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칼럼] "자네는 왜 낮에 등불을?"...‘참지식인’에 대한 갈망과 성찰
[전재학 칼럼] "자네는 왜 낮에 등불을?"...‘참지식인’에 대한 갈망과 성찰
  •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 승인 2020.05.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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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게네스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에듀인뉴스] 인류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에 디오게네스(BC 410 ~ BC 323)라는 무소유의 철학자가 있다. 그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자네는 왜 밝은 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가?" 그러자 그가 대답하길 "사람 같은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등불을 들면 혹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라네." 

이처럼 ‘참사람’에 대한 갈망으로 대낮에도 등불을 밝혀 찾고자 했던 디오게네스의 이색적인 행위는 수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왜냐면 지금은 ‘참지식인’의 발견에 목이 타는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이 시대 지식인들의 자기성찰을 정중히 요망한다. 

그렇다면 ‘참지식인’이란 누구인가? 그는 무엇보다도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물론 객관성과 보편성을 철저히 간직한다. 

사회학에서는 지식인을 종종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부유층으로 분류하곤 한다. 학문과 예술이 객관성과 보편성을 지향하는 것처럼 지식인은 자신이 속하는 특수한 계급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에 따르는 구속성을 초월해 사회 전체를 위한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사회학자인 칼 만하임(Karl Mannheim, 1893~1947)은 지식인을 ‘사회의 파수꾼’이라 불렀다. 

(사진=jtbc 캡처)

잠시 시대적 지식인의 계보를 더듬어보자. 20세기 ‘참지식인’의 전형은 프랑스 작가인 에밀 졸라에서 시작한다. 그는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국가반역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 대위의 구명을 위해 그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자들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그 결과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던 국가로부터 공적(公敵)으로 몰려 군사법원으로부터 기소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때 그의 의로운 투쟁에 동참하여 재판의 재심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클로드 모네, 루이 파스퇴르, 아나톨 프랑스, 에밀 뒤르켐 등은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었다. 

‘참지식인’들은 이렇게 사회집단으로서 최초로 정치적 개입을 시도한 역사를 창조했다. 시대는 흘러 시공간을 달리한 1980년대,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 시기에 수많은 지식인들이 성명이나 서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 독재타도를 부르짖었다. 

이는 유구한 역사에 지식인의 계보를 잇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모름지기 지식인의 위상은 사회정의와 필연적으로 연대하기 마련이다.

이런 지식인의 앙가주망(engagement), 즉 사회적 참여가 이젠 자신의 이익과 출세, 그리고 이념적인 편향에 의해서 부끄러운 역사의 길을 걷고 있다. 흑백 논리에 의거한 이분법적 사고는 확증편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분단의 한반도처럼 진보, 보수(좌파, 우파)로 나뉜 지식인들은 이제 그 이름마저 부끄러울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무대로 맘껏 자신에 도취하여 세상사를 판단하고 있다. 

그뿐이랴. 나아가 부와 명예, 권력까지 좇는 불나방이 되어 간다. 이는 마치 대낮에는 은거하고 있다가 석양이 진 뒤에야 날갯짓하며 솟아오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무엇이 다르랴. 

그들은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하여 힘없는 자들을 지배하고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법농단’과 같은 사태로 발전했다. 

과거 ‘배워서 남 주자’는 교육의 슬로건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젠 ‘배워서 남을 지배하자’는 사상으로 변질된 것인가. 이것이 진정한 지식인인가 아니면 권력의 시녀이자 부역자인가.

예나 지금이나 어용 지식인이 쉽게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시대다. 그들에겐 철새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고 조삼모사(朝三暮四)가 판치고 자신의 입맛에만 맞게 진리를 제작하는 반쪽짜리 지식인만 존재한다. 

시장(市場)이나 정치와 손을 잡고서 기능적인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과연 ‘참지식인’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시간 강사의 노동을 착취해 자리를 지키는 지식인의 범주에 속하는지를 냉엄하게 성찰할 때다. 

이젠 고독하지만 꿋꿋하게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며 정의의 길을 걷는 ‘참지식인’을 찾고자 백주대낮에도 등불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br>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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