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교수의 편지] 부모에게 나는 언제나 '어린이'
[박남기 교수의 편지] 부모에게 나는 언제나 '어린이'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 승인 2020.05.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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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의 고향 본가 모습.(사진=박남기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의 고향 본가 모습.(사진=박남기 교수)

[에듀인뉴스] 사랑하는 나의 귀여운 딸들아!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시골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아침을 먹고 왔다. 남은 밥들이 많은데 나를 위해 새 밥을 지었다며 입에 달라붙는 하얀 쌀밥을 내오셨다. 내게도 아직은 국을 두어 개 끓여놓고 입맛 당기는 것을 먹으라는 어머니가 계셔서 어린이날 호사를 누리고 왔단다.

몸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도 정성으로 가득 채운 밥상 앞에서 어린이날 재롱도 떨고, 잠 걱정 말고 오늘은 같이 하자며 커피도 타드렸다. 주름마다에 피어난 환한 미소를 뵙고 돌아오는 길이란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이 온다고 하면 피곤함이나 무기력증이 사라지면서 식사 준비로 마음이 설레는가보더라. 부모의 그러한 사랑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된 자식들에게는 부모의 홀사랑은 부담이 되기도 하지. 하지만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자녀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이 부모란다.

내가 어머니를 자주 찾는 것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효도하기 위함이 아니란다. 내 안에는 아직도 어머니가 필요한 어린아이가 살고 있어. 별로 맛없는 것을 사가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인 양 기뻐하며 드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 신나는 그런 아이가 내 안에 살고 있지.

내 어머니는 나만 바라보면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눈을 반짝이며 혈색이 좋아지고 말씀도 많아진단다. 그런 어머니를 만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날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세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에 행복해지는 그런 어린 아이가 내 안에 살고 있어.

내 주위에는 자기 안에 있는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칭얼대며 엄마를 그리고 아빠를 간절히 찾을 때, 그때서야 오래전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난 그분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남들보다 냄새를 좀 더 잘 맡고 소리를 더 잘 듣는 사람이 있듯이 자기 안에 있는 아이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단다. 그 덕에 내안의 아이도 오늘 행복한 어린이날을 맞이했던 것 같다.

혹시라도 찾아오면 고추를 따먹으라고 고추모종을 사놓으셔서 심는 것을 조금 도와드렸다. 자식들을 위해 얼마 전에 심어놓은 오이씨는 싹을 틔우기 시작했더구나. 얼굴 뵙고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세 아이가 떠올랐다.

오늘은 어린이날!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너희들의 날이란다. 어린이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아빠도 벌써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구나.

너희는 존재 그 자체로 아빠와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우리의 영원한 예쁜 아이들이란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너희와 더불어 세상의 모든 아이들, 그리고 어른 안에 깃들어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기쁨이 가득하길 빈다.

너희들 안에 살고 있을 작은 아이에게 마음의 선물도 함께 보낸다. 전해다오. 사랑한다.

예전에 썼던 시를 다시 나눈다.


무궁화호

다섯살과 세살 딸아이가

내 책상 위에서 환히 웃고 있다.

나의 귀여운 아이들은

우주의 어디만큼 걸어가고 있을까

반지하 문간방 앞 골목에서

커다란 눈망울로 달려와 안기던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은 날이면

혼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느리게 가다가 거꾸로 가는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강변에는 활짝 웃으며 반기시던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소를 몰고 가고

어린 나는 소 잔등에서 마냥 신난다.

무궁화호가 다니는 철로 변에는

시간이 느리게 걸어간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

- 2016년 11월 14일 광주행 무궁화호에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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