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첫날 반가움의 주먹인사.(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대한민국 군대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의 대부분 힘든 군시절을 떠올릴 때, 거의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단골이기도 하다. 

실제로 입대 첫날부터 엄습해 오는 두려움은 언제 시간이 지나 제대를 할 것인지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다 고참 선임병들은 신병들이 자대에 배속될 때마다 위로는 못할망정 겨우 한다는 말이 “제대 얼마 남았냐? 네가 너라면 자살하겠다”라며 신병의 마음을 역지사지 하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한숨 밖에 나올 수 없는 그런 기간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결국 제대 시간이 다가오고 드디어 민간인이 되어 군대 문을 나올 때의 그 기쁨은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는 말은 그런 때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5월 20일 학교에 등교하는 고3 학생들의 심정이 바로 그것이었으리라. 

3월 초 개학 시점부터 거의 3달을 못 본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감성적인 학생은 눈시울을 붉혔다. 기억에 익숙한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 너무 반가워 다가와 인사를 하던 학생은 크게 말하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현실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거의 얼굴의 반을 가린 마스크 때문에 감정 표현조차 억제하였다. 그동안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을까? 팔짱을 끼듯이 가깝게 붙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자~ 거리를 띄워라”고 지도하는 교사가 얼마나 정서가 메마른 인간으로 느껴졌을까? 

친구들끼리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은데 손바닥을 마주치지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청춘의 기운(氣運)은 억제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직은 절기가 아닌데도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던 학생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 기백은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그동안 집에서 거의 격리상태로 있다 해제된 것은 얼마나 기다리던 자유의 순간이었을까? 

그뿐이랴. 입실한 교실에선 사물함조차 복도로 내놓고 거리를 띄워 감염 예방에 철저를 기하고 또 사전에 그토록 PC로 또는 스마트폰으로 가정통신문을 띄워 코로나 예방수칙 교육을 하였건만 학급 친구들끼리 책상 간격을 좁혀 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우려와 걱정이 되었다. 

복도에서 인사를 나누는 학생들에게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사진=지성배 기자)
복도에서 인사를 나누는 학생들에게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사진=지성배 기자)

하지만 "그래, 그런 모습이 바로 10대인 너희들의 참모습이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란 생각으로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가 불과 1시간이 채 되기도 전, 아침 등교 길에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 때문에 등교를 중단시킨 이웃 학교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3시간이 채 되기도 전엔 학교장에게 보내온 문자메시지가 제일 먼저 속보를 전달했고 이내 교육청의 정식 공문이 접수되었다. 내용인즉 즉시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다음날부터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이때 필자는 교장실에서 학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침 등교 상황을 점검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하여 개선하려는 대책을 세우던 중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등교 정지를 한다니 참으로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진행되는 행정과 조치에 화가 나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고3 학사일정의 굴레에 묶여 조급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현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지역사회의 감염이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학원 강사로부터 시작된 2차, 3차, 4차 감염이 퍼지면서 본교 교직원 상당수가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도 두 자리의 검사자가 역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는 음성으로 판정돼 안도의 한숨을 내뿜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 눌리고 삶의 행복을 제한당하는 현실 앞에선 그저 살아있음을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할까? 

일부에선 가을엔 더 센 바이러스가 온다고 잔뜩 겁을 주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역사적 터닝 포인트에 와있다. 일상적 삶의 자유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라 타인의 건강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이젠 ‘나 혼자쯤이야’가 아니라 ‘나와 가족, 이웃, 친지를 위하여’라는 연대 의식으로 무장하여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오늘도 학교는 주인을 잃고 적막과 쓸쓸함 속에 어둠이 찾아왔다.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길 간절히 소망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br>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