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으로 읽고 말하는 고전 인문학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함선미 커뮤니코 부대표
함선미 커뮤니코 부대표

[에듀인뉴스] Communico(커뮤니코)는 라틴어로 ‘함께 나누어 참여시키다’란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의미처럼 사람과 사람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소통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활용하여 비경쟁 토론과 비주얼씽킹의 강의를 다년간 진행하고 있다.

비주얼씽킹을 만나게 된 건 나에게 행운이었다. 비경쟁 토론은 찬성과 반대가 있는 토론이 아니라 책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쓰고 말하고 듣는 과정에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대화형식의 협력적 토론 방법이다.

그런데 비경쟁 토론을 진행하면서 글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 대화하는 시간에 자신이 생각하여 쓴 내용을 그냥 읽어서 서로 생각이 공유가 되지 않는 모습, 책을 읽고 오지 않아서 깊이 있는 토론이 되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파우스트' 줄거리를 표현한 비주얼씽킹 작품 1.
'파우스트' 줄거리를 표현한 비주얼씽킹 작품 2.(사진=함선미)

A중학교에서 강신장 작가의 ‘고전 결박을 풀다’로 독서토론회 수업 진행을 진행했다. 이 책 중에서 나는 ‘파우스트’로 ‘나에게 유혹이란?’ 주제로 30명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파우스트' 줄거리를 표현한 비주얼씽킹 작품 2.(사진=함선미)
'파우스트' 줄거리를 표현한 비주얼씽킹 작품 2.(사진=함선미)

파우스트를 선정한 이유는 파우스트의 유혹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유혹의 의미를 연결하여 생각하고, 유혹이 다가오는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게 생각해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비경쟁토론 수업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파우스트의 줄거리를 함께 읽기

개인별로 파우스트의 줄거리 내용을 나눠주고, 꼼꼼히 글의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여 읽도록 하였다.

2단계, 파우스트의 줄거리를 모둠별 인원에 맞게 구분하여 역할 나눔 하기

모둠별로 줄거리의 내용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합의하여 학생 수에 맞게 문단으로 구분해 각자 책임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한 문단을 선택하여 역할을 나누었다. 예를 들어 한 모둠당 6명이면 6문단으로 구분한다.

3단계, 자신이 선택한 문단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

자신이 선택한 문단을 다시 한 번 깊이 읽고, 문단의 핵심내용을 하나의 중심 생각으로 문장을 적게 하고, 그 문장을 이미지로 시각화하여 표현하였다.

4단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내용을 순서대로 연결하기

각자 표현한 내용을 순서대로 연결하여 모둠 안에서 다시 한 번 문단의 핵심내용과 이미지를 표현한 의도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을 추가로 나누었다.

5단계, 전체 생각 공유하기

한 모둠당 표현된 내용은 같은 줄거리이지만 모둠별로 다르게 문단이 구분되었고, 생각이나 표현하는 것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체 발표하여 공유하였다.

‘파우스트’ 줄거리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후 ‘나에게 유혹이란?’이라는 활동으로 각자 나의 유혹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유혹이란?’ 주제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작품 1.(사진=함선미)
‘나에게 유혹이란?’ 주제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작품 1.(사진=함선미)

‘나에게 유혹이란 000이다‘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그 문장을 이미지로 시각화하였고, 유혹이 왔을 때의 나의 모습과 유혹을 물리칠 방법(극복 방법)에 대해 생각하여 적어보았다.

‘나에게 유혹이란?’ 주제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작품 2.(사진=함선미)
‘나에게 유혹이란?’ 주제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작품 2.(사진=함선미)

학생들의 유혹들은 침대, 환상, 유튜브, 야식, 게임, 소비, 욕심, PC방, Phone, 불량식품, 귀찮음 등등 다양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유혹이 왔을 때의 자신들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고학생들의 유혹에 대해 서로 웃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렸다.

“너도 유혹이 침대야? 나도 침대거든”

“맞아, 맞다. 진짜 야식이 문제지. 왜 난 밤만 되면 뭐가 땡기냐?”

이 활동이 끝나고 서로의 유혹을 감상하듯 하나의 큰 책상에 유혹의 작품들을 전시하여 유혹을 물리치기 위한 나의 방법에 대해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서로서로 붙임쪽지에 적어서 붙여주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적어서 붙어주는 활동으로 확장하였다.

학생들에게 고전 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여 잘 읽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파우스트’을 읽고 비주얼씽킹으로 다양한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더니 서로의 생각을 재미있게 더 잘 이해하였고, 깊이 있는 생각나눔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참여한 학생들의 성찰들이 즐겁고 의미있게 활동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간의 유혹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고 ‘파우스트’라는 책에서 나왔던 악마는 우리에게 모두 존재하는 악마이지 않을까 싶다. 이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마다 생각도 관점도 조금씩 다르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와 달리 다양한 활동을 위해 책을 몇 번씩 다시 읽고, 또한 내가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다른 아이들의 답을 보고 더 잘 이해된 것 같다.”

“파우스트의 이상을 향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바로 그 모습이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인 것 같다고 깨달았고 나중에 꼭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어볼 것이다.”

아직도 고전 인문학이 어렵게만 느껴지는가?

비주얼씽킹으로 얼마든지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학생들의 관점에서 글의 의미와 맥락이 이해되고 해석되어지면서 새롭게 시각화되어 재탄생되어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혼자가 아닌 함께 생각을 나누어 참여하는 시간이 서로의 생각풍선에 후~후~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