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지난 6월 19일, 1급 사서교사 자격연수가 개설되지 않는다는 공문이 도착했다. 코로나 때문도, 연수대상자 수가 적어서도 아니라 위탁 기관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학교도서관 관련 단체들의 협력으로 한 주 만에 연수가 개설되었지만, 다른 교과의 연수는 원격 연수로라도 운영되는 상황에 왜 100여명의 사서교사는 자격연수를 받지 못 할 뻔했던 걸까?

1급 정교사 자격연수란 3년 이상의 근무한 경력을 가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로서 이 연수를 통해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만 초‧중등 교육법 제 21조에 따른 수석교사, 교감, 교장 자격취득 연수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수 이수 후 따르는 1호봉 승급도 무시할 수 없다. 나아가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개발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가장 큰 연수라는 점에서 1급 자격연수의 개설은 중요하다.

1급 연수는 교사들에게는 교사로서의 자기 효능감 향상과 수업의 변화를 가져온다. 학생을 창의융합인재로 키워내기 위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연수인 것이다.

이번 자격연수 미개설이 문제인 이유는 이 상황이 연수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교육공무원법 제37조)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교육부의 업무 위임으로 시도교육청에서 주관하지만 시도교육청 내 연수 대상자가 30명 미만인 희소교과는 해마다 주관교육청을 정해 전국단위 연수를 추진하고, 위탁기관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의 주관교육청은 제주도특별자치도 교육청이었고 ‘위탁기관 없음’이라는 이유로 사서교사 1급 자격연수 미개설을 시도교육청을 통해 연수대상자에게 통보하였다. 

무엇이 문제였나?

자격연수의 개설은 수요 조사, 대학(연수원)과의 협의, 자격연수 계획 수립, 연수위원회 심의, 자격연수 신청, 대상자 지명 순으로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연수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부, 자격 연수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대상자를 지명하는 주관교육청, 연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강사를 선정하는 대학이 정책 및 협의회를 통해 소통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희소교과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 기관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할 배움의 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적극 행정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 제고 및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던 교육부와 교육청, 배움과 연구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 모두 안일한 행정과 소극적 태도을 보여주었다.

교육부

2019년 9월, 교육부는 2020년 교원연수 중점 추진방안을 제시해 희소교과 및 특수교사 교원의 자격연수 운영을 개선할 것을 교육청에 요청했다. 자격연수 방식을 다양화해 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시도교육청과 대학 간 사전협의 체계를 강화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수를 위해 교육부가 전달한 교육연수원 명단은 교육청에 개선을 요청한 바와 반대였다. 교육부는 사서교사 1급 자격연수를 위탁할 수 있는 연수원으로 단 한 곳만을 전달했다. 이는 주관교육청이 다른 연수원에 연락해보지 않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

물론 행정위임위탁규정에서 1급 정교사 자격 검정에 대한 권한을 교육감에게 위임하고 있으나, 행정권한의 위임은 이에 필요한 교육과 처리지침의 통보가 우선되어야 하고 위임한 일이라 하더라도 감독책임을 가지기 때문에 교육부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주관교육청

문제를 지적받자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주관교육청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해당 업무에 대한 책임은 주관교육청에 있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미리 해결되었어야 했다. 

문헌정보교육과가 있는 공주대학교에서 연수가 개설되지 않는다면 문헌정보학과가 있는 대학과 협의를 진행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교육청의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대학

나아가 대학 또한 연수원의 운영 주체로서 학교 내 문헌정보학과와 협의, 해당 연수의 개설 가능 여부를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 

문헌정보교육과의 수가 전국 1개, 교육대학원 내 사서교육 전공 개설 대학이 10여개로 수요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전국에 41개의 문헌정보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이 중 29개 대학은 교직 이수를 통해 매년 사서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연수를 개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안정화를 위한 제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빠르게 달려야만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읽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배워야 한다. 

배움의 장으로서 학교도서관이 필요한 이유고 사서교사가 더 많아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사서교사 1급 자격연수를 개설하는 것은 사서교사의 역량을 키울 뿐 아니라 그 사서교사에게 배우는 학생들의 역량까지 키우는 일이다. 나아가 공교육을 강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내년 1급 사서교사 자격 연수대상자는 180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내년에도 위탁기관 없음을 이유로 자격연수를 개설하지 않을 것인가?

사서교사 1급 자격연수를 개설하기 위해, 더 나아가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학생들을 키워내기 위해서 사서교사들이 요구해왔던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첫째, 교육부와 교육청에 학교도서관 전문가인 교육전문직을 배치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학교도서관 교육전문직이 있었다면 먼저 연수 기관을 확보하는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며, 나아가 학생의 역량을 기르고자 하는 목적에 맞춰 연수 내용을 협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로 문헌정보교육과 및 교육대학원 사서교육학과의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 전국 1만개 이상의 초등, 중등학교에 사서교사의 수는 2019년에야 1000명이 넘었다. 처음 사서교사 자격증을 배부한 1964년 이후 55년 만에 겨우 10%에 가깝게 배치된 것이다. 

이는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대학 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헌정보교육과의 추가 설치는 미래 교육에 있어 학교도서관의 가능성을 조명하고 나아가 사서교사 수급과 재교육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과 정책의 긴밀한 협조이다. 교육부는 교원단체, 교사노조 등의 단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다각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이번 1급 자격연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더 나은 교육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지시가 아닌 협력을 통해 이루어 나가기 위해 현장과 정책은 만나야 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방안을 통해 교육부는 말뿐인 희소교과 맞춤형 연수제도를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연수제도로 개선‧ 정비하길 바란다. 교육청 또한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1급 자격연수가 개설‧운영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바란다. 

박장순 경기 연무중 사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