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연기 반복, 사회적 피로누적 폭발 직전
단기대응 상황 넘어...비상시국 맞는 대책 마련을

(사진=sbs 캡처)
(사진=sbs 캡처)

[에듀인뉴스]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자 확진 사태가 발생하면서 건강과 안전에 관해서는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정부와 교육 당국의 모습이 어쩐지 석연치 않다.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 교수를 포함해 상당수가 고3 등교 개학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어제(10일)까지 전국적으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75명이고, 서울지역은 49명인데 서울시 신규지역 확진자 수도 한 달 만에 최대치”, “특히 상당수가 서울, 경기, 인천 지역 감염자이기 때문에 지금 광범위한 지역확산으로 가느냐 아니냐 갈림길에 서 있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 19 확진자 3분의 1가량이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됐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특징이 전파속도가 빨라 어려운 상황” 등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리핑 내용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개학을 1주일 연기해야 한다며 정부에 건의했다. 이재정 교육감도 등교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했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도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의견수렴 중이라고 한다. 고3 등교 수업이 바로 목전에 닥쳤음에도 말이다.  

군 당국에선 자진 신고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해당 시점에 이태원 유흥주점을 방문했던 장병 규모가 47명에 이르렀다. 자진 신고한 규모만 이렇다. 이제 갓 입대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훈련병이 무려 30여명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클럽에 간 고등학생은 없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후 벌어질 상황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등교 개학 시 지역사회 전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상태로 등교 개학을 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냉정하게 예측해야 한다. 

확진자가 발생하는 학교는 즉각 폐쇄된다. 코로나 확진 학생은 음압병실로 이동해 일정 기간 격리되어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완치 판정을 받게 되어야만 다시 학교로 복귀가 가능하다. 3월과 4월 그리고 5월의 공백도 막대하나 감염병 확진자로서 다시 학교로 복귀한 이후 남은 입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교육부는 고3 학생들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했을 시 구체적 세부지침을 세우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의 등교는 학생, 학부모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다. 교육 당국이 무리하게 등교 개학을 강행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뜩이나 불공정한 입시 환경에 노출된 올해 고3 학생들에게 찔끔찔끔 반복되는 개학연기와 온라인개학 이후의 학습 환경은 사회적 피로도를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이는 고3 수험생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고 고3 진학지도와 진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선생님에게도 마찬가지다. 

장기적 관점에서 예측 가능한 대응이 아니라 찔끔찔끔 사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단기 대응 개학연기가 반복되면서 사회적 피로도가 누적되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지금은 특수한 비상상황이다. 비상상황에 맞는 장기적 관점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단기대응으로는 극복이 어렵다. 비상시국에 맞는 비상한 대책 마련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 5월과 6월은 온라인개학으로 학습 결손을 최대한 막아주면서 7월과 8월 여름방학을 지나고 개학하게 되는 9월에 맞춰 시스템 점검과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한 학기 늦춰진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한 학기씩 늦추는 것보다 더 큰 일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다가 발생하는 혼란이다. 생명과 건강에 앞서는 정책은 없다. 

우선은 감염병 확산 추세를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그리고 2학기 개학 시점까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9월 이후에는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아도 등교 개학을 어떻게 온라인개학과 조화를 이루며 학사일정을 소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시급하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