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없다

조성범

오월의 교정에 봄은 오지 않았다.
텅 빈 운동장
초록의 이파리들만 교태롭게
스스로 싱그러움 뽐내려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지만
아이들의 싱그러움을 넘을 수 있으랴!

교무실에 띄엄띄엄 앉아 있는
복면의 얼굴들
내 안에 무표정의 어색한 자아가
똬리를 틀고 있는 낯선 풍경들
연기 또 연기
오락가락 갈팡질팡 교육행정
교사패싱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그대들에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우리의 집단지성을 믿으며
스스로 지혜의 숲을 만들고 있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새로이 만들어지는 거라고
서로를 도닥이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흔들리기도 하고
함께 웃기도 하면서
각자의 향기로 말하면서
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