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씽킹으로 자기소개하기 수업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온라인 비주얼씽킹 수업 가능할까"...도전을 시작하다

[에듀인뉴스] 비주얼씽킹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설계할 때 고민이 되었던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단계적 활동을 어떻게 온라인 수업으로 구현할 것인가.

학생들이 비주얼씽킹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서 수업에서 단계를 쌓아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과물 중심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시각적 사고를 하는 과정도 충분히 경험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 과정을 함께 할 수 없어 학생들이 비주얼씽킹을 그림 표현으로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둘째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직접적 피드백 없이 어떻게 학생들이 과제를 완수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글의 내용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해 나갈 때 교사의 피드백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비주얼씽킹 과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고 과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어떻게 안내하느냐에 따라 수업에 대한 몰입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셋째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중요한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이다.

비주얼씽킹 수업은 비주얼씽킹 개인 활동 이후 발표하면서 협력적으로 심층적인 이해를 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비주얼씽킹을 초기에 활동할 때에는 다른 학습자로부터의 배움이 매우 크다.

따라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못하더라도 온라인 수업 내에서 다른 학습자들에게 배울 수 있는 수업 설계가 필요하였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비주얼씽킹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비주얼씽킹 수업을 설계하였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방식을 고민했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하여 강의 영상을 제공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혼합형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우선 온라인 수업에 있어서 가장 큰 원칙을 하나 세웠다. 동영상 제작과 편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을 것. 동영상 제작은 온라인 수업 설계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편집이나 영상이 우수한 것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6년 전 거꾸로 수업을 진행할 때에도 학생들은 기존 제작되어 있는 영상이 더 훌륭함에도 기존 제작되어 있는 영상보다는 ‘우리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제작해준 영상을 더 선호하였다. 영상을 통해서 선생님의 존재를 느끼고 관계성을 느꼈고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과 더 연계성을 느꼈다.

그래서 수업 영상을 찍을 때에는 수업 영상에 대한 완벽성을 스스로 내려놓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의 모습대로 담기로 했다.

교사의 얼굴이 나오면서도 판서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사진=호민애 교사)
교사의 얼굴이 나오면서도 판서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사진=호민애 교사)

동영상을 찍는 도구도 가장 쉬운 것을 찾았다. 교사의 얼굴이 나오면서도 판서하면서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페이퍼튜브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네오펜은 종이에 적는 내용이 페이퍼튜브 애플리케이션 화면으로 전송이 되기 때문에 교사 얼굴 화면+판서 내용, 교사 얼굴 화면+교과서 영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테블릿 PC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바로 종이에 글씨를 쓰기 때문에 기기 적응 기간이 필요 없다는 점이 편리하다.

1. 페이퍼튜브 애플리케이션과 네오펜을 준비한다.

2. 전용 용지와 페이퍼 튜브 컨트롤러를 준비한다. 페이퍼튜브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녹화 시작-끝, 펜 굵기 및 색깔 전환 효과음 넣기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3. 네오펜과 페이퍼튜브 애플리케이션을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녹화를 시작한다.

4. 종이에 글씨를 쓰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촬영이 끝나면 종료 버튼을 누르면 동영상이 생성된다. 동영상은 길게 촬영하지 않고 3분~10분 단위로 찍는다.

5. 구글 프레젠테이션으로 찍은 동영상을 삽입하여 수업 자료를 제작한다. 프레젠테이션 작업이 어렵다면 동영상 파일 제목에 순서를 표기한다(시점소개_01, 과제 안내_02 등). 가급적이면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하는 것이 이후 공유할 때에도 편리하다.

원격 수업 비주얼씽킹, 어떻게 준비했을까

구글 클래스룸과 혼합형 수업 유형으로 비주얼씽킹 온라인 수업을 다음과 같은 원리로 설계하였다.

첫째,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제시하기 위해 과제를 단계별로 제시하고 수업 영상도 3~10분 이내로 내용별로 촬영한다.

둘째,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습자들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해 과제 내용을 수업 동영상에 담는다.

셋째,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는 물론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 동영상 제작 방법을 다양하게 한다.

넷째, 플랫폼 내에서 사용 가능한 소통 및 협업 도구를 과제 성격에 맞게 제시하여 학습자의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비주얼씽킹으로 자기소개하기’ 과정 수업은 다음과 같이 설계하였다.

 <비주얼씽킹으로 자기 소개하기 동영상 1차시>

첫 번째 시간이기 때문에 국어 수업 안내, 다른 국어 선생님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비주얼씽킹의 개념, 비주얼씽킹으로 학습한 사례를 제시하고 기초 연습인 기본 도형 실습까지 진행하였다.

(사진=호민애 교사)

비주얼씽킹을 그림으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복잡한 내용을 비주얼씽킹으로 이해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한 피드백 내용을 동료 교사에게 제공하고 동료 교사가 비주얼씽킹을 완성하는 영상을 제작하였다.

비주얼씽킹으로 자기 소개를 하기 위해서 1, 2, 3단계로 과제를 나누어 제시하고 단계별로 해야할 과제를 안내하였다.

<비주얼씽킹으로 자기 소개하기 구글 클래스룸 1차시 수업 진행 내용>

출석확인-구글 클래스룸의 단답형 질문으로 제작하였다. 수업 영상은 3~10분 단위로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하여 단계별로 제작하였다. 학생들에게는 링크로 제공을 하였고 동영상만 따로 볼 수 있도록 동영상 링크만 따로 제시하였다. 과제가 총 3단계이지만 게시판은 두 개로만 제시하였다. 단계마다 게시판이 있으면 오히려 더 학생들이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호민애 교사)
(사진=호민애 교사)

1,2단계는 비주얼씽킹으로 자기를 소개하기 위한 내용을 마련하는 단계이다. 1학년 국어 수업이 총 5단위이기 때문에 국어교사가 3명이 수업을 나눠서 진행한다. 본 수업은 주1회 수업이기 때문에 3단계 과제는 시간을 여유롭게 부과해주었다.

과제물이 속삭이다..."선생님, 저 이렇게 했어요"

자신을 MP3 플레이어, 사자, 나무로 소개한 학생의 과제.(사진=호민애 교사)
자신을 MP3 플레이어, 사자, 나무로 소개한 학생의 과제.(사진=호민애 교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작품을 보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의 생각이 담긴 과제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선생님, 저 이렇게 했어요. 선생님, 제 아이디어 훌륭하죠?”

학생들의 과제를 보면서 나도 대답했다.

“정말 잘했다. 우와, 이걸 어떻게 생각했을까? 기특하다.”

그동안 학생들을 만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주어진 일들에 대한 부담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물론 과제를 잘못 이해한 학생도 있었다. 1, 2, 3단계를 순서대로 제시 안 하고 3단계만 제시한 학생, 1단계를 모두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학생, 2단계에서 단어를 선정할 때 비유적인 내용이 아닌 좋아하는 컴퓨터, 음식을 그린 학생이 있었다.

자신을 배, 사람, 스포츠로 소개하였다. 사람(친구)와 스포츠는 한 번에 표현할 수 없는데 연상이 되는 것으로 잘 표현하였다.(사진=호민애 교사)
자신을 배, 사람, 스포츠로 소개하였다. 사람(친구)와 스포츠는 한 번에 표현할 수 없는데 연상이 되는 것으로 잘 표현하였다.(사진=호민애 교사)

하지만 교실 수업 상황에서도 과제를 잘못 이해한 학생은 있지 않은가?

수업하면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과제는 교사로서 존재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수업 이후 교사에게는 남은 것은 226명 학생들의 피드백이었다. 학생들에게 한 줄이라도 남기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과제에서 생각의 깊이가 더 드러나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작품도 많았지만 직접 만나지도 못한 선생님의 수업 영상을 보고 이 정도로 과제를 제출한 것에 대해 대견하다는 생각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었다.

구글 클래스룸의 쪽지 기능을 활용하여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안내해주기도 하였다.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학생 전체를 피드백 하는 것은 확실히 부담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각 존재 자체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다음 수업에서 보여줄 학생들의 존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