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2020 교육공동체 공감토크'서 제안
이성대 교수 "3년이면 가능...만5세 유치원과정 학교교육 흡수"
문재인 대통령 등 교육부는 논의 대상 아냐...논거부족 비판도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지난 16일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가 개최한 '2020 교육공동체 공감토크'에서 9월학기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2020.05.17(사진=지성배 기자)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지난 16일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가 개최한 '2020 교육공동체 공감토크'에서 9월학기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2020.05.16(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3년의 시간을 두고 9월 학기제로 전환하자. 코로나19는 9월 학기제 전환의 천재일우(千載一遇) 기회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9월 학기제 도입 주장이 또 나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이 9월 학기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교육부와 교육 전문가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16일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가 개최한 2020 교육공동체 공감토크 발제에서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급작스레 도입된 온라인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 시청 위주라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 부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9월 학기제는 진지하게 논의할 의제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9월 학기제는 지난 3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수차례 9월 학기제 도입을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교육감은 "지난 10주간 넘는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걱정”이라며 이번 학기를 하나의 전환학기로 하고 여름방학도 하면서 1학기를 늘여 2학기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지난 1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 9월 신학기제 전환의 필요성을 이야하며 9월 학기제를 논의의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성대 교수는 “국제 표준과 벗어난 우리의 3월 학기 시작을 9월로 옮겨 다른 나라들과 일관성을 갖추자는 것으로 꾼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시행 방법과 소요예산을 검토했으나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고 판단돼 폐기됐다. 이후 9월 학기제 주장이 제기되면 이때의 연구를 근거로 논의의 싹을 잘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학기제 전환은 기존 연구 결론처럼 비용 대비 효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시대를 전망하고 이런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기존 교육시스템의 전반적 혁신을 염두에 두고 접근했을 때의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니 개학을 여름방학 이후로 미루고 이참에 9월 학기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미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논의가 무의미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 학년이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한 학기를 미루는 방안이므로 비용 측면에서 아주 효과적인 방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장대로 온라인 개학을 이미 했으니 9월 학기제가 완전히 무산됐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이재정 교육감이 밝힌 2학기까지 1학기로 포함하자는 제안과 일치한다.

이 교수는 “원래 9월 학기제를 도입해도 초등학교 입학을 1개월씩 당기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재 인프라를 고려할 때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것이 합의된 진행 방식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4월 중순에 개학했으니 방학을 줄이거나 수업일수를 줄이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사일정을 진행하고 다음 해 개학을 또다시 1개월씩 미뤄 가면 3년 정도면 9월 학기 전환이 가능해진다. 불가능하거나 무리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9월 학기제 도입은 가능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령이 6개월 늦어지게 된다. 또 최근 학령을 당기고 수업 연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도 상반돼 다양한 난제에 부딪힌다.

이성대 교수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학제 개편 동시 추진안을 내놨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의 6-3-3-4 시스템은 이미 70년 전에 도입된 낡은 학제고 학교 급간 구분이 어떤 명확한 교육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많은 학자의 지적”이라며 “미국 학제만 봐도 K-12라는 기본 골격만 있을 뿐 주마다 학교마다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어차피 9월 학기제로 가려면 어느 정도 혼란과 진통을 감수해야 하고 학령이 6개월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학제시스템에 통합적 접근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치원 과정 중 일부 초등학교 흡수해 학령 문제 해결 주장

그가 든 예시는 유치원 과정 중 일부를 초등학교로 흡수해 학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9월 학기가 국제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만5세 과정을 학교교육 흡수도 다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일관성 있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학기제 논의는 2007년 연구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시대와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도입과정에서 초래될 비용과 혼란이 주된 논점이었다”며 “학생 수 감소로 추가적 인프라 필요성이 낮아져 비용적 부담은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개학 연기로 학습 충실성에 우려가 있는 만큼 학기 종료를 연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사진=교육부)
박백범 교육부 차관.(사진=교육부)

반대 의견 만만찮은 9월 학기제, 가능할까?

그러나 9월 학기제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교육부 역시 9월 학기제 전환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4일 “우리는 이미 개학해 수업하고 있다”며 “9월 학기제를 논의할 필요도 없고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개학을 해서 공식적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원격수업도 수업으로 인정, 수업일수를 채워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개학일정 연기 등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9월학기제 시행 문제를 개학 시기와 관련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입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은 지난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코로나19로 인한 9월학기제 전환 시도는 교육학자들이 보면 정치적인 시도로 보인다”며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9월로 연기했는데 계속 감염자 나오면 아이들은 그냥 계속 방치하느냐”고 되물었다.

또 2학기를 1학기로 진행하자는 제안에 대해 “이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6월 늦게 사회에 나간다는 문제가 있는데 더 늦어버리는 것”이라며 “결국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훨씬 늦게 고교를 졸업하게 된다. 국제적으로 맞지 않아 타당한 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병두 숭문고 교사(전 대통력직속 교육개혁위원)은 SNS를 통해 “OECD 다수국 채택, 세계표준, 국제교류 활성화, 일제잔재 정도가 9월 학년제 변경 주장의 논거일 뿐이고 이 논거와 주장이 논리적으로 연결(추론)되는 논증이 없거나 빈약하다”며 “심지어 9월 신학년제가 전세계 표준(?)이라면서 다수결 논리를 내세우거나, 3월 신학년제가 일제 잔재라는 사실 왜곡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봄방학 같은 시간들이 너무 허투루 운영된다”면서 “9월 학년제의 경우 거의 석달 간 여름방학에 일어날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냥 나중에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게 쉽다면 1달도 안 되는 봄방학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9월 학년제로 변경하면 좋은 점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경 효과는 너무 소수층에만 특권처럼 허용되고 비용과 피해는 너무 크고 다수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서구에서 여름이 특권 신분과 재산을 보유한 층들에게는 휴양과 그랜드 투어의 기간이었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에게는 아동 노동의 농번기였다는 점도 이미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매번 합의가 제대로 이뤄진 적도 없고 실제로 실행도 못했는데 이번에 자기들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사태에 뚜렷한 대안도 못 내고 학생과 교사, 학교의 오늘과 내일을 심도있게 살피지 못하는 일단의 무기력한 현장 밖 교육학자들이 일본의 맹목적인 정치가들 목소리에 발맞춰 아젠다를 선점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이 그들 뜻대로 9월 학기제를 도입했다고 치자. 그럼 지금 당장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며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금 우리는 전력을 다해 추구하고 합의하여 실행해야 한다. 절호의 시기를 엉뚱하게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학기제 변경은 교육을 살리는 결정적 교육요소가 아니다. 이를 침소봉대하며 마치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처럼 과장하면 치명적인 과오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1895년 갑오개혁 당시 교육법령에 따라 7월 학기로 시작했다. 그후 일제시대에 일본식으로 4월로, 1946년 미군정 시기에는 미국식으로 9월로 전환했다. 해방 후 1949년 다시 4월로 바꾸었으며 1962년부터는 3월 학기제로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9월 학기제는 미국·중국·유럽을 비롯한 세계 70%이상 국가에서 시행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호주는 2월, 한국은 3월, 일본은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최근 일본에서도 9월 학기제 변경 논의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