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의 크로스오버] ⑪인생곡선 "인생은 1차 방정식일 수 없다"
[이정은의 크로스오버] ⑪인생곡선 "인생은 1차 방정식일 수 없다"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5.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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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박사/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출처=펀펀테스트)

[에듀인뉴스] 진부한 것 같지만 늘 새로운, 명칭이나 주최는 다를지 몰라도 소위 말하는 ‘나를 찾아가는’ 여러 프로그램에는 공통된 것들이 있을 터인데, 그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 하나는 ‘인생곡선’ 그리기라는 것이다. 

지나온 시간들에서 나에게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나 상황, 나의 정신적 상태 등을 그래프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나타내는 것이다. 

이 그래프는 특히 현재의 나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꽤나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래프의 원형은 좋아하지는 않아도 반드시 거쳐야 했을 수학교과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x축과 y축이 있고 그 위에 연결된 선들이 있는... 그렇다. 입 안에서 맴도는 그 단어 함수, 인생곡선은 함수그래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인생곡선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나오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직선이다. 내가 좋았던 순간의 y값은 높고 힘들었던 시절의 y값은 예외 없이 낮다. 

인생의 부침에 비례한 많은 극대값과 극소값이 좌표가 찍힌 가운데 그 좌표점을 이은 선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생곡선 그리기인가보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금강산 일만이천봉처럼 삐죽삐죽 크고 높은 산들과 깊고 얕은 계곡들이 나열되어 있는 풍경화다.

흔히들 인생은 고차방정식이라고 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수학처럼) 풀기 힘든 여정이라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 본다. 고차방정식의 그래프는 과연 직선인가? 

이미 2차 방정식의 함수부터 그래프는 곡선이 된다. 직선으로 그려지는 것은 최고로 단순한 일차 방정식뿐이다. 

기울기가 각각 다른 여러 개의 직선을 연결시킨 것은 수학적으로 보아도 하나의 방정식이 아니다. 각 구간마다 다른 식이 적용된다. 그렇게 본다면 일만이천봉의 풍경과 닮은 그 그래프는 하나의 인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 

사람은 많든 적든 과거의 나에게 영향 받지 않고 뚝 끊어져 살아갈 수는 없다.

간혹 영화 같은 데서 보면 과거를 완벽하게 세탁하고 다른 사람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전직이 비밀스런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면적 삶을 들어가 본다면 기억상실이 아닌 다음에야, 게다가 지금 현재 인생곡선을 그리는 나에게 각기 기울기가 다른 여러 일차방정식들의 합인 단순하지만 변화무쌍한 많은 자아는 적용될 수가 없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한 번 자신의 인생‘곡선’을 그려보시라. 

x축은 시간이고 y축은 나의 상황이나 상태다. 좌표 (0, 0)을 내가 태어난 시점이라고 했을 때 각 시간에 대응하는 나의 위치의 좌표를 찍고 ‘자연스런’ 곡선으로 이으면 된다. 

고차방정식이라도 진정 하나의 함수를 대변하는 ‘자연스런’ 곡선 그리기는 사실 고난이도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수학 시간에 함수 그래프를 좌표점 하나하나를 자로 대고 이어서 그리는 학생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함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함수는 하나의 x값에 하나의 y값이 대응된다. 하나의 x값에 두 개 이상의 y값이 대응될 수는 없다.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법칙 중에서 시간과 관련된 식이 나오면 예외 없이 x축은 시간을 말한다. 

같은 순간에 내가 두 개 이상의 장소에 동시에 있을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납득하기가 쉽다. 모든 경우에 x좌표를 선정하는 ‘시간’은 굉장히 유니크한 개념이다.

눈앞에 있는 인생곡선을 한번 살펴보면 내가 지나온 길과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정리할 수 있겠고, 그래프가 정말 잘 그려졌다면 가까운 미래의 나의 모습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어떻게? 라는 물음이 따라오는 건 당연하다.

인생이라는 고차방정식 함수의 곡선에서 중요한 좌표는 어디일까? 내 인생의 황금기, 극대값이 있는 지점? 아니면 기억하기는 싫지만 나에게 자양분이 되었을 듯한 극소점? 함수를 해석하는데 모두 중요한 순간들이다.

그러나 인생이란 함수에서 ‘굴곡’이라는 표현이 적용될 수 있으려면 극대값과 극소값이 최소한 각 하나씩은 등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반드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좌표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변곡점(變曲點)이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곡선이 변하는 점이다. 자신의 인생곡선에서 이 곡선이 변화하는 지점을 찾아보자. 

수학 용어가 조금 어렵다면 비슷한 의미의 일상 단어, 전환점(轉換點)이란 단어로 바꿀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다. 영어로는 '터닝포인트'라고 한다. 그곳이 어디일까?

눈앞에 있는 곡선을 하늘에서 내려 보는 길이라고 생각해보자. 직선이 아닌 곡선, 구불구불한 그 길 위로 자전거나 자동차를 몰고 가는 사람이 운전대의 방향을 트는 지점, 오른쪽으로 꺾었던 핸들을 왼쪽으로, 혹은 왼쪽으로 돌렸던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는 지점. 바로 그 곳이다.

인생곡선에서 전환점을 찾았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고 해도, 새로운 인생에의 어떤 계기가 생겼다고 해도, 전환점을 거쳤다고 해도 나의 나쁜 상황이 바로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정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비로소 상승곡선을 탈 수 있다는 것을.

말이 길었지만 요약은 간단하다. 인생이란 함수는 고차방적식이고 그래프는 곡선을 그린다는 것, 삶이라는 굴곡에는 반드시 좋은 시절과 그렇지 못한 시간, 그리고 전환점이 존재하다는 것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수학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여, 힘을 냅시다!

이정은 
이정은 

이정은=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생화학 연구실에서 특정 단백질에 관한 연구로 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충북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고 충북대와 방통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복지관에서 세계문화와 역사교실 강좌를 담당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고고학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 계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며 인문학에서 과학으로, 다시 인문학으로 넘나들면서 크로스오버적 시각에서 바이오필로피아를 담은 글을 쓰고 있다.​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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