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등교 등 원격수업 늘었으나 등교 않는 학년 교사들 각종 방역 투입
쌍방향 수업할 시간 없는데 정작 등교생 적어 평가는 원격으로 할 형편

지난 3주간 이뤄진 등교 개학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화상 발열체크기를 다루고 학생들 손에 손소독제를 뿌려주는 등 방역 현장 최일선에서 움직였다.(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3주간 이뤄진 등교 개학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화상 발열체크기를 다루고 학생들 손에 손소독제를 뿌려주는 등 방역 현장 최일선에서 움직였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등교는 일주일에 1~2회 꼴로 하는데 정작 원격수업 준비는 할 시간이 없네요.” “원격수업을 할 때는 오히려 쌍방향 수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등교를 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제대로 수업하기가 어렵네요.”

오는 8일 모든 학생의 등교수업이 완성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등교 개학이후 원격수업 운영이 병행되고 있지만 방역에 초점이 맞춰진 현실에 수업 내실화가 오히려 방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비롯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있는 지역의 경우 고교는 전체 학생의 2/3 이하, 나머지 학교는 전체 학생의 1/3 이하 등교가 실시되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도 교육부는 거리두기를 위해 2/3 등교를 권고했다.  

결국 등교 개학을 했지만 여전히 원격수업이 중심이 되면서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진행되고 있는 것, 

하지만 원격수업만 진행되던 시기보다 오히려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정작 평가를 위해 등교를 시키고 있지만 평가조차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A고교 교사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온라인 수업기간에 모든 수업을 줌으로 실시간 수업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방역에 지쳐 점점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격수업만 하던 시기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각종 방역 업무 때문에 수업을 내실 있게 만들 연구를 위한 시간을 내기조차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등교하지 않는 학년에 부과되는 업무로 정작 실시간 수업은 할 수조차 없다는 설명이다.

김태완 대구 중앙중 교사는 구글클래스룸과 Zoom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사는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크게 어렵지 않게 온라인 수업을 즐기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구글클래스룸과 Zoom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 진행 모습.(사진=에듀인뉴스DB) 

원격수업해야 할 시간에 복도 감독하라는 학교도...방역 최우선에 수업은 뒷전


서울 B고교 교사는 “교직원 연수, 회의 전부 학생들이 나오지 않는 학년은 수업시간 중에 한다. 심지어 등교한 학생들을 위해 복도 감독까지 하라고 한다”면서 “그 시간에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는 어떻게 하냐고 하니 알아서 담당을 바꾸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고교 학생들은 등교 시 수행평가 등 각종 시험을 치르는 날이 많다. 하지만 등교 날짜가 둘쭉날쭉하다 보니 평가도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 C고교 교사는 “정작 등교하니 아이들이 절반은 없어 평가하기가 더 어렵다”며 “화상수업을 해야 평가를 할 수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 방역인력은 신청은 했으나 현장에 언제 투입될 지는 요원하다. 시도교육청 별로 지원 인력을 모집하는 곳도 있고, 학교에서 직접 채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지역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경기 D고교 교장은 "경기도의 경우 지원인력 자체도 적다고 하지만 주 15시간미만 초단기 근무를 할 인력이 얼마나 지원할 지도 미지수“라면서 ”그나마도 7월까지 인력을 지원하면 학교에는 실제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관련기사 참조) 


학교서 확진자 막기 총력...1명이라도 더 방역 투입할 수 밖에, 지원인력은 요원


등교 개학 이후 학교의 최우선 과제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막는 일이 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인천 E고교 교감은 “인천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아이들은 점점 느슨해지는 데, 주변학교에서는 확진자가 나오고 등교가 중지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학교는 비켜가기를 바라며 1명의 교사라도 더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총동원할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를 타개할 뾰족한 대안은 사실상 없다. 시도교육청은 블랜디드수업 활용 자료 보급,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보완, 각종 사업 등을 줄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체감도가 낮다는 평가다. 

천보선 진보교육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진행된 ‘온라인 개학’과 ‘위험한 등교’ 모두 학교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며 “학습 결손과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정 양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그리고 교육의 관계에 대한 총체적 철학을 바탕으로 핵심교육과정을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일 발간한 '21대 국회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원격수업 수업시수 인정 법령 개정 추진, EBS 강의 원격수업 인정 및 평가 연계 방안 마련, 중간・기말고사 전국 공통안 등 감염병 학사일정 운영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