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의 상황에서 각국은 봉쇄, 격리,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혹자는 금년을 이전까지의 관성에 의해 익숙하게 살아온 문화와 삶의 방식이 새롭게 바뀌는 진정한 21세기의 출발년도임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D(After Disease: 코로나 이후) 라는 말로 기존 BC(Before Christ: 기원전) 와 AD(Anno Domini ;그리스도의 해)를 대체하는 새로운 연도 표기를 거론한다. 

그만큼 코로나19는 전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의 시작을 알리며 언컨택트(uncontact:비접촉)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변혁을 갖추어야 하는 시대적 명령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컨택트(contact:접촉) 사회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평생 사람들과 대면하고 소통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코로나19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 전환을 빠르게 요구하고 있다. 

즉, 코로나19는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컨택트 환경을 도입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여기엔 변화의 기회가 커진 만큼 혁신하지 못했을 때 겪을 위기도 그만큼 커졌다. 

사실 이런 변화이자 혁신은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화가 달라지면 공동체와 사회가 유지되는 데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즉 기술로도 채우지 못할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언컨텍트는 사람의 서비스를 받고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촉진제다. 이는 인간적인 고마움과 미안함이란 감정을 배제시킨 채 일상에서 그저 사무적으로 당연시하는 감정을 유발시켜 무색무취, 즉 진공 상태의 정서를 일반화시키는 경향으로 흐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감정과 갈등을 원치 않는 언컨텍트가 확대되어 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언컨텍트 시대에 타인과 공동체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언컨텍트는 단절이 아니라 컨택트 시대의 진화다. 사람과 집단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그 속에서 개인의 욕망과 탐욕 때문에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의 발생이 싫을 뿐이다. 

그래서 견제와 투명성이 언컨택트 사회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엔 문화적 차이와 역사적인 배경이 그 밑바탕에 존재한다. 

일방적으로 문화의 우월성을 따지는 것이 금기(taboo)적인 사항인 것처럼 코로나19 대처에도 어느 국가가 우월하다 열등하다 섣부른 판단은 미묘한 문제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문제가 되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는 예외로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의 올바른 가치관 교육에 대한 중요함이다. 

우리의 학교 현실을 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 초‧중등학교가 장기간의 휴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순차적인 등교수업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동안 우리의 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언컨택트의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와중에 학생들의 비양심적 부정행위로 인해서 언컨택트 교육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하대, 서울대, 한양대, 건국대 등 의대생을 중심으로 부정행위가 드러나면서 시험의 공정성과 온라인 교육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부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행동은 세계적 명문대인 하버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서 대한민국 최초로 개교 3년 차인 1956년 1학기부터 2020년 올해까지 64년을 무감독 시험을 운영하며 양심 교육을 시행하는 제물포고등학교의 사례는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무감독 고사 선서를 하면서 학생들은 양심을 지켜왔고 학교의 전통은 정신문화재급으로 인정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와는 달리 같은 지역에서 명문대 진학을 많이 하는 학교로 알려진 어느 학교에선 한 학생의 시험 점수가 오르자 서로 의심해 민원을 제기, 감독 교사를 두 배로 증원하고 자리 배치를 강화함으로써 서로를 믿지 못하는 학교 교육의 세태를 한탄하며 그 속에서 육성되는 인재들의 인성과 그들이 이끌고 갈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우려하던 관리자도 있었다. 

학교는 양심 교육의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이는 경쟁으로만 치닫는 우리 교육에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양심 교육은 그만큼 값진 가치를 발휘한다. 

제물포고의 많은 졸업생들은 모교의 이러한 양심 교육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동량(棟梁)으로 살아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이타적인 인재육성은 양심 교육에서 시작된다. 이는 앞으로 언컨택트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