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서울 불암고 교사, '올드스쿨티쳐'로 두 번째 정규 앨범 발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있는 아이들에 "추상적 위로 보다 현실 직시 눈 심어 주고파"
재학생은 입시, 졸업생은 진로 스트레스..."자신에 맞는 목표 정해야 꿈 향해 나아갈 수 있어"

교사 힙합 뮤지션 '올드스쿨티처' 두 번째 정규 앨범 '고인물'
교사 힙합 뮤지션 '올드스쿨티쳐' 두 번째 정규 앨범 '고인물'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Say Yeah~♪', 'Put your hands up!♬', ‘호오~♬”

힙합 공연장에서나 듣던 외침이 학교 교실에서 흘러나온다. 학생들과 교사는 학교 복도에서 마주치면 주먹인사를 하고 'Whats up'을 외치며 안부를 묻는다.

교사 힙합 뮤지션 ‘올드스쿨티쳐’가 근무하는 학교는 그야말로 ‘스웩’(swag, 가벼움-여유-멋-약간의 허세의 뜻을 담은 힙합 용어)으로 가득 차 자유분방함과 리듬감으로 넘친다.

학교 문화를 바꿔가는 교사 힙합 뮤지션 ‘올드스쿨티쳐’ 김민철 서울 불암고 교사가 지난 2018년 첫 번째 정규 앨범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보통 학생들을 위로하는 노래들은 ‘너는 할 수 있어. 큰 꿈을 가져. 다 잘 될 거야’ 라는 메시지가 들어가기 쉬운데 제 앨범은 오히려 현실이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더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는 이야기를 제자들이나 리스너들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힙합앨범 발매한 현직교사인 올드스쿨티쳐는 노래를 통해 고등학교 교실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입시 현실이 견고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진로를 찾지 못해 힘겨워하는 졸업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올드스쿨티쳐는 “스트레스의 근원은 너무 높은 이상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온다”며 “무작정 꿈을 낮추라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스스로 정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 꿈을 향해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곡 ‘Not Too High’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 중 하나라며 한 번쯤 들어보며 공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힙합 이미지가 가지는 폭력경쟁허세 등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하는 올드스쿨티쳐, 그의 음악과 교단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올드스쿨티쳐' 김민철 교사와의 일문일답.

서울 불암고 학생들이 올드스쿨티처(김민철 교사)의 앨범 발매를 축하해주고 있다.(사진=김민철 교사)
서울 불암고 학생들이 올드스쿨티쳐(김민철 교사)의 앨범 발매를 축하해주고 있다.(사진=김민철 교사)

▲김민철 선생님, 아니 올드스쿨티쳐(DJ Sam+MC고동)님의 두 번째 정규 앨범 '고인물' 발매를 축하드립니다. 먼저 선생님, '올드스쿨티쳐'란 이름의 뜻과 함께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래 전부터 디제잉과 랩을 즐겨오다가 이 두 가지를 모아 스스로 앨범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벌써 두 번째 앨범이 나오게 되었네요.

제가 추구하는 힙합 스타일이 요즘 스타일이 아닌 올드스쿨힙합이기 때문에 ‘올드스쿨힙합’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나이 먹은 학교 선생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드스쿨티쳐'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 최초로 힙합앨범을 발매한 현직교사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고요, 랩 가사를 통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못 다한 이야기들을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벌써 두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의 컨셉은 무엇입니까. 타이틀 곡과 애정이 가는 곡을 소개해주세요.

제 앨범은 저의 과거와 현재의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입시에 스트레스 받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고,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해서 힘겨워하는 졸업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스트레스의 근원은 너무 높은 이상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꿈을 낮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맞는 목표를 스스로 정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 꿈을 향해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담은 곡이 바로 ‘Not Too High’ 이고, 제가 애착을 가지고 만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앨범 제목이 ‘고인물’인데요, 어떤 의미로 쓰셨나요?

고인물이라는 표현에는 ‘정체되어있다’는 부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라는 뜻도 있습니다.

교사로서도 17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었고 뮤지션으로서도 적지 않은 시간이 쌓였다는 점에서 ‘고인물’을 타이틀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건반을 치며 음반 작업 중인 올드스쿨티처.(사진=김민철 교사)
건반을 치며 음반 작업 중인 올드스쿨티쳐.(사진=김민철 교사)

▲현직 교사로서 정규 앨범 발매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2년전 좌충우돌 1집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어선지 이번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가사는 떠오를 때마다 조금씩 써두었고 비트를 만들고 녹음하는 과정은 지난 겨울방학을 이용해 제자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재미와 의미가 모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음악실에서 녹음을 하다보니 음악실 창문으로 참새가 들어와서 참새 소리가 목소리와 함께 녹음되었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원래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발매하려고 준비를 해두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학생들을 만나지도 못한 상황이라 발매를 등교 개학 이후로 미뤘던 일도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앨범 장르는 힙합입니다. 힙합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부조리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 등을 담은 장르인데요. 교사이다 보니 학교 현장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래를 통해 학교 현장,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고 있습니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면서도 교사로서 비교육적인 표현이나 관점을 담지 않아야하기 때문에 가사를 쓸 때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메시지는 날카롭지만 표현은 거칠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적절한 선을 유지할 수 있는 가사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보통 학생들을 위로하는 노래들은 ‘너는 할 수 있어. 큰 꿈을 가져. 다 잘 될 거야’ 라는 메시지가 들어가기 쉬운데 제 앨범은 오히려 현실이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더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는 이야기를 제자들이나 리스너들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답답함을 공감하려고 애쓴 점도 제 가사의 특징입니다.

▲언제부터 음악 창작 활동을 해오셨습니까. 왜 음악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이러한 활동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를 주나요.

음악교사였던 아버지와 국어교사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음악적, 언어적 소질이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스스로 자작곡을 하여 친구들에게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 선물하기도 했었고, 대학교 때에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턴테이블과 믹서를 구매하여 힙합 디제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교사가 된 이후에는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학생들과 음악동아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마음을 열지 않던 학생들도 같이 음악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저와 허물없이 친해졌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창구로써 음악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꼭 힙합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라도 40을 넘긴 선생님이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크고 작은 자극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이러한 도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가수 타이거JK가 불암고를 찾아와 올드스쿨티쳐와 함께 공연하는 모습.(사진=김민철 교사)
가수 타이거JK가 불암고를 찾아와 올드스쿨티쳐와 함께 공연하는 모습.(사진=김민철 교사)

▲요즘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의 인기가 높습니다. 힙합을 하시는 선생님도 이러한 기류를 받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음악 활동을 하며 아이들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좀 더 젊고 잘 생겼다면 인기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별로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ㅠㅠ

그래도 아이들과 힙합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친해질 수 있는 요소가 많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작년에는 공부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활력소를 주기 위해 유명 래퍼들을 학교에 모셔 함께 공연하는 이벤트도 만들었던 점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타이거JK, 딥플로우를 학교로 모셔 합동 무대를 꾸몄던 점이 학생들에게나 저에게나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제가 힙합을 통해 학교현장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취지를 공감해주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앞으로도 좋은 취지의 무대를 학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힙합이나 음악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신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교직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딱딱한 인사보다는 랩을 이용한 재미난 인사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제가 먼저 랩하듯이 “How do you feel today?”라고 물으면 학생들도 리듬에 맞춰 “I feel good today!”라고 대답하는 식이죠.

그리고 졸려하거나 지루해하면 “Put your hands up!” 이나 “Say yeah~!” 등의 랩을 통해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유도합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이런 부분들을 어색하게 생각해서 부끄러워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복도에서 먼저 제게 랩으로 인사를 거는 등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019년 12월, 힙합 가수 딥플로우가 불암고 축제에 찾아와 올드스쿨티쳐와 함께 그의 대표곡 '작두'로 공연하는 모습.(사진=김민철 교사)

▲힙합은 특유의 거들먹거림 그리고 돈과 매칭되는 인식, 대안 없는 사회 비판 등 부정적 인식도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적으로 긍정적이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힙합계도 교육계에 건전한 장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 부분이 바로 제가 힙합음악을 하고 앨범까지 내는 이유입니다.

유명 힙합프로그램이나 대중매체에서 소개되는 힙합의 이미지는 폭력적이거나 경쟁적이거나 허세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힙합문화를 접하는 어린 학생들 역시도 힙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힙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힙합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뿐만 아니라 전국 초중고에 걸쳐서 힙합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점점 더 생겨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좋아해주는 선생님들에 대해서 더 호의적이기 때문에 꼭 힙합음악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관심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힙합과 랩이라는 분야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 노력하고 있으며, 제 앨범을 통해서 직접 만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실제 학교에서 입시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진행됩니까. 항간에는 현행 교육시스템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고등학교 교육의 현실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제1집 수록곡 ‘고3 교실’이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담은 곡입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만으로는 좋은 대학 합격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 수시 중심 입시의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장점을 입시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매우 좋은 것이지만, 그로 인해 그 어떤 학생도 자신의 입시 결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시 입시에서 조금 더 체계적인 평가기준과 투명한 결과 공개를 통해 현장의 교사나 학생들이 조금 더 안정감 있게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올드스쿨티쳐는 "랩을 잘하거나 인기가 많은 뮤지션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누군가에게 자극이가 본보기가 되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사진=김민철 교사)
올드스쿨티쳐는 "랩을 잘하거나 인기가 많은 뮤지션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누군가에게 자극이가 본보기가 되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사진=김민철 교사)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까. 또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바랍니까.

저는 단순히 랩을 잘하거나 인기가 많은 뮤지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취미로 하는 음악이지만 그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자극이자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제 활동에는 큰 의미가 있다는 마음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교사 본연의 교육활동에 제 에너지를 온전히 쏟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이러한 음악활동을 한다는 점도 학부모님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뮤지션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응원의 말씀 한 마디 남겨주세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는 순간 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적성과 능력을 냉정하게 잘 판단하여 취미로 남겨둬야 할지 직업으로 선택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보고 쉽게 진로를 선택하지 말고, 해당 진로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보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이 있다면요.

학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 “백마디 훈계보다 한마디 공감의 말이 학생들에겐 힘이 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