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協, 교사 전문성을 관리직 위한 승진 반영 수단적 도구로 규정..."치명적 결함"
교사직과 관리직은 유전자 자체가 달라..."일원화된 하나의 승진트랙 묶는 것 불가능"
행정 전문성 신장에 머물면 안 돼..."전문성의 평등성과 다수 교사 전문성 신장으로"

송미나 광주 대반초 수석교사/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
송미나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 광주 대반초 수석교사 

[에듀인뉴스]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원승진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시대 변화에 부흥하는 교사의 전문성 개발과 역량 있는 교장 교감을 임용하겠다는 것이 개정 취지다.

그러나 명분과는 다르게 개정안 어디에서도 지속가능한 교사직 전문성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모제도 활성화로 교원의 전문성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의 거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개정안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래교육을 수사적 표현으로만 외치는 혁신이 아니라면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승진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는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감협의회의 승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역량 있는 교장 교감 임용을 위해 ▲교사 전문성을 3단계에 걸쳐 강화 시키겠다는 것 ▲공모제도를 통해 더 많은 교사들이 빠르고 쉽게 관리자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 ▲승진에 필요한 현재의 평정 요소와 점수에 부분적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교원승진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체계적인 교원 전문성 신장 없이 관리직 승진만을 위한 평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볼 때 교직생애주기에 따라 교사직 전문성을 3단계에 걸쳐 개발하겠다는 것은 의미 있는 도입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교사직 전문성의 실체와 정체성이다.

교사 전문성을 기준으로 승진의 의미를 해석해보면 개정안이 말하는 전문성의 실체와 정체성은 쉽게 드러난다. 믿기지 않겠지만 교사 최악의 전문성 시기가 바로 승진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해석하는 승진의 실제적 의미는 교사직에서 기른 가르침 전문성은 버려지는 상황이고 관리직에 필요한 행정 전문성은 개발 전 상황에 놓인 상태를 말한다.

즉 승진에 성공한 교사 전문성의 실태는 교사직과 관리직 어느 쪽 전문성도 담보되지 않은 실체 없는 허수 전문성임을 볼 때, 교육감협의회가 제시한 3단계 교사 전문성의 정체성은 바로 문서상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전문성임을 알 수 있다.

오로지 교사직에 필요한 전문성임에도 불구하고 교원승진제도 개정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마치 관리직 직무 역량이 개선되는 듯 한 앞 뒤 문법이 맞지 않는 오개념 역량 처방전을 제시한 셈이다.

정체성과 관련된 개정안의 또 다른 중대 결함은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관리직 전문성에 비해 차별받고 있는 교사 전문성의 불평등지수다.

혁신과 미래 인재 양성의 핵심 키인 교사 전문성의 가치를 대하는 교육감협의회의 시각치고는 후진적 발상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개정안은 3단계 교사 전문성의 정체성을 여전히 관리직을 위한 ‘승진 반영’의 수단적 도구로 규정하고 있다. 3단계를 통해 기른 전문성을 관리직 진출을 위한 승진 반영의 수단으로 사용 된 후 결국에는 쓸모없이 버려지는 소비적 정체성으로 해석했다.

현 승진 제도에서 단 한발도 진화하지 못 한 개정안의 가장 큰 치명적 결함이라 볼 수 있다.

교사에게 자신의 전문성 개발 과정이 ‘승진’ 그 자체냐 수단적 도구에 불과한 ‘승진 반영’이냐의 문제는 교사 전문성을 대하는 교직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정한 때가 되면 자신의 전문성을 관리직 승진을 위해 버려야 할 수단적 전문성'으로 대할 것인가와 '결코 버릴 수 없는 영구적 교사직 전문성'으로 대할 것인가에 대한 교사의 태도는 진정성과 순도 면에서 결코 같지 않다.

한 나라의 국격을 좌우할 미래 인재 양성을 외치면서도 정작 인재의 질을 좌우할 교사 전문성의 가치는 여전히 관리직 승진을 위해 필요한 ‘승진 반영’이라는 불공정한 시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혁신을 대하는 교육감협의회의 품격과 수준을 그대로 말해준다.

교원 승진제도에서 교사직과 관리직은 유전자 자체가 상이한 전문성이다. 그러므로 두 전문성을 일원화된 하나의 승진 트랙으로 묶어 직무의 종속관계로 해석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감협의회 개정안은 서로 다른 두 전문성을 하나의 트랙인 서열적 관계로 묶어 ‘승진’과 ‘승진 반영’ 이라는 차별적 위계로 풀어냈다.

역설이게도 교사의 핵심 본업인 교수학습 전문성은 관리행정가 진출을 위한 ‘승진 반영’ 이라는 수단적 전문성으로 분류했고 비전문성 영역인 행정 관리직은 ‘승진’으로 인정했다.

이 정도 시각이면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감협의회의 개정안이라기보다는 17개시도 교육행정기관을 대표하는 행정감협의회의 개정안인 셈이다.

대학 교수는 전문성의 위계에 따라 조교수, 부교수, 교수의 3단계 승진 구조를 갖는다. 교육기관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초중고등학교의 교원의 전문성 신장 과정이 대학교원의 것과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더군다나 교육기관인 학교가 교육행정기관의 전문성 신장과 같은 관리행정우위의 승진 제도를 벤치마킹할 이유는 더더군다나 없다.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교사의 고유 정체성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혁신적 시각은 없는 상태에서 여전히 소수를 위한 관리직 전문성만을 승진으로 인정하는 낡은 시각의 개정안은 그 자체가 혁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1964년 교원승진제도가 도입된 이래 30여 차례의 제도 개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는 승진 제도의 불문율이 교사직과 관리직 전문성과의 차별적 위계구도다.

근 60여년 동안 교육기관인 학교와 교사의 고유 정체성은 철저하게 무시된 채 교육행정기관의 유전자인 관리직 중심 교원승진제도가 운영되어 왔다는 것은 대한민국 교원인사제도의 후진성과 함께 우리 교단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결론적으로 소수 관리직의 행정 전문성 신장을 위한 ‘승진 반영’이라는 차별적 가치로 저평가된 교사 전문성의 정체성은 전문성의 평등성과 함께 다수의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승진’으로서의 교원인사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19년 ‘교직환경 변화에 따른 교원정책 혁신 과제 연구’를 통해 교사직 전문성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며 교원인사제도 혁신 방향을 제언했다.

‘교원승진제도는 1급 정교사 이후 교사직과 학교행정가직의 승진 트랙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정책 제언에 대해 교육감협의회의 사려 깊은 시각이 요구된다.

불공정한 교사직의 차별적 승진 제도의 프레임은 그대로 둔 채 개정안이나 제도에 혁신 이름 붙여서 콘텐츠 몇 개 수정 보완한다고 인사제도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제도 혁신은 교사 전문성의 가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평가 할 수 있는 교육감협의회의 맑은 시력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관리직으로 수단화되어 있는 차별적 교사 전문성을 지속 가능한 자아실현 방법으로 개발함과 동시에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해 줄 교수학습 전문가 양성을 활성화 시키는 ‘교사직 전문성 개발과 일체화되는 승진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편에 계속됩니다.