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기본값’ 유지, 등교는 ‘수업’ 아닌 피드백 방식으로
초등 원격수업 결과물 수행평가 가능토록 지침 개선
증등 수행평가 부적절 과목 지필고사 병행...분할 등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지난 5월 4일 교육부는 5월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는 등교 수업 관련 발표를 했다. 이후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 집단감염 확산으로 인해, 고3부터 나머지 학년까지 일주일씩 개학을 미룬다고 발표했다.

집단감염 확산의 파장을 볼 때 등교 시점을 연기한 것은 당연한 결정으로 보이나 문제는 이런 식의 등교수업 연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5월까지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육부 및 교육청 관계자들은 물론 교사들 역시 ‘등교 수업’을 ‘기본값’으로 놓고 원격수업이 6월 이전에 마무리될 임시적인 성격의 활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꽤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집단 감염사건을 통해 여전히 다시 집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최소한 2020년 1학기(여름방학 이전)만큼은 ‘원격수업’을 ‘기본값’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교육부가 5월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여 6월 1일 중1, 초5·6까지 이어지는 유‧초‧중‧고‧특수학교 등교수업 방안을 발표했을 때, 다수의 언론 및 학생, 학부모들은 이 등교수업에 대한 발표가 기존 학교 생활과 유사한 등교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가 밀집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학사 운영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으며, 이와 관련하여 ‘학년·학급별 시차 등교’,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 운영’, ‘학급 단위로 오전·오후반 운영’, ‘수업 시간의 탄력적 운영’ 등 다양한 등교 방식에 대한 예를 안내했다.

또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변화에 따른 지침(가이드라인) 수정(안)’에서 제시한 지침들은 일상적이고 일괄적인 등교 수업이 가능하기 어려운 지침이었다.

즉 애초에 교육부 발표 자체는 전국적인 학년별 등교처럼 보였지만 그 세부안은 기존 돌봄교실 참여 학생 및 일부 원격수업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만 허용되던 ‘등교’를 전체 학생들에게도 허용한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물론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등교수업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등교 선택 요구를 거부(추후 가정학습을 통한 교외체험학습을 허용했지만)하거나 모든 학교에 99% 방역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발표한 것을 볼 때, 모든 학생 일괄 등교 의도를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전국 학생들의 학년별 일괄 등교는 여전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이 생길때마다 매번 전국의 일주일씩 등교 연기를 발표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제라도 2020학년도 1학기는 원격 수업으로 진행하되 상황과 학교 여건에 따라 ‘등교’를 학생이 원격 수업을 통해 겪는 어려움을 보완하는 피드백 방법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원격 수업을 기본값으로 하고 ‘등교’를 허용하는 것은 교육부가 4일 발표한 방안 중 하나인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의 병행’과는 다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육부가 언급한 방식처럼 교사들이 등교수업을 진행하면서 원격 수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교사들의 수업 준비가 주말과 야근을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할 경우에는 수업을 그대로 방송하는 ‘라이브 방송 수업’ 방식이나 별도의 원격수업 진행 교사진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또 원격수업의 경우, 현행 기준에 따르면 40분 및 50분을 소요하지 않아도 그것이 수업으로 인정되는 반면, 등교 수업은 대체적으로 기존의 수업 시간과 유사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교사들의 피로도도 상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격수업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보완하는 지원을 강화하되,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을 위해 학교별로 거리두기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소그룹 및 개별 등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등교를 피드백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모든 업무 역시 지금처럼 원격 수업에 맞춰 운영하면서 각종 공문 생산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평가 및 성적 처리는 등급 없이 준거지향 평가(절대평가)를 실시하는 초등의 경우, 학생의 원격 수업 결과물들을 모두 수행평가가 가능하도록 평가 관련 지침을 개선하여 안내할 필요가 있다.

규준지향평가(상대평가)가 적용되는 중등의 경우에는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하되 원격을 통한 수행평가가 부적절한 과목의 경우 수행평가와 지필고사를 위한 분할 등교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이번 성적을 미국의 대학들처럼 ‘코로나 19로 인한 특별 성적’으로 규정하며 Pass/Fail로 처리하고 새로운 내신 산정 방법을 구안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다시 확진자 수가 잠잠해지면 등교를 요구하는 목소리나, 학생들의 학습 결손 보완을 위한 면대면 상호작용 요구가 커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단계 상황이 ‘경계’에서 ‘주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지키기 어려운 방역 지침과 원격 및 등교 병행 수업을 준비하다가 이번과 같은 집단 감염이 다시 발생하고, 그때마다 교육부가 전국적인 등교 연기로 대처할 경우 학교 현장의 피로는 물론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보장도 어려울 것이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거리두기가 수월해지는 여름 방학 이전까지는 원격수업을 기본으로 하고 그 기반 위에서 2학기 교육과정 운영 방향 및 더 나아가 공교육 전체에 대한 성찰과 운영 방식에 대한 깊은 논의와 장기적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