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아...기준은 '교육'이니까
연수는 관 지배서 독립해야, 1학기 정상 수업 불가능 "인정하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는 스승의날을 맞아 교육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교육자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 소개하는 ‘멋진 교육자들’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번째 주인공은 오로지 교육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입니다. 권 선생님은 교육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소신 넘치는 분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안티팬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열고 교육 소설을 발간하는 등 영역을 굳건히 확장해나가고 있는, 권재원 선생님의 교육 이야기 그리고 코로나19로 맞은 개학 연기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들었습니다.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사진=지성배 기자)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는 '2020년 스승의날' 멋진 선생님으로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을 선정했습니다. 왜 뽑혔다고 생각하십니까. 소감을 남기신다면요.

글쎄요. 이번 학교를 마지막으로 퇴직한다고 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 밖에는 잘 생각나는게 없네요. 좀 가르쳐 주실래요? 왜 뽑았는지?

참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계획대로라면 4년 3개월 남았네요. 그 동안 뭐 하나 선정된 적이 없었습니다. 교육부장관상, 모범공무원 이런 거하고는 영 관계없었네요. 처음입니다. 이렇게 뭔가에 선정된 것이.

▲권재원 선생님은 뚜렷한 교육 소신으로 많은 분들이 귀를 기울이는 인사이기도 합니다. 인기의 비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기라고 하니까 좀 생소합니다. 제가 인기가 있나요? 안티도 그만큼 많거든요.

굳이 따지면 제 인기의 비결은 바로 안티가 많다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안티가 많다는 건 그만큼 소신과 색깔이 분명하다는 뜻이니까요. 군자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향원(鄕愿)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교육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때로는 보수적으로 보이고, 때로는 진보적으로 보이면서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계적 중립 이런 건 아닙니다. 다만 정치가 아니라 교육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건 좀 민망하지만 적어도 다른 고경력 교사나 인사들에 비하면 자기가 살아온 경험, 즉 ‘라떼’에 집착을 덜합니다.

새로운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처지에 공감하려 애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훌륭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꼰대는 아니라고 보인 모양입니다.

어른은 적고 꼰대는 많은 세상에서 비교적 경쟁상대가 적었다고 할까요?

권재원 선생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권교사: 권재원의 교육과 사회' 채널 캡처.
권재원 선생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권교사: 권재원의 교육과 사회' 채널 캡처.

유튜브 채널 소통..."유튜브 영상 부정적으로 보지만 힘 확인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밖 세상 이야기 할 것"

▲최근 유튜브에 ‘권교사: 권재원의 교육과 사회’ 채널을 오픈, 한 달 만에 구독자 1000명을 넘기는 인기 유튜버가 되고 있습니다. 채널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래 유튜브 채널을 연건 꽤 됩니다. 업로드를 안했죠. 아이들 연극 지도하고, 축제 지도한 영상 보관용(용량 무제한이잖아요)으로 만들어서 비공개 영상만 몇 개 올렸죠.

저는 지금도 얄팍한 영상으로 정보를 쏟아내듯 말하는 유튜브 영상들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특히 유튜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물론 교육적으로 훌륭한 영상들도 있지만, 그건 대부분 공익 법인들이나 기관에서 만든 것이고, 개인 유튜버들의 경우는 아주 잘 골라야 합니다.

어차피 유튜버들의 목적은 시청자의 교육과 변화가 아니라 어떻게든 자기 영상에 오래 붙들어 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유튜브의 원리는 사교육하고 비슷합니다. 겉보기에는 교육적으로 보이지만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거죠.

저는 기본적으로 교사이며 작가입니다. 가르치고 글을 쓰죠,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주요 정보 플랫폼이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는 마당에 마냥 무시하고만 있을 수도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 정국이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죠. 개학이 3월 23일로 미뤄지자, 한 달 가까이 방치된 아이들에게 ‘너희 담임이 이런 사람이야’ 정도 얼굴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간단한 수업 영상을 찍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의 링크를 학급과 학부모 밴드에 공유해 주었죠. 온라인 개학의 예감이 들어 그 다음 단원도 계속해서 찍어 나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교육부와 교육청 관료들이 계속 엉뚱한 짓만 해 대고, 그래서 짜투리 시간에 그 답답한 마음을 짧은 클립으로 찍어 올렸는데, 뜻밖에 그게 1만2000회가 조회되면서 구독자와 시청시간이 확 늘었습니다.

유튜브의 힘을 확인하게 된 순간이죠. 그래서 그 동안 칼럼이나 연수를 통해 펼치던 주장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유튜브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입니까.

앞으로 유튜브에는 수업, 칼럼, 연수 이렇게 영상을 올릴 예정입니다.

수업은 지금은 온라인 수업이라 교과서 진도 위주로 만들어 올리지만, 이게 끝나면, 교과서 밖에서 더 배웠으면 하는 것들을 만들어 올릴까 합니다.

가령 우리나라 사회시간에 전혀 다루지 않지만 중요한 이웃나라인 타이완이나 베트남에 대한 내용, 또 중요한 나라인데 의외로 그 역사나 제도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미국, 일본 같은 것이죠. 그리고 학부모 연수와 교사 연수도 계속 주제를 바꿔가며 올릴 생각입니다.

가끔 교육현안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풀어볼 때는 스트리밍으로 즉석 발언을 올릴 생각입니다.

권재원 선생님의 교육 소설 '명진이의 수학여행' 표지.(권재원 저, 서유재, 2020)
권재원 선생님의 교육 소설 '명진이의 수학여행' 표지.(권재원 저, 서유재, 2020)

명진이의 수학여행..."학교 내 소소한 이야기, 교사의 자기 고백, 세월호가 주는 교훈 등 담아"

▲교육소설 ‘명진이의 수학여행’으로 소설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미 그간 많은 칼럼을 집필하고 책 출간을 해 왔는데요. 소설가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명진이의 수학여행’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변신이 아니라 원래 소설을 쓰고 싶었고, 은연중에 써 오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교양서들을 많이 냈는데, 그 중 상당수가 소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읽는 책의 대부분이 소설이며, 이 작품 말고도 서랍 속에 담아놓은 소설이 책으로 서너 권 분량이 더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소설을 출판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사실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배웁니다. 설명 백번보다 이야기 하나가 훨씬 효과적이죠. 물론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라야죠. 교육 칼럼 100편보다 단편소설 한편이 훨씬 설득력 있다는 뜻입니다.

감동이 뭡니까?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실제로 사람을 바꾸는 것이죠. 칼럼 같은 글로는 새로운 인사이트는 줄지언정 감동을 주기는 어렵죠.

이번 책의 내용은, 스포일러이긴 한데요. 그냥 학교에서 있음직한 소소한 이야기들, 어느 나이 많은 교사의 솔직한 자기 고백, 그리고 세월호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세월호를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등이 되겠습니다.

그 동안 학교를 다루는 소설이 부족했습니다. 있어도 학교 밖의 작가들이 잘못된 정보나 자신의 편견을 기반으로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학교 이야기를 써서 오히려 오해나 편견을 강화시켰죠. 이걸 깨고 싶었습니다.

연수는 관(官)의 지배에서 벗어나야..."모두가 연수자가 되는 열린 연수원 필요"

▲‘열린 연수원’을 표방하며 교사 연수 콘텐츠를 제작, 공유하고 있습니다. 연수에 대한 기존 상식을 깨는 획기적인 시도로 보입니다. 열린 연수원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습니까. 열린 연수원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이것도 코로나 부수효과인데, 코로나 때문에 집합연수가 많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짭잘한(?) 부수입이 사라졌죠. 

그러던 중 경기도혁신연수원에서 줌을 이용하여 원격화상연수를 했습니다. 그때 생각났습니다.

‘아, 유튜브로 연수를 하면 안될까?’

사실 집합연수 강의는 아무리 많아도 100명이지만, 유튜브로 연수영상을 제작하면 1000명, 그러니까 10개 이상의 도시를 돌아다닌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저마다 자신의 콘텐츠를 연수영상으로 제작한 뒤 이걸 서로 공유하면 모두가 연수강사이자 모두가 연수생인 열린 연수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연수원은 연수원장-연구관-연구사-연수강사-연수생으로 이어지는 위계가 강했거든요. 그래서 원장과 연구관의 취향, 연구사의 인맥에 따라 강사들이 정해지고, 연수생은 그냥 수동적으로 이걸 받아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독립해야 하지 않을까, 교사의 전문성 함양이 연수원이라는 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연수시킬 때 진짜 전문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열린연수원 밴드를 만들어 서로의 콘텐츠를 공유고자 하는 선생님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밴드 이름은 열린 교원연수원 ‘공생’(공부하는 선생님들)입니다.

현재 300여분 모였네요. 가급적 저의 연수 콘텐츠를 올리지 않고, 선생님들이 많이 올리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그야말로 열린 교원연수원이지 권재원 연수원은 아니니까요.

선생님들이 연수원, 아이스크림 같은 곳으로부터 벗어났으면 합니다.

권재원 선생님은 지난 7일 '황당한 등교개학 이럴거면 하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교육부의 등교교육 강행에 대해 비판적 주장을 펼쳤다.(사진=유튜브 '권교사: 권재원의 교육과 사회' 채널 캡처)
권재원 선생님은 지난 7일 '황당한 등교개학 이럴거면 하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교육부의 등교 강행에 대해 비판적 주장을 펼쳤다.(사진=유튜브 '권교사: 권재원의 교육과 사회' 채널 캡처)

1학기 정상 수업 불가능 인정하자..."시간표와 시수에 대한 집착 버려라"

▲일주일 단위 개학연기에 이어 등교 개학에 대한 쓴소리를 남겼습니다. 지난 11일 교육부는 예정 등교일에서 일주일 순연해 20일부터 순차적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학사일정, 평가 등 이제는 구체적 대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보는 데요. 제안을 하신다면.

또 일주일 연기했죠? 지금 모습은 자꾸 대통령께서 전선에 비유를 하시니, 그 말씀을 따르자면 과감한 돌파도 못하고, 확실한 퇴각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차피 등교만 할 뿐 개학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는 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저 학교를 오기만 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좀 길게 한달 단위로 개학 계획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1주, 2주 단위로 자꾸 발표를 하니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에 많은 힘을 들이기 힘든 겁니다.

아깝잖아요? 2주 정도면 애들 배움의 끈이나 놓지 않게 관리하고 진짜 수업은 등교하면 그때부터 이렇게들 생각하신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등교를 하거나 말거나 1학기에 정상적 수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끗하게 인정했으면 합니다. 등교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해도 그 방역수칙을 지키며 수업을 안 하던가 감염을 무릅쓰고 수업 하던가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만 계속하면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접촉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답은 그 사이에 있지 않을까요? 주로 온라인 수업을 위주로 하되, 요일을 정해 5부제로 학교 방문의 날을 만들어 학교에 와서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고, 고충을 상담하는 것이죠.

단 이게 가능하려면 시간표와 시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피드백 받으러 1/5이 학교에 오는데 어떻게 시간표, 출결 이런 게 정확하게 맞춰지겠습니까?

그런 창조적 대담성이 과연 우리 교육관료들에게 있을까요?

그리고 모든 것이 급식에서 막힙니다. 꼭 그렇게 급식에 집착해야 하나요? 학교급식은 그야말로 코로나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급식종사원 분들이 일 하나도 안하고 월급 받아도 좋으니 급식을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면 합니다.

공공도서관도 열람은 안 되고 대출반납 업무만 하지 않습니까? 구내 식당도 안 열고요.

스승의날? 교사 때리기의 날!..."특별한 기사 쓰지 마라"

▲개학이 5월 20일로 연기됐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은 아이들 없이 보내야 하는데요. 학교 문이 닫힌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국 교사와 학생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을 냉소적으로 봅니다. 언론이 교사 때리기의 날로 정해 놓은지 오래라는 거죠. 그래서 학사일정을 어떻게든 스승의 날은 학교에 없는 쪽으로 짭니다. 수련회를 간다거나 체험활동을 간다거나 하면서요.

그러니 어차피 그 동안 아이들 없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특별할 것도 없죠. 다만 이번에는 아주 확실하게 아이들 없이 스승의 날을 보내게 되었네요. 차라리 매우 다행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주요 일간지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무슨 특별한 기사 쓰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굳이 쓰려면 교수에 대해 씁시다. 스승이 교사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으면 남겨주세요.

제 책을 사세요. 거기 다 나옵니다. 하하. 농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