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 선행이 올해도 이어졌다. 벌써 16년째다.

30일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동장 박병국)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는 이날 오전 9시53분 전화를 걸어 와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 공원 가로등 숲 앞에 돈을 놓고 가니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의 말대로 그곳에는 A4복사용지 박스 안에 돼지저금통과 지폐다발이 있었고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이날 그가 놓고간 돈은 5033만9810원이며 2000년 4월 58만4000원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선행을 베풀어왔다.

올해까지 16년 동안 총 4억4764만1560원을 동주민센터 근처에 두고 말없이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돈을 놓은 곳을 알리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놓고 갔다.

박병국 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기탁금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설 명절과 추석 명절 때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익명의 기부자를 전주시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른다. 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노송동에 기념비를 세웠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천사'를 의미하는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