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 권의 힘'...6년 간 200여권 그림책 창작 수업 이야기 담아 인기
가슴 속에 자기만의 언어 가진 아이들..."창작 그림책 수업으로 자신 표현"

이현아 교사의 지도로 아이들이 창작한 그림책 표지.(사진=이현아 교사)
이현아 교사의 지도로 아이들이 창작한 그림책 표지.(사진=이현아 교사)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200권이 넘는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을 만들어 낸 이야기가 담긴 책 ‘그림책 한 권의 힘’은 속칭 베스트셀러다. 출간 3개월 만에 4쇄를 발행할 만큼 인기가 높다.

저자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는 이 책의 인기 비결을 어떻게 해석할까.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 함께 읽는 예술 장르에요. 자기 표현을 통해 마음의 숨을 쉴 수 있도록 막혀있는 숨퉁을 틔워주죠. 또 수업을 어떻게 해 왔는지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현장 활용도도 높죠.”

이 교사는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원격 연수를 개설하고, 유튜브 채널 ‘현아티비’를 통해 그림책 활용 수업 영상을 공유하며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아 교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려 깊은 눈을 가진 교실의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그림책에 담겨 있는 함축적 텍스트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삶의 중요한 가치를 나누고 정서적인 소통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노력하고 열정을 쏟은 만큼 그의 바람은 아이들의 가슴에 다가가 열매를 맺어 주었다. 자신은 누구인지, 무엇인지를 찾아가며 자아를 성취하는 달콤함을 아이들이 맛보고 있는 것.

“현아 선생님은 나에게 나를 표현할 기회를 주셨다. 나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이 교사는 세 권의 그림책을 창작하고 졸업한 아이가 편지에 남긴 이 구절을 교직생활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교직 11년차, 그야말로 그림책에 푹 빠져 교육 활동을 해나가는 이현아 교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이현아 교사와의 일문일답.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그림책 한 권의 힘' 저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사진=카시오페아)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그림책 한 권의 힘' 저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사진=카시오페아)

▲이현아 선생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 이현아입니다. 현재 서울홍릉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느덧 2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창작했습니다.

‘아이는 가슴 속에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라는 믿음으로 그림책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내면의 숨은 이야기를 찾도록 이끌어주고 있어요.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한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30차시 직무연수를 비롯한 다양한 강연으로 선생님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 ‘그림책 한 권의 힘’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부터 6년째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통해서 마음의 숨을 쉬는 그림책 수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읽기와 토론, 쓰기와 감상이 유기적으로 선순환하면서 창작으로 향하는 그림책 수업의 전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신현서 학생의 창작 그림책 '어둠 그리고 우주' 표지.(신현서 저, 찰리북, 2020)
신현서 학생의 창작 그림책 '어둠 그리고 우주' 표지.(신현서 저, 찰리북, 2020)

제가 진행한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서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어느덧 200권이 넘었는데요. 그중에는 최근에 출판사 찰리북과 계약을 통해 정식 출간된 작품도 있습니다. 바로 신현서 학생이 창작한 '어둠 그리고 우주'입니다.

현서는 현재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2016년에 6학년이었던 현서와 만나 그림책 수업을 통해 놀라운 작품 탄생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교실 수업을 통해 쓰고 그린 그림책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정식 출간되는 귀한 경험을 한 거죠.

이 그림책을 읽은 어른 독자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할 때,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림책은 유아들만 보는 것이라는 게 일반인의 인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 교육과정에서 그림책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보시나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 함께 읽는 예술 장르라는 인식이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초등 교육과정에서 아이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그림책에 주목하게 됐는데요.

그림책은 쓸 수도 있고, 그릴 수도 있고, 낭독할 수도 있고, 몸짓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연극으로 연결할 수도 있는 ‘유연한 그릇’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담는 유연하고 아름다운 그릇이죠.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호흡을 주고받는 가운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장르인데요.

존재와 죽음, 자아와 관계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고민하는 삶의 철학적인 문제가 그림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삶의 중요한 가치를 나누고 정서적인 소통을 하면서, 사고력과 자기표현력을 길러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림책 창작 수업은 매 순간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배움이자 세상에서 가장 적극적인 독서교육이었습니다.

▲원격교육연수원 아이스크림을 통해 연수도 촬영하셨더군요. 연수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습니까. 연수 성과는 어느 정도 나오고 있습니까. 이번에 발간한 책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에서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30차시 직무연수 강좌로 선생님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강좌를 오픈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교원수강자가 1만2000명에 이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읽고, 토론하고, 쓰고, 만드는 모든 그림책 수업 과정을 담아낸 강좌인데요. 그림책 감상부터 창작까지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강자 중에서 800명에 가까운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셨는데,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마음의 숨을 쉴 수 있도록 소통하는 수업을 보면서 진정성을 느꼈고 아이의 작품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말씀을 많이 전해주시더라고요.

함께 울고 웃으며 30차시 대장정을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0년 6월 18일, 인사동 큐레이션 서점 부쿠에서 '그림책 한 권의 힘' 출간기념 북토크를 진행했다. 사인회 현장에서 독자 분들과 함께 찍은 모습.(사진=이현아 교사)
2020년 6월 18일 인사동 큐레이션 서점 부쿠에서 '그림책 한 권의 힘' 출간기념 북토크를 진행했다. 사인회 현장에서 독자들과 함께 한 모습.(사진=이현아 교사)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계십니다. 연구회는 어떻게 조직되었나요. 주로 하는 활동을 소개한다면요.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는 제가 2017년 가을부터 4년째 이끌고 있는 전문적교원학습공동체입니다. 저는 두 가지 철학에 따라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첫째는 아이들 곁에서 교사도 창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교사 자신이 한 명의 주체적인 창작자로서 매주 모여서 그림책을 향유하고 교실의 순간을 기록하며 아이들에게 창작의 기쁨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둘째는 학교 안과 밖의 온도차를 줄이는 통로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일반인 대상 오픈 강연을 펼치고 있어요.

매달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서 뜨겁게 호응하고 있는데요, 교사뿐만 아니라 그림책 작가, 출판인, 직장인, 그림책 애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귀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서울시교육연수원 ‘우리학교 연수원’과 함께 15차시 직무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회 운영진들이 매주 모여서 열심히 연구한 것들을 선생님들께 풍성하게 전해드리고 있죠.

▲유튜브 ‘현아티비’도 운영하고 있더군요.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습니까. 유튜브 활용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유튜브에 관심 있는 교사들에게 유튜브 운영 팁을 준다면요.

코로나19로 온라인학습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가정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인 만큼 유튜브를 통해서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 ‘현아티비’를 통해서 그림책 수업 활동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어요.

소아과 간호사님이 소아병동에서 제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고 환아들과 함께 그림책 활동을 진행하면서 큰 도움 되었다는 말씀을 전해주기도 했고,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님은 가정에서 아이와 소통에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 말씀을 전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교실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한 순간이었어요.

그림책 관련 유튜브 운영 팁을 한 가지 드리자면, 그림책의 본문을 펼쳐 영상을 통해 읽어주는 것에 있어 저작권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사전에 출판사와 일일이 협의를 거쳐 3~4 페이지 이내만 펼쳐 보이면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등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직 11년차,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과의 그림책 수업에 푹 빠져 있다.(사진=이현아 교사)
교직 11년차,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과의 그림책 수업에 푹 빠져 있다.(사진=이현아 교사)

▲초등 1~3학년 저학년과 4~6학년 고학년의 교육 활동에 있어 교사들에게 추천할 만한 그림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또 가정에서 학부모가 그림책을 통해 가정학습을 하는 데 유용한 그림책을 소개한다면요.

가정과 교실에서 직접 활용하시기 편하도록 제가 ‘현아티비’에 업로드한 그림책 수업 활동 중에서 소개하도록 할게요.

먼저 저학년의 경우 그림책 ‘모모모모모’를 읽고 반복되는 한 글자나 의성어, 의태어로 위트 있게 나를 소개하는 ‘모모모모모 소개활동’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아주 유쾌하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수업 활동입니다.

고학년의 경우 그림책 ‘커다란 질문’을 읽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나누는 수업 활동을 추천합니다.

자의식에 눈을 뜨는 고학년 아이들은 문득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나는 왜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모님께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어요. ‘엄마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요?’라는 질문이죠.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가운데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나눌 수 있는 수업 활동입니다.

이현아 교사는 2019년 1월, 남편과 둘이 해외교육봉사를 기획하고 베트남 나트랑의 한글 학교에 방문, 그림책 창작 수업을 진행했다.(사진=카시오페아)
이현아 교사는 2019년 1월, 남편과 해외교육봉사를 기획하고 베트남 나트랑의 한글 학교에 방문, 그림책 창작 수업을 진행했다.(사진=카시오페아)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 활동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응원의 말씀과 교육 활동에 관한 팁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그림책 수업을 지속하면서 가슴에 품고 온 문장이 하나 있는데요. ‘사람은 코로 숨을 쉬지만 마음의 숨은 표현으로 쉰다’는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그림책을 수업의 도구로 활용하거나 그림책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자기표현’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통해서 마음의 숨을 쉴 수 있으니까요.

아울러 그림책을 선정하실 때는 당위성을 생각하시기보다 선생님의 마음과 통한 그림책을 택해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과 통한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도 그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마음의 숨을 쉴 수 있도록 그림책과 삶을 나누고 계신 많은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수업이 병행 진행되고 있는데요. 선생님은 원격수업 어떻게 해나가고 계신가요. 선생님들께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이 있다면 추천 부탁합니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림책 수업을 멈추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특히나 저는 선배 어린이 작가가 쓰고 그린 창작그림책 e-book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감상하고 토론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에 가시면 어린이 작가들의 창작그림책을 e-book 형태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유명한 프랑스 작가의 작품보다 또래 친구들의 작품에 훨씬 흥미와 애착을 보입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또래 어린이 작가의 그림책을 함께 감상하고, 질문을 통해 토론을 이어가는 활동을 추천합니다.

세 권의 그림책을 창작한 학생이 이현아 선생님께 남긴 편지 구절.(사진=이현아 교사)
세 권의 그림책을 창작한 학생이 이현아 선생님께 남긴 편지 구절.(사진=이현아 교사)

▲마지막으로 앞으로 교직 활동의 계획 그리고 독자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아 선생님은 나에게 나를 표현할 기회를 주셨다. 나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

2017년에 세 권의 그림책을 창작하고 졸업한 아이가 저에게 써준 편지의 구절인데요. 제 교직 생활의 좌우명으로 품고 있는 문장입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통해 마음의 숨을 쉴 수 있도록, 막혀있는 숨통을 틔워주는 통로의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사려 깊은 눈을 가진 교실의 예술가로서, 아이들 곁에서 좋은 관점을 가지고 글 쓰는 사람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책 '그림책 한 권의 힘' 표지.(이현아 저, 카시오페아, 2020)
책 '그림책 한 권의 힘' 표지.(이현아 저, 카시오페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