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에듀인파트너스 대표 겸 에듀인뉴스 기자)
송민호(에듀인파트너스 대표)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교육의 주체를 꼽자면 학생, 교사, 학부모, 학교(교육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주체마다, 역할마다 고유의 영역도 있고 겹치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제까지 학부모의 역할과 노력은 미디어에서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헌신한 한 어머니의 노력의 결과물이자, 한국의 어머니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또는 느꼈던 고민과 갈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머리말에 보면 필자의 고민이 묻어난다. 언제나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거나 끝날 무렵에 입시를 치루는 학생과 학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저는 외둥이 엄마로서 자녀 교육의 전 과정마다 매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래서 지금 자식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이 잘하는 일인지 늘 확신이 없던 엄마였어요. 자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했고 자식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걱정과 조바심으로 애를 태운 일들이 너무도 많았어요.”

그리고 기대했던 자녀로부터 기대하지 않은 변화를 보게 되었던 경험도 진솔하게 풀어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대표해서 교육청 수학 영재 시험을 보러갈 정도로 영리한 아이였지요. 교육을 위해 5학년 때 목동으로 이사 가자고 제안했을 때도 '한 번 도전해 볼래요'라고 야무지게 대답했던 야망도 학습의욕도 높았던 아이였습니다.

(중략) 중2 여름부터 사춘기가 오더니 공부를 등한시하고 안 가던 PC방을 다녔어요. 친구에게만 집착하고 가족에게는 냉정하게 행동하기 시작했지요. (중략) 거기다 그렇게 열심히 했던 공부도 하기 싫어하고 학원마자 가끔씩 몰래 빠지면서 아이와 저의 갈등이 깊어져갔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이 책을 누가 읽어야 하며, 왜 읽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을, 필자가 쉽게 풀이하는 동시에 당시에 그 일을 겪으면서 든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있기에 독자들은 금방 책에 몰입하게 된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필자의 교육경험을 담았다.

‘제1부 초등학교가 시작되다, 제2부 교육을 위해 목동으로 이사 오다, 제3부 사춘기를 혹독하게 치르다, 제4부 교육을 위해 강을 건너다, 제5부 고2, 사춘기가 저물다, 제6부 고3이 되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연대기적 서술방식을 차용한 구성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를 둔 학부모부터 고3 학부모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이 책에서 백미라고 불릴 수 있는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춘기 자녀를 위한 학부모의 Must-Action-Plan은?

“후배 어머니들, 아이가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때 저는 어리섞게도 아이를 닦달했어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줄 알고 그랬던 거죠. 시간이 흐르고 이제 와서 보니 모두 소용없더군요. 강경하게 나갔던 것이 오히려 갈등만 더욱 커지게 했습니다. 아이에게 품어왔던 엄마의 기대와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공감해 주려고 노력하고 좀 더 너그러운 태도로 아이를 대했어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와 반성만이 남아 있어요.”

이러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의 관계맺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필자는 사춘기를 겪는 자녀를 수용하고 이에 적응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란 점도 언급한다.

흡사 사운드오브 뮤직에 보면 대립된 자녀교육관이 나오는데, 트랩 대령은 자녀들은 군대식으로 교육하지만, 새로 자녀교육을 맡게 된 마리아는 특유의 친화력과 수용력으로 자녀들을 감싼다.

한편 최근 인기리에 방영이 종료된 ‘SKY캐슬’의 경우에는 부모와 자녀의 상반된 욕망과 경쟁 중심의 사회가 보여주는 비극 등을 적절하게 섞여 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미디어와 이에 담긴 교육관은 시청자들의 혼란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현재, 여기를 사는 엄마들에게 의미있는 조언을 남긴다고 평가된다.

2) 고3 학부모에게 첫 모의고사의 의미는?

“고3 첫 모의고사는 고1, 고2 때 아무 생각 없이 보던 시험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고등학교 공부의 가장 결정적 시기인 고2 겨울방학을 보내고 치르는 시험이라 그 의미가 컸습니다. 겨울 방학 때 공부를 얼마나 완성도 있게 했느냐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고, 향후 고3이 치르게 될 많은 모의고사들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시험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실력차가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고등학교 1,2학년 때 모의고사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즉 고3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충 친다거나 아니면 주변의 학습 분위기 때문에 진지한 시험장의 경험을 학생들이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3) 학생마다 학습성향이 다를 수 있을까?

그런데 학생들의 성향에 따른 학습경험에 대한 필자의 멘트가 나온다. “희안하게도 고2 겨울방학식 날 ‘모의고사 우수자’라는 명목으로 장학금과 장학증서까지 받아 옵니다. 고1, 고2 내내 그렇게 학원을 빠지고 게임을 해서 제 속을 썩였던 아들이 놀랍게도 모의고사를 잘 봐서 인생 최초로 장학금을 다 받아온 것입니다.”

학생들의 학습성향을 보면, 표준화된 시험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과 교사와의 교감을 통해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수능시험을 잘 보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의 경우 교과내용이나 범위 및 시험 유형이 정해져 있으면, 이런 안정적인 패턴에 빨리 적응하여 단시간에 효율성을 발휘하며 결과를 낼 수 있다. 이와 달리, 과목 선생님의 스타일에 민감하는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엄마! 우리 한국사 선생님 너무 잘 가르치셔!’라는 경험을 통해 해당 과목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또 참고할만한 것이 있는데, 핀란드 교육의 경우 ‘학생의 속도를 기다려줄 수 있는가’(<교육의 차이>란 도서에 등장하는 목차 제목)라는 말로 알 수 있듯이, 학생마다 스스로의 진가를 발휘하는 시기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이러한 교육적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다행히 저자의 자녀는 고3 첫 모의고사에서 네 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자녀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을 보상을 받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알아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