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석학 참여와 협의 통한 공동 대책 필요성 강조
현 코로나19 매뉴얼 업무갈등, 혼선 봉착 가능성 높아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 경기 시흥 은행중 보건교사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 경기 시흥 은행중 보건교사

[에듀인뉴스] 정부와 전 국민의 적극적 노력으로 다행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5월 초 등교 개학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등교 개학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마스크, 비접촉 체온계, 열화상 체온계, 손소독제, 기구 소독제 등 방역 물품 현황 및 구비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온라인 모의 훈련을 통해 만에 하나라도 학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세세한 행동 요령도 보건교사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보건교사로서는 학교의 방역 대비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의료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두터운 매뉴얼 개정판이 수시로 전달되고, 교육 당국의 예산 지원과 보건교사 및 교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해외까지 뒤져 최선을 다해 방역 물품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코로나 19 감염병을 바라보는 방향과 전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1986년 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400배에 달하는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최악의 폭발사고 이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지칭했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소위 과학적 합리성으로 문제 인식부터 해결까지 가능했지만, 이제는 위험 자체가 불확실성, 모호성, 복잡성이 증가해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전문가조차도 잘 모르는 새로운 위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위험 인식이 다른 대중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대응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전혀 예상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가령 결핵은 의사들의 처방과 권고에 따라 그대로 대응하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전문가도 정확히 몰라 오히려 비전문가, 전문가 할 것 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협의해, 각자의 시선과 관찰을 통해 얻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사회적으로 공동의 대응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즉 '위험사회'에서야 말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종플루 당시 WHO(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학교 감염병 대응 원칙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WHO는 학교 감염병 대응 원칙으로 ▲참여형 의사결정 협의체 구축 ▲업무지속 계획 수립 ▲감시(Surveillance) 및 전파차단을 위한 적절한 수단 사용 ▲정보공유·의사소통 방안 수립 등을 제시했다. 

먼저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매뉴얼 작성에 참여해야 한다. 학교장, 학부모, 교사,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영양(교)사, 학교 통학 담당자까지 모두 참여해 각자 입장과 처지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지, 어느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지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소위 구멍이 생기지 않고 능동적이며 현장중심적인 생생한 매뉴얼이 가능하다는 것. 

교육 당국의 매뉴얼은 말할 것도 없다. 의사뿐만 아니라 보건교사, 교사, 학부모, 필요하다면 학생들도 동등한 자격으로 대거 매뉴얼 작성에 참여해야 한다. 

둘째, 업무 지속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학습 지속부터 급식, 대체 인력 투입 계획-교사, 직원, 보건교사가 이환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최악의 상황에서도 가동해야할 필수 영역 등은 미리 선별해 그 부분만은 어떻게든 작동되도록 행정시스템을 완비해야한다

현재 매뉴얼처럼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역학조사를 하고, 환자뿐만 아니라 접촉자를 격리하고 시설을 폐쇄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인지, 아니면 독감 유행 시처럼 별도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환자만 중심으로 치료·격리하고 환자 발생 현황에 따라 휴반, 휴학년, 휴교를 결정하는 일률적인 지침이 더 효과적일 것인지 미리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감시와 전파 차단을 위해서는 현장에 적합한 수단이 활용되어야 한다. 가령 신종플루 당시에 매일 체온을 측정한 후 체온이상자를 보고하도록 한 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 가운데 우리가 유일했다. 

당시 보건교육포럼(보건교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10% 정도 학생들이 일부러 체온을 높이려고 핫팩을 대거나, 체온을 떨어뜨리려고 해열제를 먹고 등교하는 등 돌발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일률적, 강제적으로 통제하고 점검하는 방식이 오히려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현장에서 적당한 수준에서 융통성 있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공유와 의사소통 대책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불확실한 위험을 대하는 인식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포와 불안의 정도가 다르고, 특히 학생들은 어른과 위험인식이 달라 증폭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속적 보건교육 등을 통해 감염병 증상과 대처뿐만 아니라, 건강 공동체 의식, 건강 의사결정 능력, 건강 정보 활용 능력 등을 길러야 하는데, 현재 교육 당국의 지침은 보건교육 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법률에 규정된 보건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화하는 대신 각자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 설문조사, 일부 관련단체 의견 청취는 자칫 요식 행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하다면 CNN 방송처럼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송토론이라도 기획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공동 대처 방안을 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방향과 전제가 바뀌지 않고는, 제2의 확산이 거의 확실시되는 코로나19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언제까지 보건교사가 관세 번호까지 찾아 해외에서 마스크를 사는 게 능력으로 추앙되고, 코로나19 대응 보건교육 대신 마스크 수, 손소독제 수, 기구 소독제 수를 일일이 세어 보고하는 게 대응의 최선책이 되어야 할까. 

얼마 전 담임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학생들 핸드폰 문제가 화두가 되었다. 개학 후 핸드폰을 걷기보다는 학부모와의 효과적인 연락, 교사 및 학생 간 접촉을 줄여야 하므로 핸드폰 소지를 당분간 허용하자는 의견이었다. 

보건실, 도서관 이용 문제도 거론되었다. 아이들이 아프면 보건실로 몰리기 때문에 발열 학생을 위한 별도 격리 공간을 지정했다 하더라도, 보건실에서 이환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어 보건실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당분간 간단한 밴드나 상비약을 소지하게 하고 아프면 조퇴를 생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도서관도 순번과 규칙을 정해 도서 대출과 반납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해졌다. 

신학기 시작 전 보건교육포럼의 보건 선생님들과의 내부 토론에서는 신규 보건교사에 대한 선배교사의 멘토링이 제안되었다.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도 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떤 연수도 없이 현장에 바로 투입된 신규 보건교사도 있는 만큼 보다 촘촘한 네트워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보건교사의 권한이 미흡하니 비상대책반이 가동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또 방역팀이 있어도 보건교사가 방역에 관여하고, 출결 확인팀이 있어도 보건교사가 출결을 검토하는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집중적 대응이 어렵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질병관리본부처럼 감염병 대응만큼은 보건교사가 교장에 준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신종플루 때처럼 교육감과 교육부장관이 협력해 대응 예산을 지원해 학교로 보건 인력을 추가 지원, 대응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매뉴얼에는 학교 내 별도 격리공간을 담임교사나 보건교사 외 다른 교직원이 담당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염려가 강한 상황에서 오히려 업무 갈등, 혼선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철학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삶의 어떤 영역에서든지 생존, 공정, 수용, 헌신이 허용되는 공적 존재로서, 누구나 참여하는 정치의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감염병 팬데믹을 예측한 수많은 석학들도 참여와 협의를 통한 공동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간과하거나 침묵이 강요되는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몇 차례 파고를 예고한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