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법령 없이 운영된 이유 살펴 '입법' 나서야

강민정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교사의 국회 진출을 위해는 교원 정치기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강민정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교사의 국회 진출을 위해는 교원 정치기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제21대 총선에서 열린 민주당 강민정 후보자가 비례대표 3번으로 당선되었다. 강 당선인이 국회가 개원 전인데도 교사나 교사단체로부터 주목받는 것은 유일한 교사출신이기 때문이다. 

강 당선자는 지난 25일 ‘에듀인뉴스’와 인터뷰를 했다.(관련기사 참조) 첫마디는 “어깨가 무겁다”, “교육현장 입장에서 누가 당선됐든 교사출신으로 국회에 의견을 개진할 교두보라고 본다”, “모든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국 교육구조를 바꾸는데 하나씩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자는 강 당선자의 ‘교사정치기본권 보장’, ‘교원평가제 폐지’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다른 입법과제에 대해서는 신중했으면 한다. 

강 당선자의 문제의식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이제 당선자는 더 이상 특정한 진영이나 직업을 공유했던 전직 교사가 아니라 이 나라 국민과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 당선자이고 교육관련 법안을 발의하든 타 법안에 찬성하든 국민 모두에게 법적 영향력을 미치는 권력 주체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법은 정의를 실현하거나 왜곡하는 양날의 칼이다.  

강 당선자가 오랫동안 혁신학교의 철학을 실천했기에 혁신학교에 크게 영향을 끼친 일본 교육철학자 ‘사또 마나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사또 마나부에게 배움의 수단은 ‘경청’과 ‘성찰’이다. 그는 배움의 시작을 타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성찰하는데서 찾았다. 타자와 소통하려고 애쓰며, 그의 삶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를 성찰하여 외부에 표현하고 공유할 때에 배움을 축적한다고 보았다. 

그동안 ‘혁신학교 전도사’로서 사또 마나부의 철학에 공감했다면, 국회의원이 되었어도 진심으로 견지하기를 바란다. 

당선자가 교육전문가 국회의원으로 헌신하려는 포부에 대해 몇 가지 고언을 하려는데 그 중 먼저 ‘방과후학교'에 대해서다. 

당선자는 “돌봄과 방과후는 지자체가 주체가 되고 학교는 협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가 국가기관시설이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자체는 아동복지룰 책임지는 기관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요구는 그동안 특정한 교사단체의 집중적 요구였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의 ‘긴급 돌봄 협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에서 ‘방과후학교’는 교사의 업무가 아니다. 벌써 15년이나 시행되었는데도 아직까지도 법률적 근거가 없다. 

교육부장관이 정한 초중등교육과정 총론에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바탕으로 방과후 학교 또는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전부로, 주먹구구식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다수 교육청은 17개 시도교육청 및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제작한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세종시교육청은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몇 의원이 ‘방과후 학교’를 법제화하려고 했지만 통과되지 못했고 법안 취지도 달랐다. 

방과후학교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하기 보다는 그 운영에서 위탁업체로 인한 강사들의 저임금, 임금체불을 해결하고 방과후 강사의 질이 떨어지는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는 이해갈등이 매우 크고 넓다. 교육청마다 의견이 일치하지도 않고 ‘교사단체’나 ‘방과후 강사단체’ 간 의견도 대립한다. 학부모는 그만 두고라도 학부모 단체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즉 지금 당장 학교가 주도하는 방과후학교와 그 업무를 외부로 이전해도 말끔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정부가 법령 미비나, 교사들의 고충을 알지 못해 방과후학교를 학교에서 운영하도록 했거나 국회의원들이 교사를 의도적으로 ‘골탕(?)’ 먹이거나 무시해 법령제정을 소홀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정부는 국민의 사교육비의 부담을 덜고 학교에서 교사든 외부강사로 학생을 돌보거나 가르치고 배우게 하면 학부모들에게는 ‘안심’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교육의 안정성을 위해 법령에 없지만, 교사의 희생을 알지만 부득불 학교에 의지하려고 했다. 더구나 초등 돌봄의 경우는 정규수업시간 이후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 만든 정책인데 정부로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교육감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쉽지 않았다. 직선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지역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학부모의 표는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지역주민은 교육청이 꼼꼼한 대책을 마련해 지자체로 넘길 경우에도 합리적 판단보다는 정서적으로 분노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2017년 ‘방과후학교’를 지자체로 넘겨 ‘마을 사업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더구나 진보적인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까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참학은 “교사와 학교에게 강제적으로 부담을 지우라는 뜻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납득할만한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폐지하려는 구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지자체가 그 업무를 선뜻 받아주기도 어렵다. 물론 지금 지자체는 특히 전국 광역지자체에는 지자체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교육정책관, 복지보건국 등이 설치되어 있고 기초 지자체에도 교육문화과, 교육복지과 등 교육과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가 조직되어 있다. 

일부는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지원센터’, ‘아호학교’ 등을 운영,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를 직접 운영하지만 중심업무가 되기에는 깊이 있는 교육적 역량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지자체가 운영 중인 방과후학교 강사가 ‘교육적 역량에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지’, ‘제대로 된 심사를 통해 선발했는지’, ‘위탁업체에 맡겼다면 그 위탁업체는 공정한 절차를 따르거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확증할 수도 없다. 

즉 지자체에는 국민이 학교를 대신할 정도로 자식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방과후학교에 대한 인프라가 없다.
 
정부, 교육감, 지자체의 사정을 고려한다 해도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의 방향은 바꿔야 한다. 

강 당선자와 일치한다. 하지만 당선자가 교사단체나 교사들의 주장을 깊게 고민했는지 걱정된다. 더구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 

당선자는 조금 지나면 입법권자이고 당선자가 곧 국회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5년 동안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한 까닭과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애써야 한다. 

당선자의 의견은 국민 모두, 최소한 다수가 공감하는 의견에 가까워야 한다. 더 이상 ‘교사 강민정’ 또는 ‘교육활동가 강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이자 진보적 시민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난 15년간 불법적으로 운영한 방과후학교의 입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른 국회의원들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않겠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유치원 역사를 새로 쓰고 국민에게 크게 공감 받은 ‘유치원3법’을 발의한 것처럼 좌고우면하지 말고 입법화하는데 앞장서시라. 

보수, 진보나 좌우 스펙트럼의 문제가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 원리에 어긋나는데도, 국가권력이든 교육청 권력이든 불법적으로 해왔던 권력 남용을 멈추는 일이다. 

둘째, 방과후학교의 운영주체를 지자체 보다는 교육청으로 하고, 독립적인 센터를 만들어 ‘강사검증’, ‘강사선발’, ‘개설과목’, ‘행정관리’ 등을 모두 담당하도록 하며, 단위학교는 공간을 대여하고 관리하는데 그치도록 해야 한다. 

또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꿈의대학’처럼 각 지역 대학과 협업을 통해 양질의 과정을 개설하고 검증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절차적으로 세밀하게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로 인한 교육청의 추가적 인력과 운영비용은 법에 규정해 국가와 지자체가 분담하게 하거나 교육청에 주는 중앙정부 교부금의 비율을 높여 지원하면 된다. 

당장 교육재정이 부족하면 ‘교육지방채’의 발행을 늘려 운영하면 된다. 특히 법안에는 방과후 학교 강사의 수당에 대한 배려가 꼭 있어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기억해야 한다. 방과후학교를 학교 밖으로 이전하는 것도 결국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하고 그 책임을 국가가 지겠다는 뜻인데 강사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다. 

그래야만 교육청이 운영하는 ‘방과후센터’는 최고 강사를 섭외하고 그 혜택은 모두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자체로 이전하면, 지금도 전반적으로 교육인프라가 부실하고 더구나 교육에 대해 정서적으로 민감한 국민문화에서,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 법제화나 교육의 질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설령 법제화가 되어 지자체로 이전한다고 해도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그 피해는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외국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과 호주는 방과후학교의 운영주체를 지자체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별도 센터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검토하고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당선자가 적극 수용한 혁신학교 철학의 근간이었던 사또 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는 일본에서 지금 한국의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위해 ‘방과후학교’를 외부에 이관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추진한 교육정책이 실패하였다”고 비판하며 나온 교육철학이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 1995년에 교육개혁을 한다고 ‘합교론(合校論)’을 추진했다. 

‘합교론’은 21세기 학교를 ‘기초교실’, ‘자유교실’, ‘체험교실’의 세 가지 네트워크(합교)로 편제하여 네트워크로 결합했다. 

‘기초교실’은 기존의 학교를 슬림화한 교실로 ‘언어능력(국어)과 논리적 사고(수학)와 일본인의 정체성(도덕, 일본사)’을 가르쳤고, ‘자유교실’은 부모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배우는 곳으로 지역의 전문가나 사교육업자가 운영했던 교실이며,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을 배우게 했다. 

‘체험교실’은 지역의 자원봉사자와 스포츠교실과 사교육업자의 교실로 체험을 중시한 생활지도와 동아리활동과 학교 행사 그리고 진로지도를 담당하게 했다. 

이 세 가지 ‘교실’의 합교가 21세기 학교로 구상된 것이다. 결국 공교육에서의 몸집을 줄여 국어, 수학, 도덕, 일본사를 가르치는 ‘교실’만 책임지고 다른 영역은 지역사회 전문가와 방과후 강사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합교론’은 국가적으로도 실패했다.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지 못했고’, ‘교사의 전문성을 키웠다는 실증적 증거도 없었으며’, 오히려 ‘기초학력 저하’와 ‘교실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소외되어 나타나는 학교폭력, 왕따, 가족해체 등 교육적 사회문제’를 키웠다.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교육혁신운동이 사또 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 철학’이다.  

강 당선자는 교육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한다. 첩첩산중이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난해한 한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면, 한평생 교사로서 교육운동가로서 누구보다도 아이를 사랑하고 ‘인간화 교육’을 하는 학교를 보고 싶다면, 중요한 쟁점에 대해 신중하고, 실증적이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교육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박용진 의원이 처음에는 고립무원이었지만, 그 뒤에는 가장 든든한 국민의 합리와 상식이 있었다. 그랬기에 21대 총선에서 서울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다. 

선불교 고승이었던 혜능(慧能)의 불법을 가장 충실히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제의현(臨濟義玄)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고 말한 것처럼 “교사를 만나면 교사를 죽이고 진보를 만나면 진보를 죽여라”라는 비판적 사고를 할 때에만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는 열 사람이 한 걸음 가는 교육개혁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