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담당관은 "맡은 일 수행했을 뿐"

경기도가 도교육청의 16년도 예산안을 분석해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의 80% 이상 편성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그런 내용이 있다는 이야기는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교육청에서 저희한테 예산지원 해달라는 요청이 늘 있다. 예산 담당자는 도교육청이 어느 정도 예산인지 파악하지 않겠냐”며 “그런 내용이 있다는 이야기는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남지사는 “지금의 문제는 관련 예산이 얼마나 모자라느냐?”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정 상태를 분석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서로 분석을 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의 예산담당관실은 지난달 말 ‘교육청 예산현황 비교분석(2015∼2016)’이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건을 만들었다.

문건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보다 축소발행 계획인 지방교육채 3446억원, 학교용지부담금 잉여금 미반영 500억원, 도전출 미반영 528억원(교육급식 237억원, 초등화장실 개선 288억원, 재난안정 3억원) 등 4474억원의 추가 세입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또 2015년도 지방세 결산 정산분을 1000억원 내외라고 예상했다.

추가세입 4474억원과 결산분 1000억원을 합해 총 5474억원의 세입이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출 부문에서는 인건비와 학교회계전출금 등을 절감편성해 1500억원, 순세계잉여금과 이월사업비에 대한 효율적 재정관리를 통해 1000억원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세입에서 5474억원을 늘리고 세출에서 2500억원을 줄이면 총 7974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 문건에 따르면 3446억원의 지방교육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4528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는 도교육청이 편성하지 않은 어린이집 예산 5459억원의 82%에 해당한다.

이같은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난달 말 준예산 사태 얘기가 나오고 해서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의 편성 여력이 정말 없는지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들어 문건을 만들었다”며 “예산담당관실 2명이 만들었고 윗선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심각한 교육자치 훼손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6일 ‘경기도 보고서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경기도민과 학생을 위해 힘을 합쳐할 시기에 발생한 경기도 공무원의 분별없고 무책임한 (보고서 작성 배포)행위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협력해야 할 기관의 자치권을 훼손한 이런 행태에 대해 경기도는 진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며 “아울러 두 기관 간 교육협력 정신을 훼손한 해당 공무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공문서 양식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관을 우롱하는 행위이고 심각한 교육자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의 내용도 맞는게 없다”며 “경기도는 진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출금(528억원)은 목적이 지정된 경비이고 학교용지부담금(500억원)은 연도별 전출계획에 따라 들어오므로 새로운 재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이월사업비 대부분은 학교 신증설비라 전용할 수 없고 인건비와 학교회계전출금도 절감 편성이 어렵다고 도교육청은 덧붙였다.

한편 도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 1조559억원 중 유치원분 5100억원만 본예산에 잡고 나머지 어린이집(15만6000명)분 5459억원은 편성하지 않고 도의회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