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S, e학습터·K에듀파인·처음학교로 관련부서 자체 감사실 조사 중
박혜자 원장 "기관장으로서 지난 1년 문제 파악해 혁신하겠다는 것"

e학습터 홈페이지 캡처.
e학습터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이끌어 온 e학습터를 자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ERIS는 오류에 대한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며 비난 여론이 매섭다.

18일 <에듀인뉴스> 취재 결과 KERIS는 3주 전부터 e학습터, K에듀파인, 처음학교로 등을 관장하는 본부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는 내부 감사실에서 진행한다.

박 원장은 이날 <에듀인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 나타난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내부 감사실에 3~4개 본부 자체조사를 지시했다”며 “앞으로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적극행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의 오류를 찾아내 개선점을 만들어가는 것도 기관장의 역할"이라며 "기관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자 원장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지난 원격수업도 시범 시행할 때 서버가 세 번 다운됐다. 그러나 정식 원격수업 이후에는 서버다운이 발생하지 않았다. 시범 시행 당시 경험 때문이다. 해킹 문제도 우려됐다. 실제 보안본부에서 해킹 사례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보안프로그램이 즉각 작동했다”고 말해 원격수업 준비와 시행 당시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ERIS 홍보실 관계자 역시 “그간 나타난 다양한 시스템 및 구조적 오류를 찾아 대응 방식을 점검하기 위함”이라며 “해당 본부에 감사가 아님을 밝히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학습터는 현재 초중고교에 원격수업 콘텐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학급방 위두랑을 운영,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플랫폼으로 역할을 해 왔다. 다만, 지난 4월 서버를 급격히 늘리는 과정에서 데이터 손실이 발생했고, 접속 지연 문제도 나타났다. 또 일부교육청에서는 자가점검시스템 접속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KERIS는 자체 조사라고 밝혔지만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경중에 따라 감사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해당 본부 관계자들은 촉각을 곧추 세우고 있다.


현장 "e학습터가 없었으면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뎌냈겠냐" "감사원도 열심히 일하다 생긴 문제 처벌 않는데"


그러나 이번 자체조사를 바라보는 현장 교사와 교육 관계자의 시선은 차갑다. 해당 본부가 나타난 문제들을 현장과 소통하면서 바로바로 해결해 나갔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A 초등 교사는 “e학습터가 없었으면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뎌냈겠냐”며 “일부 접속 지연 문제가 있었지만 KERIS 담당자들이 현장 교사들과의 소통으로 즉각즉각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줬다. 미리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 것이 기관장의 책임이지 담당자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B 초등 교사는 “그간 활용이 저조했던 e학습터나 위두랑 등 플랫폼이 코로나19 비상 사태에서 대안적 프로그램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안정화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부서와 책임자를 조사한다니 말도 안 된다”며 “오히려 상을 줘야 한다. 이제 안정화되니 공을 세운 사람을 몰아 부치는 것인가. 토사구팽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린다”고 비판했다.

정재석 전북 고창초 교사는 “e학습터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시국에서 현장 소통에 최선을 다했으며 문제 발생 시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e학습터 시스템 자체가 열악한 상황에서 이만큼 이끌어온 것은 칭찬하고 격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소속 기관이 나서 자체 조사를 하고 징계가 전제된 감사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은 탄압”이라며 “나타난 문제가 있으면 회의를 통해 협의하고 머리를 모아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감사실이 나서 자체 조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대 교수는 “처음 겪는 상황에서 일하다 보면 당연히 실수와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감사로 나아가면 열심히 일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감사원도 적극행정 일환으로 열심히 일하다 생긴 문제는 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한 이유를 들여다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