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씽킹은 하나의 씨앗...교사와 학생 함께 성장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오화정 광주 상무초등학교 교사
오화정 광주 상무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비주얼씽킹 수업에 대해 교사들이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

‘교사가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교사가 비주얼씽킹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비주얼씽킹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 연습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등 새로운 수업 방법이다 보니 두려움이 많은 것 같다.

나에게 비주얼씽킹은 하나의 씨앗이었다. 무슨 꽃이 필지 몰랐지만 아이들은 꽃을 피웠다. 교사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게 되었고 아이들은 경험하게만 해도 알아서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비주얼씽킹을 소개만 해주었을 뿐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였다. 그러한 나의 경험을 담아보았다.

2016년 7월, 비주얼씽킹 특강을 듣고 나서...

하부르타 수업으로 고민이 많았던 때이다. 학생들 활동에 깊이가 없어 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그러한 고민이 되는 지점에서 마음에 꽂히는 단어가 있었다.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교사가 못해도 된다니...’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온작품 읽기 활동에 적용한 비주얼씽킹 작품.(사진=오화정 교사)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온작품 읽기 활동에 적용한 비주얼씽킹 작품.(사진=오화정 교사)

2016년 10월, 5학년 전체에게 비주얼씽킹을 시도하다

특강을 두 번 정도 더 들었지만 여전히 비주얼씽킹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도 온작품 읽기 활동에 도전해보았다.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을 읽고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라고 했더니 핵심이 되는 줄거리를 잘 표현하였다.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며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조언도 하면서 계속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 중요한 내용을 잘 기억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았던 남학생들도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수업을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했고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자는 취지로 5학년 수업 전체에서 비주얼씽킹 수업을 진행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사회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비주얼노트로 표현했다.(사진=오화정 교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사회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비주얼노트로 표현했다.(사진=오화정 교사)

2017년 7월 5일, 아이들의 성장은 놀랍다

6학년 담임인 윤 선생님은 학생들이 현대사 부분을 비주얼씽킹으로 잘 정리했다고 자랑하셨다. 궁금하여 6학년 복도에 갔더니 비주얼씽킹 작품이 복도에 가득 붙어있었다. 복도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이들은 다가와서 자기 것이 더 잘했다고 찍어달라고 성화다.

“5학년 때보다 훨씬 잘했다. 비법이 뭐야? 따로 배웠어?”

“에이, 뭘 배워요. 핸드폰을 보다보면 여기저기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아요. 비주얼씽킹이란 말을 모를 때는 그냥 보았는데 알고 나니까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배우는 거죠 뭐~.”

“맞다, 맞아. 아는 것이 힘이라고…. 이렇게 정리하면 뭐가 좋아? ”

“글로 쓸 때는 잘 하는 친구 것 베끼기도 하고 대충 쓰고 말았는데요, 그림을 그려야하니 잘 읽어보고 생각하게 돼요. 친구가 그린 것도 구경하게 되고 나와 다른 것도 비교하게 되고. 글만 쓰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요. 기억도 잘 되고요”

수업에서 무기력했던 학생의 작품. 오화정 교사는 이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한다.(사진=오화정 교사)
수업에서 무기력했던 학생의 작품. 오화정 교사는 이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한다.(사진=오화정 교사)

학생들의 작품 중에서 아무것도 잘 안하고 무기력했던 △△의 작품이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림은 엉망이지만 중요한 내용은 전부 들어있었다. 우와! △△이가 활동을 해주는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잘하다니. 감동이 밀려왔다.

비주얼씽킹은 이렇게 교사가 완벽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학생들끼리 재미있게 활동하면서도 배움이 일어난다. 때론 지금은 잘 하지 못하더라도 경험하다 보면 이렇게 성장하게 해 주는 씨앗이 바로 비주얼씽킹이다.

이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면 얼마나 더 놀라운 성장을 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