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에듀인뉴스] “고등학교 교감도 고위 공직자인가?” 

얼마 전, 고위공직자 청렴도 검사를 위해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이 시행되면서 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첫째는 교감이 고위공직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둘째는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이나 세금도 연체하면 안 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시민의식의 성찰이었다. 

물론 학교장과 4급 이상의 공무원은 고위직 공무원, 그리고 고교 교감과 행정실장은 중간관리자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필자는 교사 –교감- 교장이란 직책의 위계가 학교조직상 업무에 따른 체계로만 보았지 그것이 청렴의 대상이 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 분류되는지는 금시초문이었다. 약간 낯간지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동안 교감이 얼마나 부패로 얼룩진 전력(前歷)이 있기에 그럴까. 하기야 모든 교사에게 청렴서약서를 요구하는 시대가 아닌가. 

어쨌든 예년에 없던 이번 공문 시행은 공인으로서의 처신과 도덕적 양심으로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와 사표(師表)가 되어야 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일반고 교감의 업무와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교감 선생님은 언제 쉬세요?” 겨울방학 중인 1월 중에 그리고 종업식 이후인 2월 중에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위기관리 체제로 가동되면서 소속 학교의 교사나 부장교사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방학 때면 교사는 교육법에 근거한 ‘공무원 제41조 연수’를 신청하여 가정에서 연수와 더불어 휴식 시간을 갖지만 관리자인 교감이나 교장은 매일 같이 학교에 출근하여 행정 사항을 처리하고 학생동태를 살피며 학교의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휴업 기간에도 상급기관에선 교감의 일상 근무를 공식화 했다. 그런 분위기에선 연가조차 신청할 여력이 없었다. 

구체적인 일상을 보자.

오늘도 7시 40분경부터 등교하는 학생 지도에 나서 코로나19 방역-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지도-에 나선 지도교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9시 경에는 교장실에 들렀다. 오늘 있을 중요한 현안과 행사, 그리고 교사들의 특별한 복무상황, 학생들의 코로나 동향 등등을 보고하고 때론 지시를 듣기 위함이다. 그리곤 바로 학년별 교실과 교무실을 순회하면서 수업 상황과 교사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자리에 돌아와선 새로운 공문이나 결재 요청을 확인하기 위해 한참이나 컴퓨터와 씨름하며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복무(지참, 외출, 조퇴, 병가, 출장, 육아시간 등)와 관련한 결재는 관심 있게 체크해 나갔다. 그리고는 다소 미진한 사항이나 후속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당사자와 통화를 해서 확인하고 협의를 했다. 이후로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내부 및 외부 결재를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잠시 쉴 틈을 찾으려 했으나 예기치 않게 교장실 호출로 긴급 현안을 새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각 부서장은 최종 기안을 하기 전에 교감에게 들려 중간보고와 함께 때로는 결정을 요청했다. 사안에 따라서 간단한 것과 복잡한 것으로 시차를 두어 구별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집합연수가 보류되니 상급기관의 업무담당 장학사는 수시로 교감들에게 업무 협조 및 서류 제출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 채근하였다. 

점심시간에는 학생 식당에 들러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중식지도에 나서는 교사들을 격려했다. 결재 신청은 온종일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다. 이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과이다.

교감은 학기 중에는 촘촘히 짜인 학사일정에 따라 부서별 업무시행을 준비하고 협의하고 조정하고 실시하고 평가하는 역할 등을 쉴 사이 없이 진행한다. 여기에 가뜩이나 학교폭력사건이나 교권관련 사건이 터지면 업무는 배가된다. 

10여 개가 넘는 교내의 각종 위원회 위원장으로 회의를 이끌어야 하고 학부모나 외부 손님에 대한 대면, 상담도 빈번하게 실행된다. 외부 민원의 집중적인 대응 창구이기도 하다. 학교에 따라선 동문들의 빈번한 방문으로 그 또한 업무를 가중시킨다. 

그밖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학교행사와 외부 출장 등 상당한 업무들이 연중 시기별로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야간자율학습 실행이 보류되었지만 평소엔 야간에 자기주도학습을 실시하는 각 학년별 학생들에 대한 지도와 관리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업무다. 

그뿐이랴. 어렵고 시급한 현안이 터지면 상급기관은 교감을 불러 연수를 하고 이를 학교현장에 전달하도록 한다. 또한 진짜 중요한 학교 구성원 간의 인화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 

내부 구성원의 인화에 빨간불이 켜지면 학교 운영에 걷잡을 수 없는 고충과 스트레스로 일상을 지나기 힘들다. 이럴 때마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 이론을 되새긴다.

(출처=https://www.picuki.com)

그래서 필자는 교감과 교사와의 관계에서 3가지 원칙을 우선사항으로 실행하고 있다. 

첫째, 상호존중의 원칙이다. 교사는 교과지도와 학생지도의 자율성이 허용되고 교권보호가 강화되어 있다. 따라서 민주적인 절차와 의견수렴으로 모든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관리자와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요구와 간섭, 그리고 방어가 지나쳐 관리자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특히 교원단체를 등에 업고 단체행동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할 때는 갈등이 깊어진다. 이럴 때 무조건 공격적인 자세로 나오는 교사에겐 상호존중의 원칙을 강력하게 제시한다. 성경에서 언급한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의 지혜를 적용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서 권위를 앞세우거나 또는 상대를 불신하거나 편향된 시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각종 교육현안에 대해 관리자의 집행 의지에 제동을 걸거나 새로운 사업에 대하여 단지 업무 부담으로 여겨 추진을 반대하는 것은 상호존중을 벗어난 병폐이다. 

둘째, 학생 성장의 원칙이다. 모든 교육활동은 궁극적으로 학생의 성장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교사가 힘들면 학생이 행복하다”고 한다. 물론 교사의 불행을 담보로 학생이 행복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기적인 학부모의 민원과 요구로 교사가 힘든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교사가 힘들어도 학생에게 꼭 필요한 교육활동이나 사업은 교사가 사명감과 책임을 짊어지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현실은 교사의 편리를 위해 그리고 이기적인 집단의 논리에 의해 학생성장의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가 있다. 거기엔 항상 교사의 업무 가중과 관행을 내세워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발전이 정체되고 우리 교육이 성장 없이 답보하는 까닭이다. 여기엔 교사의 함정인 매너리즘이 작동한다. 단지 과거방식에 익숙하고 편한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학생 성장의 기회가 명백할 경우 과감하고 역동성 있게 사업의 추진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감은 고독하다.

셋째, 전문성 향상 원칙이다. 교직은 전문직이라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를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교직은 전문직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그래서 필자는 교사 연수의 기회를 최대로 제공하거나 권유하기도 한다. 

교사의 성장이 멈추면 학생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이제는 어설픈 과거의 학식과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배움을 촉진할 수 없다. 코로나19는 미래교육의 대세인 온라인 수업을 요구한다. 한국 교사의 높은 수준으로 온라인 수업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여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가 미래교육에 맞는 공간혁신사업을 필요로 한다. 이는 교사의 수업방식과 학교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우리 교육의 미래가 달려 있다. 따라서 관리자의 지원과 응원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교감은 학교에서만큼은 팔방미인이다. 학교 업무의 어느 곳에도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따라서 업무의 강도가 크고 스트레스가 많다. 이것을 만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각종 교육활동 성과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해답이다. 

학교는 무신분립(無信不立)에 따라 신뢰받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교감은 선봉에 서서 이를 주도한다. 다만 현실적으론 최종 결정권자인 학교장의 보좌역할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노력의 강도에 비해서 별도의 공적을 인정받기 어렵다. 

학교장에 따라 모든 성과를 교장 본인에게 귀결시키는 성향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감은 교무관리 및 학사관리에 대한 주체로서 과오에 대헤서는 명백한 책임을 짊어진다.

어찌 보면 권한은 작지만 책임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교감이 나서서 교통 경찰관이자 치어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원활한 교무 관리와 학사운영, 그리고 교직원의 인화를 다지는 교감의 역할은 고위 공직자 청렴도 못지않게 중요한 과업이다. 

오늘도 필자는 무수한 고뇌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학교를 2세 교육을 위한 성채(城寨)로 삼아 봉사와 헌신을 다하려 다짐한다. 더불어 이 땅의 교감 제위에게 건강과 교육자로서의 보람이 함께 하길 소망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