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용노동부 '기능경기대회 운영개선 방안' 발표
직업계고 기능반 동아리 전환, 합숙·야간·휴일교육 금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특성화고권리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이군이 지난 1월 말 기능반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특성화고권리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이준서 군이 지난 1월 말 기능반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전교조)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에서 운영 중인 기능반이 폐지되고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기능경기대회 참가자격도 확대된다. 기능경기대회 수상을 위한 과도한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과 고용노동부는 24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는 1966년 출범한 뒤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해왔으나 입상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으로 학생 학습권·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난 4월에는 지방 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 중이었던 경북 경주시 신라공고 이준서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능대회 준비생 자살 등 과다 경쟁 차단…전공심화 동아리로 전환


정부는 기능대회 개선방안을 통해 기능대회의 과도한 경쟁을 차단하기로 했다. 

먼저 논란이 된 직업계고 기능반은 앞으로 전공심화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며 오후 10시 이후의 교육은 금지된다. 지도교사는 학생들에게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휴일 교육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교육도 금지된다.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동아리의 자율적 가입·탈퇴가 보장하기로 했다. 기능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학생도 향후에는 정규수업에 모두 참여,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 기능대회 준비생들에 대한 정기·수시 상담을 실시, 심리적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병우 충청북도교육감이 9일 충북공고를 찾아 2020 충북기능경기대회 출전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충북교육청)
 2020 충북기능경기대회 출전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는 김병우 교육감.(사진=충북교육청)

전국기능대회 참가자격도 완화...사물인터넷(IoT), 사이버보안, 드론 등 신규 포함


전국대회 경쟁과열 요소로 지목되는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는 폐지하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방식의 '공동 메달제'를 도입한다.

전국대회 참가자격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대회 1~3위 입상자에 한해서만 주어지던 전국대회 참가자격이 앞으로는 지방대회 우수상 입상자(종목별 1~4명)까지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당초 4월과 9월에 열리던 지방대회와 전국대회 일정을 각각 2월 말, 8월말로 앞당겼다. 방학기간으로 조정해 참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것.

국가대표 선발 평가전도 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대회와 통합 추진된다. 선발전을 따로 열지 않고 전국대회만으로 국가대표를 뽑겠다는 것이다. 또 지방대회나 전국대회를 모두 방학 중에 개최, 학생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특정 과제에 대한 반복훈련을 지양하기 위해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2년 단위로 문제를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기능대회 종목에 신산업 분야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보안, 드론 등 종목을 새로 만들어 산업현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학교 밖에서도 기능대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진흥원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1곳만 운영 중이지만 진흥원을 추가 설립해 ‘기능경기 특별반’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특별반은 정보통신기술(IT) 네트워크 시스템 등 29개 직종의 연간 2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2~8월 편성·운영된다.


전교조 "학생부-일반부 분리로는 경쟁 줄일 수 없어, 기능대회 성과 따른 보상을 실습환경 조성 예산으로"


그러나 기능경기대회에 학생이 출전하고 경쟁하는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는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존 지침을 재탕한 발표를 철회하고 기능경기대회 운영에 대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현재 기능대회 출전 선수의 95%가량이 직업계고 학생인데, 학생부-일반부를 분리해봤자 학생들 사이의 과잉 경쟁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직업계고 기능반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능반도 이미 ‘교육과정 내 동아리’인데, 이를 ‘전공심화 동아리’로 규정한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관평가와 학교예산 지원, 지도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메달에 따른 상금과 해외연수 등 혜택이 왜곡된 교육환경을 부추기고 있다"며 "기능대회 성과에 따른 보상을 모든 실습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으로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기능경기대회 입상 성적을 실적으로 삼는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엔 부족한 대책"이라며 "체육 분야 학생선수의 인권 보장 대책처럼 직업교육 분야에서도 학생의 학습권·건강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기능경기대회 출전은 원천 금지시키는 수준의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