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역 최전선 보건교사 "1학기 등교수업 재고해야"
방역물자 확보 사활 걸었는데 "미리 준비한 학교 차등지급이라니"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 재난' "비난 보다 함께 노력해 극복하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는 스승의날을 맞아 교육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교육자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 소개하는 ‘멋진 교육자들’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코로나19 시국에 학교 방역에 만전을 다하는 김윤경 대전 이문고 보건교사입니다. 김윤경 선생님은 이문고 교장선생님이 "학교 방역 컨트롤타워"라고 소개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학교 문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방역뿐만 아니라 가정내 방역 안내 등 감염병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김 선생님을 통해 학교 방역을 어떻게 해 오고 있는지, 감염병 예방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또 등교 개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윤경 대전 이문고 보건교사
김윤경 대전 이문고 보건교사

▲<에듀인뉴스>는 2020년 스승의날 교사로 김윤경 대전이문고 보건 선생님을 선정했습니다. 왜 뽑혔다고 생각하십니까. 소감을 남기신다면요.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감염병 예방의 최일선에서 보건교사가 고군분투하고 있어 선정된 것 아닐까요? 누구도 편할 수 없는 현 시국에 선정되어 난감하기도 하네요.

방역 물자 확보 총력 1, 2월..."미리 준비됐다고 차등지급한 교육청 억울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문고는 어떻게 대처해왔습니까. 또 정부의 대처와 현장의 준비 그리고 아쉬움은 무엇이었습니까.

1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교육청 매뉴얼에 따라 학교 감염 예방 관리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기에 3월 개학 이후 방역물자 확보가 매우 어렵고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1, 2월은 방역물자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회계 정리가 끝나는 시점이라 보건 분야 예산은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교장선생님께서 제 의견에 공감하시고 예산을 지원해 주셔서 오르지 않은 가격에 방역물자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방역물자를 차등 지급할 때는 억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한정된 예산에서 미리 준비한 학교를 물자가 있다는 이유로 차등 지급한다면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다른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보건수업을 하는 대전 이문고 학생들. (사진=김윤경 교사)

▲교장선생님의 신임이 두터우시던데, 이 시국에 보건 교사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시국에 보건교사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라 생각하고 그에 따라 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하였습니다.

첫째, 학교 내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관리체계 팀이 함께 등교 후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비상운영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시로 변경되어 시달되는 지침을 적시에 파악해 학교 현장에 맞게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선제적 차단 방역입니다.

우선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심증상자 및 확진자 발생시 등 상황별 대처에 대한 모의훈련을 시행해 유사시에 안정적으로 대응토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이 있는 가정에 방역지침을 전달하고자 학교 홈페이지와 문자 알림, 밴드 등 SNS를 활용해 생활 방역 준수 요령을 알리고 평소 실천하도록 했으며, 체온계나 마스크, 손소독제 등 각 학급에 비치할 방역물품을 준비하였습니다. 교내 정기 및 수기 소독을 통해 등교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협조를 얻어 학급에 비치할 방역물품 사용법과 교내 급식 및 등하교 시 감염 예방에 대한 영상 자료를 제작해 줌(Zoom)을 통해 학급별로 교육도 했습니다.

셋째, 교육청 및 지역 선별진료소와 긴밀히 협조해 의심증상자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학생, 교직원의 일일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도 체온측정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내진보강공사 중인데 일하시는 분들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등교 후에도 전 구성원에 대한 발열과 코로나 의심 증상 유무를 매일 확인하고 생활 방역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해 코로나19 감염 전파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등교 시기는 학생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고려 사항..."1학기 등교 재고해야"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또 등교가 연기됐습니다. 1학기 등교를 불안해 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5차례 개학 및 등교 연기로 교육 현장의 등교 피로도가 높고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등교 요구도 높지만 우선적으로 학생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범위에서 등교 시기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교실이라는 밀집된 공간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감염병 전파 및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매우 큰 곳입니다. 개학 2일 만에 학교와 지역사회 감염이 크게 일어난 싱가폴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고3 입시로 인한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불안을 생각하면, 등교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면, 코로나19 특성상 14일 이상 긴 잠복기와 연령이 낮을수록 무증상인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볼 때,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의 1학기 등교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현장 갈등 원인은? "업무는 증가하는데 인력 충원은 없어"

▲학교 현장에서 보건 교사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행정직과의 갈등, 교사와의 갈등 등 각종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느 곳에나 고충과 애로는 존재합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 및 환경 변화로 신규업무는 나날이 증가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력 충원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업무분장이 갈등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입법과 정부 부처에서 새롭게 시행되는 각종 내용들이 부처 간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채 교육부를 통해 현장에 시달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보건교사의 본 역할이 약화되어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소홀할 수 있으니까요.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감소하는 학생 수에 따라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가 여전히 많고, 신도시 등 학급수와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보건교사 1명이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육부와 해당 부처에서는 학교별로 필요한 보건교사 배정 지침을 명확히 수립해야 합니다.

각종 매뉴얼과 시스템은 잘 되어 있어도 일선에서 수행할 보건교사가 없다면,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의료재난 상황에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응급처치 경연대회에 참여한 이문고 학생들.(사진=김윤경 교사)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은 처음 겪는 일..."두려워하거나 비난하기 보다 함께 노력하자"

▲이번 스승의 날은 아이들 없이 보내야 하는데요. 학교 문이 닫힌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국의 교사와 학생에게 현 시국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을 뿐 교사들은 현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근무하고 있기에 스승의 날이 왔는지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기자님의 인터뷰 요청이 오히려 스승의 날을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네요. 하하하

등교하지는 않지만, 우리 학교는 쌍방향 원격수업을 통해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고 있기에 학생들과의 거리감은 못 느끼고 있고요. 매년 스승의 날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과 쑥스러움을 피해 갈 수 있어 오히려 편안하네요.

지금 우리 모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이라는 험난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혼자만 겪는 일이라면 억울하고 힘들 수 있지만, 누구나 처한 상황이기에 두려워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저도 학교 현장에 있는 유일한 의료인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지만, 그 책임감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으면 남겨주세요.

교육청에서 매뉴얼과 공문이 시달되기 전에 매스컴에서 정확하지 않는 정보들을 제공함으로 인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또 방역물자 구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고 있습니다.

교육청에서 학교 인원을 반영한 방역물자를 일괄 구매 및 배부한다면 보건교사의 역량을 의료재난 상황 대처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