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이 금수저 전형?..."자본주의 사회, 경제력 있으면 유리하지 않을 전형 없어"
사교육 영향평가 연구결과 수능-논술-내신-학종 순으로..."금수저 전형은 수능"
학종 역사 이제 10년..."부족한 부분 보완하며 나아가야"

[에듀인뉴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최적의 전형이다. 수능이나 내신과 같은 정량평가, 일면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다면평가, 종합평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특징으로 인해 합격자는 왜 합격했는지를 명확히 모르고 불합격자는 왜 불합격했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에듀인뉴스>는 입학사정관 출신 류영철 박사와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을 중심으로 평가항목별로 알아보고 그와 관련된 평가영역, 평가방법,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세하게 파헤쳐 보고자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조금이나마 학종에 대해 알고 미리 준비해 목표하는 대학 합격을 위한 ‘좋은 전략 세우기’를 바란다.

(이미지=https://cafe.naver.com/acod/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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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한때 우리나라에서 수저계급론이 유행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입니다.

영어 표현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에서 유래한 것이며, 유럽 귀족층에서 은식기를 사용하고, 태어나자마자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수저의 계급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데, 금수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으로 좋은 가정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흙수저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확장된 개념으로 금수저와 흙수저 사이에 은수저, 동수저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학생은 이러한 수저계급론에 맞춰 대입전형을 비교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불렀습니다.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활동하는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부유한 학부모가 하라는 대로, 고액의 컨설팅 학원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2019년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SKY캐슬’에서 주인공 여학생의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를 위한 고액컨설팅 전문가가 등장하면서,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을 부정적인 인식과 이미지로 표현되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학부모종합전형’ 또는 ‘학원종합전형’으로 비꼬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 이 내용도 앞의 금수저 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그러나 꼭 그렇게만 단정지어 볼 순 없습니다.

사실 대입 정시의 수능, 수시의 논술, 교과전형, 그리고 정유라 사건(최서원[과거 최순실] 딸이란 신분을 나타내고 승마에서 획득한 메달 등으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함)으로 문제가 된 체육특기자 전형, 고입의 특목고(특히, 과고) 전형, 영재고 전형 등 사실상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입시전형 중에서 ‘금수저’ 전형이 아닌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를 경제적 중심주의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경제력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바탕이 된다면 입시에서 유리하지 않은 전형이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입 정시의 수능전형에서 좋은 점수와 등급을 얻기 위해 전국의 수많은 학생은 오늘도 학교공부 외에 학원, 과외, 유명 강사의 인강, EBS 연계율로 인한 EBS 문제집 구매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일부 최상류층 학생은 족집게 고액 과외, 고액 컨설팅과 학습코칭 등을 받기도 합니다.

대입 수시 논술전형은 또 어떻습니까?

다른 고교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일반계고 고등학교에서는 제대로 논술전형 대비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한 지방에는 논술전형 대비 학원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논술전형의 고득점을 위해 지방학생이 방학 때나 논술고사 임박한 시기에 부모님이랑 함께 숙식하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논술학원에서 고액 족집게 수업을 받는 촌극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현상입니다.

사교육 총액만으로 비교하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주요 교과 내신을 대비하는 학생부교과전형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또 대부분 수학, 과학 고액 학원을 바탕으로 특별전형을 준비하는 과학고, 영재고 입시전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학생부종합전형 선행연구결과를 보면, 일반전형 외에 고른 기회전형, 사회배려자전형, 농어촌 및 특성화고 특별전형,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재직자특별전형, 지역인재전형 등 같이 특별한 자격조건이 필요한 전형 등을 통해 대학교 진입의 문턱과 장벽을 낮추게 하는 ‘희망의 사다리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https://blog.naver.com/kim870327/221028076129)
(이미지=https://blog.naver.com/kim870327/221028076129)

수도권 A대학교 대학생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영향평가 학술 연구결과를 봐도 사교육 영향이 가장 많은 전형은 정시의 수능전형이었고 그 다음이 수시의 논술, 내신이 중심이 되는 학생부교과전형이었습니다. 4번째가 학생부종합전형이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의 사교육비용은 대체로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첨삭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최고의 금수저 전형은 단연코 ‘수능 전형’입니다.

일부 학생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공부 잘하는 1등급, 학교를 빛내 줄 서울대학교에 입학이 가능한 학생만 별도로 모으고 그들에게만 대회를 안내하고 수상을 몰아주고, 학생부의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종’(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잘 적어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일부는 그럴 수 있으나 대다수의 교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하위권 학생은 적어주고 싶어도 학교에서의 교과와 교과연계 활동내용 등이 적어 어쩔 수 없이 학생부 기록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개정된 방침에 따라 수상기록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기당 1개만 선택하므로 앞으로 수상 몰아주기 현상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지도 않지만 준비 면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해도 제도를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전형에 비하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시작된 학생부종합전형의 역사는 10년 남짓으로 일천합니다.

그나마 학생의 진로탐색, 진로활동을 통한 교과와 교과연계활동과 역량을 중심으로 정량과 정성적으로 균형 있게 평가하는 것은 현재 대입전형 중 학생부종합전형이 유일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오해하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모든 대입전형에 대한 발전적 논의와 그에 따른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학생부종합전형 제도가 완벽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장점은 살리되 미흡한 부분은 수정 보완하여 발전시키고, 자기주도적 학습과 진로 및 교과연계활동 등에서 균형적인 학생을 선발하는 좋은 제도로, 더 나은 대입전형제도로 변화시키는 데에 앞으로 모두의 관심과 노력, 정책적 뒷받침 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류영철 계명대 교육대학원 진로진학상담전공 겸임교수. 책 '제대로 학종준비법'과 '제대로 대입면접' 등 학종 관련 책을 집필했다.
류영철 계명대 교육대학원 진로진학상담전공 겸임교수. '제대로 학종준비법'과 '제대로 대입면접' 등 학종 관련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