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검사 부실로 인한 확진자 발생 해당학교 '엄중 문책' 공문
부산교육청...부적절 내용 담은 잘못 인정 "사과 메일, 수정 공문 재발송"

부산교육청이 지난 19일 관내 학교에 보낸 공문 일부 캡처.
부산교육청이 지난 19일 관내 학교에 보낸 공문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부산교육청이 발열검사 부실로 인한 학교 내 확진자 발생 경우 해당학교를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 현장에 보냈다 현장 반발이 거세자 결국 사과했다. 

부산교육청은 고3 등교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코로나19 관련 학생건강상태 확인 및 등교중지자 등 현황 제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학교에 전송했다.

공문에는 “등교수업 일주일전부터 매일 가정에서 실시하는 ‘학생건강상태 일일점검시스템’ 가동은 학교 내 환자 유입 방지를 위한 학교 방역의 시작”이라며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학교장은 참여율을 매일 확인하여 보완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는 요청사항이 포함됐다.

또 코로나19 격리자 및 검사자 현황을 파악하고자 한다며 등교 수업 이후 매일 오후 2시까지 자료집계시스템으로 제출할 것을 안내했다. 이는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공통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 내 확진자 발생의 경우 해당학교를 ‘엄중 문책’할 것이라는 문구에서 비롯됐다.

현장은 "등교 개학 이후 확진자 발생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가뜩이나 방역 매뉴얼로 지친 교사들 가운데서는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윤희 올바른교육을위한교사모임(부산 금성고 교사) 대표는 “등교 개학을 위해 신경을 곧추 세우고 혹시 모를 전염을 막기 위해 학교 현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발열자 발생 시 학교를 엄중 문책하겠다는 것은 그간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온라인 수업 등으로 교육의 끈을 이어 온 학교와 교사의 기를 꺾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내용을 주제로 학생과 토론을 해보니 학생들도 의아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학생들은 교육부 의지로 등교 개학을 해 우리를 위험에 몰아넣은 것 아닌가요. 왜 학교를 문책하나요”라며 “인천, 경기 등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개학이 연기되는 등 다른 지역도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데, 등교한 우리도 불안해요. 문제가 생기면 학교가 아닌 교육부가 책임지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미숙 부산교사노조위원장 역시 “담당 부서에 전화해 항의했더니 학생들 자가건강진단시스템 입력이 너무 저조해 ‘엄중 문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 사과 메일을 발송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교사들은 공문의 문구만을 보지 뒷 배경까지 알지 못한다. 엄중 문책이라는 것은 협박용이다. 교사를 지원 대상이 아니라 관리·징계의 대상으로 보는 대표적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가 방역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아이들의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감염 관리에 철저를 기해 달라는 의미로 공문이 나갔는데 일부 과도한 표현이 들어간 것 같다. 업무를 급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며 “현재(20일 19시20분) 사과의 말을 담은 메일을 관리자에게 발송했고 ‘엄중 문책’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수정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자가 발생해도 학교를 문책할 계획은 없다.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