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전북교총 “고인의 억울함 풀고 명예 회복한 사필귀정 판결”
경찰 내사종결·학생 탄원 외면한 무리한 조사·징계 착수 원인
“전북교육청은 무리한 조사‧처분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하라"

(사진=kbs 캡처)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2017년 8월 교육청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절차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가 만 3년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고인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 유족 급여를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망인의 자살은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 결과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위들이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충분한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1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교육청의 무리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송경진 교사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사망’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라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뒤늦게나마 고인의 억울함이 풀리고 명예를 회복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재판 결과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 징계 착수가 고인의 죽음에 중요한 원인으로 확인된 만큼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학생인권옹호관의 막강한 직권조사 권한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교총이 29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故 송경진 교사와 유가족이 억울하다고 주장한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망인의 자살은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 결과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위들이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충분한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또 피해 여학생들은 경찰에서 ‘망인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고 한 행위이거나 장난으로 한 행위일 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고, 교육청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진술서에는 망인이 칭찬해주거나 다리 떠는 것을 지적하거나 수업 잘 들으라고 한 행동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고 기분이 나빴다고 적었으나, 망인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피해 여학생들을 면담해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의 진술서만을 근거로 판단해 ‘망인으로서는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채 조사가 완료되고 신체접촉 행위가 모두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되자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내사종결을 결정했음에도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되자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교총은 “결국 故 송경진 교사의 죽음에는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 착수가 중요한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지금이라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북학생인권조례에 의거해 설치된 ‘학생인권옹호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교사를 직권 조사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그 권한과 책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사를 죽음으로 몰게 한 전북학생인권조례(제49조 제3항)는 ‘각하할 수 있다’고 임의규정으로 되어있어,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아도, 사법당국이 내사를 종결한 사안이라도 상관없이 인권옹호관이 자의적으로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에 따르면 인권침해 사건의 각하 사유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각하한다’고 강행 규정해 행정재량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교총과 전북교총은 2017년 사건 발생 이후 지속적인 진상규명 활동과 지원활동을 함께 펴왔다. 하윤수 회장 등 교총-전북교총 대표단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항의 방문해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또 유가족에 대해 위로 방문은 물론, 민‧형사 소송비 지원, 유자녀 장학금 지급 등 지원에도 나섰다.

교총과 전북교총은 “교원의 생활지도체계가 무너지고 학생인권옹호관의 부적절한 조사권이 개선되지 않은 한, 억울한 일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교총은 교권 확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