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음란물 등 부정 이미지 떠올리는 아이들
"비주얼씽킹, 성교육 공감활동에 어떤 효과 있을까"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심상희 신안초등학교 교사
심상희 신안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성교육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성(性)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면 성폭력, 음란물, 야한 것 등 부정적인 내용을 먼저 이야기한다.

성교육은 성기교육이나 기술교육이 아닌 남녀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삶에서 꼭 필요한 가치관 교육이다. 이전까지의 ‘성교육’은 성폭력예방 교육 위주로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배우고, 이후 부족한 차시로 인해 긍정적인 부분은 다루지 못하였다. 균형 잡힌 성교육을 위해 그동안 미뤄왔던 생명존중, 감정, 내 몸 사랑, 느낌 등 긍정적인 성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상대의 성에 대한 혐오문화가 사회문제에서 학생들의 문제로 파급되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서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대화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교육과 달리 성교육에 대한 아이들의 저항은 만만치가 않다.

성교육 단원을 들어갈 때, “선생님, 이거 꼭 배워야 해요?”, “너무 야해요~”라고 말하며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수업에 들어가면, 이번에는 평소에는 발표를 더 하려고 손을 번쩍 들던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몇몇 학생들은 짓궂은 얼굴로 낄낄거리며 수업 분위기를 장난스러운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하고, 얌전한 학생들의 얼굴엔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아이들 간의 소통을 유도하려 노력하나, 아이들은 입을 닫고 수업의 중심으로 들어오길 주저한다.

'성이란 000이다. 왜냐하면 0000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 만들고 이미지로 표현한 학생의 작품.(사진=심상희 교사)
'성이란 000이다. 왜냐하면 0000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 만들고 이미지로 표현한 학생의 작품.(사진=심상희 교사)

비주얼씽킹을 성교육에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학생들이 새로 배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는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주얼씽킹을 이용해 수업 내용을 이미지로 시각화해 이해력을 높이고, 그 이해력을 바탕으로 사고체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는 즐거움과 자율성, 상상력, 창의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말과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은 하나의 스토리가 되므로 오래도록 기억 속에 저장된다.

성교육시 모둠에서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서로 질문하게 하거나 교사가 직접 학생들의 시각이미지를 보고 “이 그림이 의미 하는 건 뭐지?”라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자신이 왜 그걸 그렸는지 설명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주도적으로 말하며 문제해결능력도 기르게 된다.

비주얼씽킹을 이용한 성교육에 대해 무엇보다 기억할 점은 기존의 언어중심수업에서 소외되었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해 할 수도 있으나, 이미지를 보고 발표하기에 발표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학생들은 모둠활동을 하는 중 모둠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호 협력하게 되고, 다른 모둠의 활동내용을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표현력과 발표력의 향상은 물론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방의 생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한편, 그것을 바탕으로 나와 다른 상대방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성 상품화 되지 않은 광고를 찾아 내가 광고할 상품을 발표한다.(사진=심상희 교사)
성 상품화 되지 않은 광고를 찾아 내가 광고할 상품을 발표한다.(사진=심상희 교사)

교사가 아무리 좋은 수업을 하고자 해도 준비가 거창하거나 복잡하면 시도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성교육은 준비물도 간단하다. 교과서는 물론, 신문, 도서 같은 텍스트 혹은 그림책, 사진, 동영상 등의 내용과 연결된 다양한 교육 자료와 종이, 사인펜, 색연필 등의 필기도구만 준비하면 된다.

여기에 자신이 적용해본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할 동료교사나 배움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다.

첫 시간에 아이들에게 “비주얼씽킹은 생각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저 그림 잘 못 그려요.”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비주얼씽킹은 ‘비주얼’이 아니라 ‘씽킹’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설명해주고, 아이들의 자신감을 북돋워 주기 위해 함께 단어 몇 개를 이미지로 표현하기에 대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림에 소질이 없다며 시각화를 이용한 수업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때 교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에게 표정 연습이나 인물의 행동 표현 시 특징을 찾아 칭찬하고, 말풍선과 화살표, 음영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간단히 안내하면 좋다.

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비주얼씽킹을 하기 위해 이미지를 연습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비주얼씽킹을 잘못 이해하는 학생들 중 무조건 인물을 스틱맨으로 그려야 한다고 우기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이와 같이 획일화된 연습을 하면 창의적인 사고확장을 시도하지 않고 고정화된 관행에 길들여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은 무궁무진하므로, 이미지를 사진처럼 똑같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사고한 후 자신의 생각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비주얼씽킹임을 수시로 지도하도록 한다.

비주얼씽킹 수업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모둠원과 소통하고 협력해가며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비주얼씽킹 활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시각화된 결과물을 제시하며 발표하므로, 발표를 잘하지 못했던 학생도 부담 없이 발표하게 되고, 주의력이 산만했던 학생도 다른 학생의 발표를 경청하며 소통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시간이 부족해 쉽게 생략할 수 있으나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성교육에서 꼭 필요한 활동은 공감활동이다.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와 소통은 공감활동을 통해 다져지기 때문이다.

비주얼씽킹 사고확장을 위한 갤러리워크 공감 활동.(사진=심상희 교사)
비주얼씽킹 사고확장을 위한 갤러리워크 공감 활동.(사진=심상희 교사)

공감활동은 수업 도중 일어날 수도 있고, 수업 후 결과물을 학급 게시물로 전시하여 감상하면서 공감별표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으로 공감을 표현하는 갤러리워크 활동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다른 이의 발표를 경청하거나 결과물을 읽고, 거기에 자신의 공감을 표시하거나 생각을 추가적으로 덧붙이는 공감활동은, 인기투표가 아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활동으로 중요한 정리활동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성교육은 여러 교과에서 독자적인 수업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앞서 설명한 수업사례에서 보듯 토의토론이나 스토리텔링, 액션러닝 같은 다양한 학습자중심 수업방법과 접목해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므로 다양하게 활용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