을 표현한 학생의 작품.(사진=전은경 교사)
자음자를 활용해 얼굴을 표현한 학생의 작품 1.(사진=전은경 교사)

“여러분이 알고 있는 자음자로 얼굴의 눈, 코, 입을 표현해서 그려 보세요.”

학생들은 연필이 아닌 진하게 써지는 네임펜부터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늘 쫑알쫑알 말을 하고 싶어 하고,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갑자기 조용했다.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학생들은 매우 집중하고 몰입하였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교실을 순회하면서 학생들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네임펜을 들고 종이를 보며 머뭇거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표정이든 괜찮아요~ ○○이가 즐거울 때나 슬플 때, 혹은 웃음이 나올 때 어떤 표정이었는지 생각해보고 자신 있게 표현하면 좋겠어요. 다시 그리고 싶거나 더 그리고 싶은 친구는 선생님이 종이를 더 줄게요~”라고 안내했다.

이러한 안내를 받아서인지 머뭇거리고 자신없어 하던 학생들도 종이 위에 자신만의 얼굴 표정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표정이 다 다르듯이, 비주얼씽킹 작품에도 모두 학생들의 개성이 담겨 있었다. ‘어쩜 이렇게 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을까?’ 학생들의 창의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주얼씽킹으로 자음자를 표현하고 난 후 서로 자신의 작품을 모둠 친구에게 발표하게 하였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을 완성한 학생들은 그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즐거워하고 뿌듯해하였다.

자음자를 활용해 얼굴을 표현한 학생의 작푸 2.(사진=전은경 교사)
자음자를 활용해 얼굴을 표현한 학생의 작푸 2.(사진=전은경 교사)

특히 한 여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수줍음을 많이 타서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인 줄 알았는데 비주얼씽킹 작품에는 그 여학생만의 익살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이렇듯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학생도 비주얼씽킹을 통해 표현을 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자신의 작품으로 학급 친구들이 웃음의 꽃을 피웠으니 얼마나 스스로가 뿌듯했을까.

자음과 낱말 그리고 이미지의 결합

초등학교 1-1 한글 지도 단계는 1단원 바른 자세로 읽고, 쓰기를 배우고 2단원 재미있게 ㄱㄴㄷ으로 자음자의 모양, 이름, 소리, 쓰기를 배운다. 3단원 ‘다 함께 아야어여’를 통해 모음자에 대해 배우고 놀이를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1-1 국어 지도서에는 정확한 언어 규칙이나 어휘 사용보다는 문자 사용에 관심을 유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학습 활동의 중점에 한글 해득을 두되, 이해와 표현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로만 보면 학생들이 지루해할 것 같았고 일상 생활과 연결된 수업으로 진행하려면 학생들의 삶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학습 격차도 줄이면서도 이해와 표현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전 수업에서 자음자로 얼굴 표현하기에 집중했던 아이들, 그리고 각자 자신만의 일상 생활을 떠올려 얼굴 표정을 표현했던 아이들이 이 고민에 해답을 주었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자음자 14개 중에서 각자 표현하고 싶은 자음자 4개를 정하고 그 자음자를 쓰고, 읽고, 그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을 생각해서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라고 안내했다.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 표현하기 학생 작품 1.(사진=전은경 교사)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 표현하기 학생 작품 1.(사진=전은경 교사)

이번에도 학생들의 작품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었다. 얼굴 표정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단어까지 연결하기 때문에 연결한 낱말 속에서 학생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제가 아끼는 물건이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에요.”

자음자와 연결된 낱말을 적고 비주얼씽킹으로 시각화한 것을 보여주며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자음자를 쓰고 그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을 쓰는 활동까지는 많이 진행되는 활동이다.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 표현하기 학생 작품 2.(사진=전은경 교사)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 표현하기 학생 작품 2.(사진=전은경 교사)

낱말의 의미를 비주얼씽킹으로 시각화까지 하는 과정은 학생들이 더 구체적으로 낱말의 의미를 생각해야하고, 일상 생활에서 경험했던 것을 끄집어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음자 하나 하나를 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4차시 수업을 운영하는 동안 학생들은 자음자와 자신이 알고 있는 낱말을 열심히 연결하면서 자음자를 더 확실히 익히게 되었다.

4차시 활동 이후 이제는 자음자 14개 모두를 표현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선정했기 때문에 모르는 자음자에 대해서는 교사가 파악하기 어려웠다.

14개를 모두 표현하도록 기회를 주면 학생이 정확히 모르는 것을 교사가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다. 14개를 표현하는 과정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어려워했지만 자음자를 더 확실하게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비주얼씽킹, 한글을 깨치지 못한 학생에게도 '안성맞춤'

우리 학급에는 입학 당시 한글을 깨치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자음자로 얼굴 그리기를 참여하면서 고민했던 모습을 작품에서 볼 수 있었다. 잘 표현했는데 자신감 없어서 그렸다 지웠다 했던 학생의 마음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이 학생은 늘 즐겁게 비주얼씽킹 한글 수업에 참여했다. 자음자 전체를 읽고, 쓰고, 낱말로 표현하는 시간에 6개의 자음자만 표현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낱말을 잘 표현했다.

입학 당시 한글 미해득 학생의 비주얼씽킹 작품.(사진=전은경 교사)
입학 당시 한글 미해득 학생의 비주얼씽킹 작품.(사진=전은경 교사)

기역-기차, 디귿-사다리, 리을-리본, 니은-개나리, 비읍-바지, 미음-마늘을 표현하였다.

이름도 좌우가 바뀌게 썼던 이 학생은 여름방학이 될 즈음에는 비주얼씽킹 한글 수업과 책 읽기 활동으로 한글을 해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도 이 학생의 작품을 보면 감동이 몰려와 울컥하게 된다.

이렇게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초등학교 1학년 한글 수업은 한글을 깨치고 온 학생들에게도, 깨치지 못하고 온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한글 해득 정도가 다르더라도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나가면서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학생들, 그리고 그러한 학생들을 관찰하며 배움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우며 교사로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비주얼씽킹의 마법은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도 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