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프랑스 합창을 초‧중‧고 정규교육과정 편성
초등학교 1주일 2시간 필수, 중학교와 고교는 선택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사진=유튜브 캡처)

[에듀인뉴스] '노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음악을 접하고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중가요를 즐기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노래방이 얼마나 발전을 하였는지 오락실처럼 즐길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은 이미 생긴 지 오래고, 내한하는 외국 가수들에게 한국 관객들의 '떼창'은 이미 유명하고 감동적인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오죽하면 한국 사람들은 본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싶어서 콘서트를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악기에도 독주, 중주, 합주 등 여러 연주형태가 있듯이, 노래에도 독창, 중창, 합창 등의 여러 형태가 있다. 그 중에서도 합창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노래의 형태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합창을 했다. 처음으로 합창단에서 노래를 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떤 봉사 단체 소속 어린이 합창단에서 활동했다. 

혼자 무대에 서서 노래한다면 긴장하고 떨려서 제대로 할 수 없었을 텐데, 다른 친구들과 함께라는 점이 그 긴장감을 덜어주었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잘못된 음을 노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럽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특히 음악의 역사에서 합창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리 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 (출처=Google) 

중세 시대, 음악은 철저하게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으로 구별되었고, 기악 음악 역시 세속적인 것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는 목소리로만(그것도 남자, 더욱이 높은 음을 소화하기 위한 어린 소년들 포함) 음악을 하는 것이 허락되었다. 

지금처럼 피아노나 오르간의 반주개념은 더더욱 없을 때였으므로,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던 이 아카펠라(무반주 합창) 시대가 아마도 합창 음악이 가장 많이 발전했던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합창'은 음악 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체 교육에도 아주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2017년 프랑스 정부는 합창을 프랑스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으로의 편성을 제정하고 다음해 9월 신학기부터 적용했다. 초등학교는 1주일에 2시간 필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선택이다. 

이들은 합창 수업의 교육적 효과로 ▲클래식과 재즈 음악 등을 통한 문화 소양 함양 ▲자신감과 성취감의 향상 ▲연대의식과 결속력의 강화 ▲학업 스트레스의 완화와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에서 합창 수업 반주를 할 때, 어린이들은 처음에는 자신 없어 하다가도 몇 번의 과정 이후에 본인들이 먼저 질문을 하며 나와서 노래 시범을 보일 정도로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던 것이 기억난다. 

또 수업 전문성을 위해, 시와 구 자치 단체는 음악학교나 음악 협회에 요청해 음악 교사나 음악가를 파견함으로써 음악인들의 직업률까지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역할을 한다면, 음악은 즐기는 것이라는 궁극적 의미는 일반 성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Chorale de Mr Delalande à Maison-Laffitte(출처=tourisme-maisonlaffitte.fr) 

특별히 프랑스에는 여러 Associations culturelles (아쏘씨아씨옹 퀼튀렐르, 문화 협회)가 있고, 연극, 미술, 춤, 음악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중 합창은 꼭 포함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1년 일정 가운데 정식 공연일정을 잡고, 그에 맞춰 연습을 한다. 

취미 생활을 위한 것이니 그저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연습 열정은 대단하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2~3시간을 연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들은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 임한다. 

심지어 참여 인원들 중에는 은퇴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느껴진다. 

여담으로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합창단에서는, 2019년 12월과 1월에 악명 높은 '프랑스 교통 파업'으로 인해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차로 나를 데리러 오고 끝나고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일까지 해 주었다. 솔직히 파업으로 인해 연습이 취소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럴 일은 절대 없단다(그들이 직접 내게 말한 내용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궁금하게 여김과 동시에, 그것이 우문(愚問)임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열심을 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랫동안 음악을 직업으로 삼았던 터라, 즐길 수 없는 상황들도 여럿 있었던 탓에 의무적으로 음악을 대할 때도 있었는데,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것, 그들은 그것뿐이다. 

음악이 가지는 역할과 그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그 순수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나에게 그 순수한 열정을 회복하게 하는 충전제다. 

한미소 

한미소.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Regional de Rueil-Malmaison,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departemental de Bourg-la-reine 반주자. 경북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오페라과 코치 전공 졸업 후, 오페라 코치 및 전문 반주자로 활동하던 중 프랑스 유학을 결심, CRR Rueil-Malmaison에서 L'Accompagnement au Piano를 전공, DEM(Diplôme d'Etudes Musicales) 과정과 Perfectionnement 과정을 만장일치 수석으로 졸업했다.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말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아니하는 곳에서 통하는 것이 음악이다.'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나라 연주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가운데 음악으로 대화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듯 음악은 국가와 환경, 인종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름다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 음악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 또한 가득합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경험한 음악, 그들이 삶속에 녹아들어 있는 음악 교육, 그리고 삶의 연주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