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조자' 아닌 학생 '대표자'로 대우해야

(이미지=https://blog.naver.com/usall_spa/22064427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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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원격 수업기간, 그리고 원격과 등교의 혼합기간 등 학교가 예전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 등교가 원활하지 않자 ‘아 반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반 반장은 온라인 선거를 통해 뽑았는데, 반장 없이 지내는 기간 반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초·중·고교 12년 생활 동안 내게 반장은 그저 수업 시간에 애들이 시끄러울 때 “조용히 해”라고 말하거나, 담임교사 대신 뭔가를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반장 선거가 늘 치열했던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는 것을 매우 귀찮아했고, 공부를 못하는 애들은 언감생심 도전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추천 받아 출마하는 경우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친구를 골탕 먹일 생각으로 추천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반장은 되었으나 1년 내내 귀찮은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모범상을 받는 것이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도 우리 반 반장이 특별히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생각해보면 명확히 떠오르는 게 없다. 내가 학급 반장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반장은 무슨 일을 하고 나는 반장에게 무엇을 기대하였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각종 대중 매체에서 반장은 성실한 모범생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반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그런 것인가보다. 이런 모범생 이미지는 아무래도 지난 세월 반장이 성실하게 담임교사의 ‘보조자’ 역할을 수행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반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세 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반장의 역할을 ‘교사의 보조자’로 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반장은 교사가 시키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사가 학급을 원활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담임교사뿐만 아니라 교과교사의 보조자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운동부의 주장’처럼 여기는 것이다.

사실 운동부의 주장 역시 반장과 같이 선출 혹은 감독의 지명으로 뽑힌다. 이 경우에 주장은 팀의 승리를 위해 감독과 협력하고 선수단 관리를 맡아 동료 선수들의 고민을 비롯한 정신적 측면에서 상담을 하거나 선수단의 요구사항을 감독에게 전달한다.

세 번째는 반장을 ‘학생의 대표자’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볼 때, 반장은 학급을 대표하고, 교사의 결정이나 지도사항에 대해 견제권 또는 협상권을 갖는다. 반장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바탕으로 학급의 청사진을 담임교사와 상의 하에 운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유형들이 아주 별도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장은 이 세 가지 역할을 때에 따라 번갈아 가며 맡는다. 학생의 대표 역할도 하고 교사의 보조자로서 기능도 하면서, 학급 친구들을 관리하기도 한다. 다만 주된 역할이 교사의 보조자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자치가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교사들은 반장을 보조자로 생각하기보다는 대표자로 대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달사항 중에서도, 중요한 사안들이 아닌 것을 꼭 반장을 통해서 전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학습자료를 배부할 때 굳이 반장의 도움을 요청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부분들은 학급 도우미, 교과 도우미를 뽑아서 그들을 통해서 진행하면 된다.

그럼 반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들에게 몇몇 권한을 주어보자. 학급자치비에 대한 운영권을 주면 어떨까? 예산을 기획하고 그에 맞는 학급행사를 반장이 기획하도록 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공약보다는 1년 학급 운영계획을 공약 삼아 선거를 치러 보는 것은 어떨까?

 

반장에게 학생 자치를 위한 대표자 역할을 기대한다면 지금처럼 반장 선거를 3월에 서두르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학급 친구들에게 자신이 대표자로서 적합한지 면모를 보이기 위해 1~2주의 시간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학교 전체 학생회, 그리고 회장에 대한 부분이 조명되고 학교 학생회의 역량 강화를 이루려는 시도는 보이지만, 아쉽게도 아직 학급 자치에 대해서는 그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학급 자치 활동을 보면 대부분 담임교사의 역량인 경우가 많았다. 학급자치비의 예산편성권, 학급행사 및 단합활동의 결정권 등 반장에게 줄 수 있는 권한에 대한 고민부터 출발했으면 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