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왕근 청소년지도사
한왕근 청소년지도사

[에듀인뉴스] 이번 정부에서 집행한 교육정책 중 가장 화끈한 이미지를 남긴 것이 바로 콕 집어서 규정한 '주요 16개 대학'이라는 언급이었다. 정부가 나서 학벌을 공인(公印)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요 명문대에 대한 입시 외에는 의미 있는 교육정책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나마 의미 있는 정책인 고교학점제 등은 전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이 이어진 것이었다.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정부 여당의 입장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다니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다음은 필연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오면 사회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청년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공정'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학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역량에 맞추어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 일자리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간곡하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싹 무시당했다.

'명문대를 나오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사회는 그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인식은 정부와 집권여당에서 만든 틀거리(프레임)이고, 청년들은 그것을 믿었다.

그런데 정부가 배신을 했으니 그 분노가 어떻겠는가? 이제 와서 '사실은 이렇다'라는 영혼 없는 변명을 한다고 그 말이 먹힐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급진적이고 강제적으로 명문대를 해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더라도 굳이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집권 초부터 꾸준히 추진했다면 지금의 인국공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시험만 잘 보면 명문대 갈 수 있다”는 댓글용 포퓰리즘을 설파했다.

(사진=KBS 캡처)

‘우리 국민들은 왜 명문대를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할까?’에 대한 고민은 정말 1도 없던 교육정책이었다.

교육정책은 사회의 각 부분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대학입시와 수능시험이 교육의 전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어설픈 교육전문가들이 정부여당의 실세들을 좌지우지 하고, 심지어 교육부장관까지도 물 먹일 수 있을 정도가 되면서 생긴 당연한 귀결이다.

이번 인국공 사태는 앞으로 수없이 터져 나오게 될 여러 문제들의 시작일 뿐이다. 동시에 부동산 문제와도 연결된 치명적인 민심이반의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런 밑바닥 민심을 되돌리려면 탁현민식 이벤트나 남북관계 깜짝쇼 따위로 해결 될 수 없기에 더 문제다. 아니 오히려 민심의 분노만 더 커질 뿐이다.

인국공 문제는 일자리문제 이전에 교육문제다.

3년 전부터 많은 국민들이 걱정했다. 교육문제로 이 정부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고, 정권의 명운이 결정될 것이라고.

'서울대 나와도 알바를 이길 수 없게 만든 불공정한 정부'라는 틀러리(프레임)를 갖고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까? 야권에 대선주자가 없으니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찍고 말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꼬마민주당의 고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무서운 국민들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