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6일 등교수업 운영방안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2020.05.26.(사진=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진자 여파가 지역으로 확산돼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27일 예정대로 고2·중3·초1∼2·유치원생이 등교했다.

학교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역사이래 초긴장 상태다. 교사들은 수업과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막중한 과제 앞에 하루하루가 노심초사다.

이런 교사들의 이중, 삼중고를 덜기 위해 교육부 장관도 나섰다. 지난 24일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6월 한 달간 교사들의 외부연수, 회의, 행사 출장 부담을 없애고 학교폭력 실태조사도 연 2회에서 1회로 통합 실시하겠다”며 “등교수업을 앞둔 일선학교 교원들이 수업과 방역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등교 개학 이후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학생 코로나 방역 관련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행을 보류해도 되는 사업이나 축소하면 좋은 사업에 대해 지혜를 달라”며 현장에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구했다.

당시(관련기사 참조) 조 교육감의 질문에 ▲“2020년 정서행동특성검사 실시 시간을 조정해주세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원격수업 부적정수강 의심 학생 처리 방안 안내 지침 거부해 주세요” ▲“각 학년별 보건 관련 특별과목이 생겼으면 합니다” ▲“학부모학교참여사업을 올해는 보류하고 대신 학부모회가 학교의 방역 등에 참여해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정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 흡연예방사업 보류해 주세요” 등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지난 18일 조 교육감은 고3 등교수업을 앞두고 ‘등교수업 운영방안’을 통해 “교사가 교육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학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교육청 모든 부서가 비상시국에서 꼭 해야 할 사업이 무엇인지 그것만 살리고 나머지는 연기·폐지하기 위해 검토 및 토론을 진행 중이다. 빠른시일 내에 이를 종합해 학교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후속대책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이 입으로 앞서나간 업무경감 정책은 울산교육청(노옥희 교육감), 경북교육청(임종식 교육감) 등이 먼저 실행에 옮겼다.

울산교육청은 지난 25일 총 111개 교육청 사업을 축소했다. 온라인 연수, 상반기 사업의 하반기 시기 조정 등 46개(41.4%)사업을 조정했고, 생존수영실기교육 대상 학년 축소, 각종 프로그램과 연수 운영 횟수 조정, 지원단 운영 및 행사 등을 조정해 53개(47.8%)사업을 축소했다. 각종 국외연수는 실시하지 않고 워크숍, 선진지 견학 사업 등 12개(10.8%)사업은 일몰하기로 했다.

경북교육청도 지난 25일 2020년 주요행사를 조정한 결과, 총 285건의 행사 중 ▲행사 통합 17건 ▲행사 취소 10건 ▲온라인 활용, 자료 제작 보급 등 대체 22건 ▲기타 29건 등 총 78건(27.4%)의 행사를 조정했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청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여전히 회의 중이다. 왜 이렇게 진행이 더딘 지를 묻는 질문에는 의회와 예산 조정을 해야 하는 사업도 있어 그렇다며 빨라도 6월 중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 교육감이 우문현답을 구한 것이 4월 29일. 그 때 이미 교육청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한 달 넘게 서울시교육청은 논의만 하고 있는 셈이다.

26일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현장 교사들은 업무경감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무경감 이야기는 이날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날짜가 지나면, 현장은 정해진 업무를 그대로 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연기될 지, 없어 질지 모르는 상황에, 마음대로 취사선택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전문직과 고교 교장을 역임한 교육전문가는 “학교현장의 업무를 경감 해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며 “교육감 시책사업 줄이고, 유관기관 공문 시행하지 않고, 수업과 관계없는 연수를 없애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조언한다.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가장 먼저 업무경감을 하겠다고 선언한 조희연 교육감의 우문현답은, 도대체, 어디서 막혀있는 것일까. 

에듀인뉴스 오영세 기자
에듀인뉴스 오영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