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의원, 최근 5년 수도권 대학 정시 재수생 합격 늘어 "불평등 교육 심화" 주장
고교 교사들, 수시 확대 속 고교서 정시 준비 못 해..."재수생 비율 높을 수밖에 없어"

(출처=강민정 의원실)
(출처=강민정 의원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요 대학 정시 수능전형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의 합격 비율이 증가했다”며 “수능 정시가 불평등 교육을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자, 고교 교사들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비판에 나섰다.

강민정 의원은 22일 오전 교육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대상 16개 대학 중 자료제출에 응한 12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재학생과 졸업생 최종 등록 현황’ 분석 자료를 내놨다.

자료 제출에 응한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등 수도권 소재 12개 대학이다.

강 의원 분석에 따르면 위 12개 대학 평균 수능위주 전형 합격생의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은 20016년 3.6%에서 2020년 31.2%로 증가했다.

강 의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수능으로 대학을 가려면 재수가 기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하며 “정시가 공정하다는 사회 통념과 대비되는 것으로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수는 부유한 가정이 수년 동안 값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가능하다”며 “수능은 사회 통념과 달리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지난 5년간 대학 입시 결과고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수시 확대로 고교서 정시 준비 어려워..."당연히 재수생 정시 비율 높을 수밖에"/ "정시가 사교육비 더 든다는 주장 위해 근거자료 끼워 맞춘 셈"/ "수시 정시 비교하려면 재학생 기준으로 해야"/ "재수가 반드시 사교육비 증가 주장 일반화 오류"


하지만 고교 교사들은 수능 정시가 사교육비 확대로 불평등 교육을 심화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재학생과 재수생의 정시 합격 비율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A고교 교사는 “몇 가지 전제 하에 학종이 수능보다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후 관계를 전혀 따지지 않은 주장”이라며 “재학생이 학종과 정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면 학종 비중이 높을 때 재학생들의 정시 도전율이 낮다는 것은 당연하다. 정시만 보고 달려드는 재수생들과의 비교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또 “SKY의 학종 비율이 2015년 38.9%에서 2019년 58%로 늘어난다”며 “이런 흐름에서 재학생이 정시형 타입이 아니라면 굳이 정시 준비를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실이 정말 현실에 관심이 있다면 정시에서의 재학생과 재수생의 비율이 왜 5년간 벌어졌는지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자는 주장을 해야 한다”며 “원인은 찾지 않고 무조건 정시가 사교육비가 더 든다는 주장을 위해 근거자료를 끼워 맞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고교 교사는 “수시가 더 우월하고 공정하다고 말하려면 재수생 합격자 수를 포함하지 말고 비교해야 한다”며 ”재수생은 수능 성적만을 반영하는 전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정시를 선호하는 것이다. 수시냐 정시냐를 따지려면 당해 년도의 입시전형으로 비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시를 잘 대비하기 위해 스펙을 만들어주는 학원에 ‘엄빠 찬스’까지 쓰는 권력자들의 자녀 입시 결과 이야기가 아직도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무슨 사교육 타령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교육이 꼭 공교육의 대체재인가. 보완재로 보면 안 되나. 재수가 반드시 사교육 활성화와 직결되고, 이는 공교육을 붕괴시킨다는 말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 "정시서 재수삼수 안 하면 대학가기 어려운 추세 설명한 것"/ 강민정 의원실 "2020학년도 정시 확대 대학도 재수생 합격 비율 높았다"


이에 강민정 의원 자료를 함께 준비한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지방 소재 학교의 대학 고3 진학률은 70~80%인데 반해 강남 서초 쪽은 30%대이다. 이것은 재수삼수 안 하면 대학가기 어렵다는 게 정시에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비율이 점차 벌어질 것이라는 추세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학교에서 수시 준비를 잘 해왔는데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으로 정시는 재수생이 가는 트랙으로 굳어지게 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수시는 재학생만, 정시는 재수생만 활용하는 전형임을 정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정 의원실 관계자는 “2020년 같은 경우 일부 대학에서 정시가 늘어났다. 비판 주장대로라면 정시가 늘어나는 만큼 재학생들 비중이 늘어나야 하는데 재수생 입학률이 높아졌다”며 “수시가 확대됐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에서 정시를 준비할 수 없어 재학생의 정시 합격율이 떨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 교사 "2020학년도 입시생들 수시 맞춰 대입 준비했으니 당연히 재수생 정시 비율 높을 수밖에"/ 이종배 "악의적 단순 무식한 주장"


그러자 B고교 교사는 “2020년 입시는 그간 수시 확대 정책에 맞춰 학생들이 입시를 준비해 온 만큼 의원실 관계자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재수생의 경우 수시 자체가 한계가 있고, 수능에만 올인하기 좋은 기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택한 것이 입시제도의 적절성을 가늠하는 결과로 분석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강민정 의원의 자료 해석을 두고 왜곡되고 악의적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정시확대를 반대해왔던 진보교육 단체들의 대입제도 공론화 결과 흔들기는 계속돼왔다. 그 가운데 있던 강민정 의원이 국회 진출하면서 한쪽 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하다"며 "자료는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국회의원이자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 아주 경솔한 발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시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짚었어야 한다"며 "입시 문제를 재수생과 고3학생 간의 불균형, 도시학생과 지방학생 간의 불균형 양상으로 몰고 가는 해석은 또 다른 역차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 역시 성명을 통해 “불공정한 수시 비율이 대폭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악의적이고 단순 무식한 주장을 한 강 의원을 정치계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투쟁을 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재수생 합격 비율이 상승하는 것은 불공정한 수시 비율이 대폭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수시 비율 대폭 확대에 따라 고교 교과과정이 수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반론했다.

대입전형에서 수시 비율이 매년 증가하면서 고교생들은 내신 비교과 활동 등 수시 위주 교과로 편성된 학교생활로 수능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능을 전력으로 준비하는 재수생과의 수능 점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현재와 수능 정시 비율이 비슷했던 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를 예로 들며 “강 의원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정시가 40%까지 확대되면 재학생에게 유리하므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의 자료에 따르면 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는 정시 비율이 39.5%였다. 정시 입학생 중 재학생은 63.9%였고 재수생은 25.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